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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7. 2024

건강, 행복!

12일 차: 휴식 in 속초 / 13일 차: 속초->춘천

속초에서는 하루통으로 쉴 생각으로 숙소를 이틀 연박으로 예약했다. 그런데 날씨를 보니 안 그래도 루를 쉬지 않을 수 없게 생겼다. 제까지만 해도 티끌 한점 없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곧 비를 뿌려댄다. 잠깐 점심을 먹기 위해 바이크를 끌고 나갔는데 엄청난 풍속에 바이크가 휘청인다. 필이면 영동 북부, 우리가 있는 이곳이 요 강수 지역인 데다 강풍주의보도 내려있었다.


밥만 얼른 먹고 숙소로 도망쳐 들어왔다. 잠깐 사이 바이크와 옷이 홀딱 젖었다. 샌들을 신었던 발은 비에 젖은 채 찬바람을 맞았더니 꽁꽁 얼었다.

붑커>> 힝 우리 그럼 오늘 시장 구경 못하는 거야?

나>> 응.. 살기 위해선 그냥 방에 있는 게 좋을 것 아..

원래 일정대로라면 어제 미뤄두었던 낙산사도 가고 속초시장에서 닭강정도 먹고 감자옹심이도 맛보려고 했는데. 안전을 위해 조금 참고 이참에 방에서 푹 쉬어야겠다. 그래도 어차피 쉬려고 했던 에 비가 오는  그나마 다행이랄까.


오늘 점심을 먹은 곳은 고성군에 속했다. 그러니 오늘로써 우리는 대한민국최북단이라 할 수 있는 고성군까지 발자국은 찍어 본 셈이다.

붑커>> 그럼 고성 위쪽으로는 북한인 거야?

나>> 응 그렇지.

붑커>> 우와 그럼 우리 북쪽 끝까지 와본 거네?

내일은 설악산을 나 춘천으로 갈 차례이다. 강원산지에는 눈 소식도 있더만 도로까지 얼진 않아야 할 텐데. 금은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리는 미시령옛길을 통해 설악을 넘어간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도로 상태는 양호하다. 비 온 뒤의 맑은 대기 속에 울산바위의 자잘한 굴곡 하나까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울산바위가 설악산의 정상은 아니지만, 그 압도적인 경관만큼은 설악에서 제일가지 않을까.


미시령옛길은 구불길을 오르내리는 게 어렵긴 하지만 그 경치 하나만으로 운전의 수고로움을 감수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산맥을 넘어 영서 쪽으로 건너왔다. 인제을 지나다 국도 옆 전망대 올라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인 듯 풍경인 듯


홍천군에서 우측으로 빠지면 춘천까지 40km 남은 한적한 도로를 달리게 된다. 차들이 드물고 미시령만큼이나 어난 풍경이 이어지는 곳으로, 오고 가는 바이커들이 꽤 많았다.




사실 우리는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다른 이유는 하아나도 없다. 닭갈비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원조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디 가서 한국의 닭갈비는 무슨 맛이더냐 질문을 받으면 '내가 춘천지 직접 가서 먹어봤는데 그 맛이 일품이더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수많은 춘천닭갈비 음식점 중, 지도에서 좋은 후기가 많은 데를 고르고 골라 이곳으로 정했다.  

여기는 드러운 닭갈비의 맛도 훌륭했지만 주 특별한 장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세상에 이런 음식점은 처음이었다.


저녁식사는 오후 5시부터인데 우리가 한 시간은 일찍 도착해 버려서 잠깐 기다렸다 다시 올까 하고 있었다. 근데 사장님은 흔쾌히 문을 열어주셨다.

"괜찮아 괜찮아 들어와서 팝콘이랑 커피랑 먹고 있어. 아무 데나 앉고 싶은 데 편하게 앉아도 돼."

사장님은 그릇에 팝콘을 담아 주시며 우리를 자리에 앉히셨다.

"숯불닭갈비는 지금 바로 구워줄 수 있는데, 철판닭갈비 먹으려면 5시까지 기다려야 해."

우리가 먹고 싶은 건 철판닭갈비였기에 조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근데 사장님은 부엌에 가시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준비해 오셨다. 숯불닭갈비였다.

"이쪽으로 와봐. 이거 서비스로 구워줄게."

"네에? 헉..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환대였다. 우리는 그저 오픈시간도 전에 찾아온 불청객이었는데..

사장님은 손수 갈비를 구워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둘이 그럼 바이크 타고 익산에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네. 저희는 전국 일주 중이에요. 전라도랑 경상도 지나서 여기 강원도까지 왔어요."

"와 멋지다!"

사장님은 이전에도 바이크 타고 왔던 여행자 청년들이 있었다며 사진도 보여주다.

"혹시 반말한다고 해서 만만하게 본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나는 이삼십 대는 다들 내 아들딸로 생각해."

오십 대 중반의 사장님은 우리랑 나이가 비슷한 딸이 있다고 하셨다. 래서인지 특히 젊은 나이의 여행자들을 보시면 자식같이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 모양이다.

"이거 내가 끓인 김치콩나물국인데 이것도 먹어봐. 김치 더 줄까? 상추는? 더 필요하면 뭐든지 말해."

닭갈비는 무척 야들야들하고 있었다. 문제는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는데 사장님이 끝없이 우릴 먹이려고 하시는 거였다.

"다 먹고 이쪽으로 와서 커피랑 간식이랑 먹고 쉬다 가. 다른 데 가서 돈 쓰지 말고."

"네?! 헥.. 넵!"

우리는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또다시 채워진 팝콘 그릇을 앞에 두고 디저트로 커피까지 야무지게 마셨다.


저녁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사장님은 다른 손님들 한결같은 매너로 게 맞이하셨다.

"자~ 여기 오면 구호를 외쳐야 해요. 제가 '건강!' 하면 '행복!' 외치는 겁니다. 자~ 건강!"

"행복!"

손님들이 좀 더 많아지자 사장님은 갑자기 DJ가 되어 마이크를 잡고 식당 전체에 방송을 했다.

"자 아까 뭐라고 했죠? 다시 한번~ 건강!"

"행복!"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사장님이 뿜어내는 행복 에너지에 모두가 표정이 밝아질 수밖에 없다.

나>> 음식점 사장님이 마이크로 방송하는 데는 처음이야!

붑커>> 그러게 하하.

이 음식점의 모토인가 보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테이블 마다 갈비를 구워주시며 맛있다는 말이 나오면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다.

음식점 내부의 벽에는 이곳에서 식사를 했던 손님들의 짧은 소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붑커>> 이것봐! 아랍어도 있어. 살라모 알라이쿰(안녕하세요)이라고 적혀 있네.

예전에 아랍 손님도 다녀간 모양이다.

우리도 벽에 인삿말을 남기기로 했다. 성 가득했던 음식에 대해, 그리고 사장님의 친절에 대해.


사실 오픈 전부터 문을 열어주셨다거나 서비스를 주셨다는 얘기는 식당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어서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이 얘기를 빼면 사장님 나눈 대화의 절반 이상을 생략해야 해서 이 에피소드를 쓰는 의미가 반감될 것 같았다. 모든 이야기는 장님의 호인다운 성품을 널리 알려 이 식당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은 것이므로, 만의 하나라도 이로 인해 당에 피해가 가진 않기를 바란다..

철판닭갈비(좌), 숯불닭갈비(우). 둘 중에 뭐가 더 맛있냐 하면 둘 다 맛있어서 고르기 힘들다.


춘천의 맛있는 집, 멋있는 집으로 이 닭갈비집을 강력히 추천한다. 질 좋은 고기도 맛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행복도 얻어올 수 있다.

언젠가 또 방문할 날이 있기를 바란다. 건강! 행복!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곳의 전망 좋던 카페
소양강 처녀상. 옆에서는 '소양강 처녀' 노래가 흘러 나온다.
춘천대교의 야경


13일째. 14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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