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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4. 2024

동해바다 라이딩의 시작

9일 차: 경주->울진

항구에서 불어오는 진한 바다 냄새.

햇볕 아래 바삭하게 말라가는 짭짤고소한 건어물의 냄새.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동해바가 가깝다는 뜻이다.


동해안에서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정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송정은 역사가 깊고 경치가 뛰어나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멀리 내다보이고, 뒤로는 향긋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의 소리 차단된 상태로 고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다. 송정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초반에는 왜구의 침략을 막는 방어시설이자 망루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철거되어 만 남았던 슬픈 역사도 있는데, 이후 다시 솔숲을 만들고 정자를 세워 복원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월송정이다. 



대학시절 혼자 관동팔경 여행을 하다 이 곳까지 왔었다. 겨울이라 바람은 는 듯이 춥고 하필이면 비까지 틀린 수도꼭지처럼 쏟아붓는 어둔 아침이었다. 벅이 여행이라 월송정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는데, 첫차를 타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터미널로 갔으나 미치지 않고서야 이 날씨에 월송정을 가는 사람은 있을리 없었다. 홀로 티켓을 끊는 나에게 매표소 직원분이 정말 갈거냐고 물어보셨다. 비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나는 그래도 갈거라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월송정에는 당연히도 나뿐이었다. 정자에 올라 바람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흐릿한 물안개 사이로 이제서야 부연 동이 터오르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옛부터 시인과 화가들이 영감을 얻어가는 절경이라 해서 왔건만. 파도가 휘몰아치는 성난 바다와 우비도 날려버릴 듯 불어오는 칼바람은 오르던 시상도 무서워 쏙 들어가게 만들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날의 월송정은 사색의 쉼터라기 보다 존을 위한 대피소였다. 



오늘에서야 남편과 함께 시 찾은 이곳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본다. 굽이치며 우뚝 솟은 소나무 사이를 걸으며, 맑은 새소리를 들으면서 아 이래서 관동팔경이구나 생각한다. 래 맞아, 이게 바로 내가 기대했던 월송정이라고.

월송정 솔숲
월송정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해안도로를 타는 바이크 라이딩은 이 필요 . 특별한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자체로 여행이 완성된다. 특히 오른쪽에는 청량하고 투명한 바다 고, 왼쪽에는 태백산맥의 줄기를 끼고 달리는 해안은 최적의 라이딩 장소임이 틀림 없다.

중간중간 눈에 띄는 경치가 있으면 바이크를 세우고 어간다. 서둘러 목적지에 도달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니 사실 목적지가 따로 없다고  수도 있다. 이크가 닿는 모든 길이, 우리가 멈춰서는 모든 곳이 적지이고 여행지이다.


울진의 숙소까지는 150km 정도를 달려서 도착했다. 결코 짧지 않은 거리인데다 열흘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전을 했으니 여독이 쌓였을 만도 한데 남편은 오히려 쌩쌩해 보였다.

붑커>> 바다만 오면 힘을 얻는 느낌이야.

힘들면 울진에서 하룻밤 더 자면서 푹 쉬어가자고 할까 했는데 기우였나보다. 바다는 남편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 기세를 몰아 내일은 좀더 위로 올라가보려 한다.

울진의 작은 항구


여행 9일째. 15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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