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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5. 2024

바다의 이야기

10일 차: 울진->동해

오늘은 지금까지의 여정 중 가장 청명한 날이다. 래서인지 오늘따라 라이딩 나온 다른 바이커들을 자주 마주친다.

바이커들 서로를 지나칠 때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가볍게 목례를 한다.

붑커>> 한국 바이커들은 다들 음씨가 좋아.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해 줘.

아마도 우리나라는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 다른 나라에 비해 소수인 편이라 그런 걸까. 바이커들 사이 알 수 없는 유대감이 있는 것 같다.


허리가 뻐근해질 때쯤 삼척의 한 바닷가 카페에 잠시 멈춰 쉬어간다. 에스프레소와 자스민차를 시키고 야외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카페 사장님이 다가오셨다. 큰 키에  쓰신 중년의 사장님은 외모만큼이나 신사다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바이크 타고 오셨나 봐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는 익산에서 왔어요."

"아~ 그리고 웨얼 아유 프롬?"

이번엔 남편에게 물어보신다.

"아임 프롬 모로코."

"오~ 모로코. 아프리카. 웰컴."

사장님은 우리 바이크에 관심을 보이다.

"저도 혼다 바이크가 있어요. 배기량에 비해 크기는 좀 작지만."

"오오 구경해도 될까요?"

사장님의 바이크는 카페 뒷마당에 주차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의 소금기에 바이크가 삭을 수 있어서 건물 뒤에 두었다고 하셨다. 종은 혼다 레블 1100이었다. 남편도 평소 좋아하던 바이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코너를 자주 돌아야 하기 때문에 할리 데이비슨보다 이게 오히려 나을 수 있어요."

"오르막길도 잘 올라가나요?"

"네. 바이크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수 있고 컨트롤하기도 어렵지 않아요."

사장님은 바이크에 직접 시동도 걸어서 보여주시고 앉아보게도 해주셨다.

"안녕히 가시고, 안전하게 잘 다니세요~" 

친절한 사장님 덕에 바이크 구경도 하고 담소도 나누며  쉬었다. 다시 힘을 내서 해를 향해 달린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를 기념하는 공원. 저 뒤 왼편의 처마 밑 동그란 창으로 황영조 선수의 집을 볼 수 있다.



추암촛대바위에 도착했다.

나>> 일출시간에 맞춰서 오면 저 촛대모양 바위 위로 해가 떠올라서 정말 불 켜진 초처럼 보여.

붑커>> 아~

일출로 유명한 장소이지만 뾰족뾰족 솟아있는 기암괴석들이 한낮에 보아도 참 멋지다. 투명한 바닷속에 비쳐 보이는 울퉁불퉁한 바위와 해초들은 용궁을 상상하게 한다.

촛대바위
촛대바위 옆 출렁다리
추암해변
추암해변에서 낮잠을 즐기는 오리가족


남편은 추암해변을 보고 몰디브 떠올렸다. 정말이지 동해바다는 이 세상 그 어떤 휴양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바다색을 뽐낸다.


지 깨끗함을 넘어서 동해바다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보통은 예쁜 바다가 있으면 수영하고 싶고, 서핑하고 싶고, 보트도 타고 싶고, 바다에 뛰어들어 즐기고 싶그런 마음이 생기는데 동해바다는 조금 다르다.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면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모래가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모래 한알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을 더 가까이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고 싶다. 소나무숲 그늘에 누워서 바다 냄새도 좀 더 오래 맡아보고 싶다. 저 절벽의 바위는 얼마나 많은 낮과 밤 동안 해풍 깎여 지금처럼 신비로운 형상의 작품이 된건지 궁금하다. 저기 바다 가운데 떠있는 작은 돌섬에 혼자 솟은 나무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짙푸른 다가 지나온 세월이 궁금하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땅에 있는 바다라서 이렇게 정이 가지도 모르겠다.


묵호 논골담길


10일째. 80km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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