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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6. 2024

동해바다의 정수는 강릉이 아니겠는가

11일 차: 동해->속초

정동진역을 찾건 오늘로 세 번째다.

첫 두 번은 모두 대학생 때였는데 두 번 다 정동진 해변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첫 시도를 흐린 날씨로 인해 실패하고 얼마 후 다시 도전하여 두 번만에 일출 보기에 성공했었다. 그날 옆에 계시던 한 아저씨의 감격에 벅찬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 이걸 보려고 아홉 번을 왔는데 드디어 보네!! 으아!"

아홉 번이라니. 그에 비하면 난 날씨운이 꽤 좋은 편인가 보다 생각했다.



세 번째 방문인 오늘은 일출을 보러 온 건 아니지만 날씨가 매우 화창하다. 바다도 덩달아 더욱 쨍한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그 풍경이 정동진역을 한층 더 낭만적인 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붑커>> 엽서에 있는 풍경화 같아!


정동진역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옛날에 왔을 땐 역사를 리모델링하기 전이고 ktx도 지나지 않는 작고 허름한 역이었다. 무궁화호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앉을 의자도 별로 없어 바닥에 배낭을 깔고 앉아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에 반해 지금은 깔끔한 합실도 생기고 화장실은 어찌나 쾌적한지. 게다가 ktx로 서울에서 2시간이면 올 수 있다고 하니 새삼 세월이 그만큼  흘렀구나 깨닫는다. 수년 전 겨울, 강원 산지의 폭설에 뒤덮인 레일을 삐걱이며 나아가던 무궁화호를 타고 정동진역에 겨우 도착하니 이미 밤이 되어 있던 게 엊그제 같건만.. 시간이 참 빠르다.

바닷가 바로 옆에 놓인 정동진역의 레일 위에 서서.


정동진에 갈 때는 가기 전에 주유를 미리 할 것을 추천한다. 바이크 연료가 어져 갈 때 즈음 정동진에 도착했는데, 마을에 딱 한 군데 있는 주유소에 찾아갔을 땐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 칸 남은 연료가 당간당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고 있을 때 다행히 주변의 또 다른 주유소를 발견했다. 급하게 휘발유를 주입하여 베히자 여사(우리 바이크의 별칭)를 소생시켰다. . 아슬아슬했다.

굶주린 바이크에 밥주기


동해와 삼척의 바다도 좋아하지만, 안목, 송정, 경포, 사천 등 해수욕장이 없이 이어진 강릉의 해변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바다이다. 의 첫 동해바다는 아기 때 엄마아빠와 함께였지만, 워낙 어릴 때라 사진 속에서는 보았어도 직접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최초의 동해바다는 이십 대 초반의 강릉 경포해수욕장이다.

그날 본 바다는 잊을 수 없다. 동요 '초록빛 바다'에나 나올 법한 그런 바다색이, 그것도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날의 경포해변 모래사장은 흰 눈이 뒤덮고 있어서 새하얀 빛에 대비된 푸른 바다 현실적으로 롱해 보였다.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동해안에 도달하게 되면 꼭 강릉의 해변에서 남편 사진을 찍어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안목 해변의 벤치에 앉아.



결혼 전에는 커피에 관심이 없었기에 강릉에서 카페에 갈 일은 추위를 피하거나 다리를 쉴 목적으로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남편의 에스프레소 사랑에 나도 물들어 커피 맛도 렴풋이 알게 되고 때론 커피를 잘 볶는다는 카페를 부러 찾아가기도 다. 이번 강릉 여행에서 테라로사를 도에 표시해 둔 이유도 커피맛이 괜찮다고 해서이다.

테라로사 사천점. 에스프레소는 약간 산미가 있으면서 맛이 진하고 먹을 만 했다. 근데 레몬치즈케이크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커피보다 그게 더 기억에 남는다.


커피로 정신도 깨우고, 바이크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고서 다시 북쪽으로 양을 향해 달린다. 양양을 갔으면 모름지기 낙산사는 올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낙산사를 목적지로 찍고 갔는데, 중간에 휴휴암이라는 어느 절에 사람들이 너도 나도 주차를 하길래 우리도 뭐가 있는지 보러 멈춰 섰다.


알고 보니 휴휴암은 방생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구매하여 방생해 준 물고기들로 바다가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이렇게 많은 물고기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라 나도 남편도 신기해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방생 장소에 쓰여 있기로는 이곳에 날아오는 갈매기들이 희한하게 방생한 물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도 이제 막 되찾은 물고기들의 자유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걸까?



휴휴암에서 나와 다음 코스인 하조대로 갔다. 하조대는 내가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남편이 구글맵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후기를 남긴 장소라며 가보자고 하였다.

하조대
하조대에서 보이는 수령 200년의 보호수가 바위를 뚫고 자라 있다.

계획 없이 찾아간 하조대는 담한 정자였지만 예사롭지 않은 치를 자랑했다. 옆쪽으로는 걸으면서 바다를 감상하도록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보수공사 중이라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붑커>> 저 둘레길이 그렇게 경치가 좋다는데..

나>> 공사 중이라니 어쩔 수 없네.

붑커>> 한국 사람들은 다들 어쩜 그렇게 규칙을 잘 지켜? 모로코에서 출입금지 팻말 있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오히려 사람들이 궁금해서 더 들어가려고 해, 하하하. 모로코에서는 진짜로 출입을 막으려면 경찰이 총 들고 앞에 서 있어야 한다니까.

모로코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이런 경고문이 있으면 일종의 챌린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두두두두 우스꽝스럽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난치는 남편 때문에 한바탕 웃었다. 총 쏘는 경찰은 없었지만 보수 중인 둘레길에 몰래 들어갔다 다치긴 싫으니 이만 발걸음을 돌린다.



낙산사는 너무 피곤해서 내일 가기로 하고 이만 숙소로 들어왔다.

다음날 날씨가 급격히 나빠질 줄 알았더라면 로고 뭐고 무조건 다녀왔을 텐데 말이다...


11일째. 12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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