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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3. 2024

살아있는 도시, 부산

6~7일차: 통영->부산

남편이 가장 궁금해했던 도시는 아마 부산일 것이다.

부산이 그렇게 좋다던데.

부산바다 보러가고 싶다.

부산이 일자리가 그렇게 많다던데. 나중에 부산에서 살까?

라면서 본적도 없는 부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바다와 모험을 좋아하는 남편 미지의 해안도시이자 우리나라 제 2의 도시라는 부산 대한 호기심을 풍선처럼 부풀려갔다.

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한번 가볼까 했지만 빙판길에 연휴기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어서 포기했던 곳.

그랬던 부산 이번에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송도용궁구름다리. 다리 끝부분에서 작은섬을 빙 둘러 걸으며 사방으로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광역시인 부산은 관광지 한곳 한곳 움직이는 것이 웬만한 작은 도시들 간을 이동하는 것과 맞먹었다. 단 숙소에서 해안가로 나가는 것부터가 10km였다(저렴한 숙박을 위해 관광지와 다소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그런데도 이동시간이 생각만치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아마 부산사람들의 화려한 라이딩 덕일 것이다.


오기 전부터 부산 택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같이 달려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일단 김해에서 부산으로 넘어 오자마자 도로의 분위기는 탈바꿈한다. 비단 택시뿐만이 아니라 든 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도로를 굴러간다기 보다는 미끄러져 간다고 해야 하나.

붑커>> 저기 저 경차는 곧 날아가게 생겼다.

작은 차가 내리막을 피융 달려나가는 모양이 정말로 비행 전 활주하는 모습 그 자체다.


부산의 차들이 제한속도로 달리는 것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나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묘하게 빨라 보인다. 기타 구간에서는 단속을 하건 말건 규정 속도에서 10~20은 더해서 달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크도 예외는 아니고, 시는 뭐..말할 것도 없이 홀로 고속도로를 달린다.

나>> 부산 사람 중에 딱지 안 끊어본 사람 없을 것 같지 않아?

붑커>> 하하, 아마 그럴 듯.

여기서 우리만 모범생처럼 느리게(?) 달리고 있을 순 없다. 로마에 오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하듯이 부산에서는 부산인이 되어야 한다. 어설픈 자는 부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남편은 본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적응력이 빠른 걸 꼽고는 한다. 그 장점이 부산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더이상 다른 차들이 빨라 보이지 않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우리도 그만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것. 남편은 도시에서의 질주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지루할 틈이 없어 재미있다고 한다. 이정도면 정말 부산으로 이사를 와야 하나.

붑커>> 나는 부사니안!

인정. 당신을 부사니안으로 임명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정도로 속주를 하면서도 경적소리가 오히려 우리동네보다 덜 울린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경적을 울리는 경우는 두가지인 것 같다. 하나, 정말로 위험할 때. 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는데 앞차가 0.1초만에 출발하지 않았을 때.  외에는 서로의 자잘한 실수에 너그러운 편이다.

부산인들은 누구보다 급하게 운전하지만, 또 누구보다 질서있게 운전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터널에서 80가까이 속도를 내다가도 차가 밀리는 것 같으면 모두가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지켜 줄지어 터널을 빠져나간다.

차선을 바꿀 때도 그렇다. 누군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려다가도 뒷차가 빠르게 다가오는 걸 보면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도 처음에는 우리 앞으로 끼어들려는 다른 차가 보이면 깜짝 놀라 경적을 울렸는데, 중에는 알아서들 잘 하려니 하고 다녔다.



씽씽이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꼬마아이 마저 화려한 발짓으로 드리프트를 하는 걸 보고 깨달았다. 부산인들은 정말이지 타고난 운전자인 게 틀림없다.




감천문화마을은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였다. 이곳은 본래 재개발을 하려다가 기존의 마을을 보존하여 관광지로 부상시킨 케이스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급성장을 이뤄낡은 것은 허물고 새것으로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예스러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워진 곳들이 많아 아쉬운 면도 없잖아 있다. 끔하고 용적인 것도 좋지만, 도시의 미관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시간과 정서가 녹아있는 공간을 대로 두어 독창적인 명소로 활용하는 것도 똑똑한 방법이다.

조카인 오마이마가 좋아하는 BTS도 있어서 찍어 보내주었다.
아무것도 없었다면 그저 가파르고 숨찬 계단이었을텐데, 벽화로 인해 마을 전체가 예술작품이 되었다.
감천문화마을의 전경. 남편이 그토록 고대하던 풍경이 드디어 눈앞에.




다음날은 주로 해변을 따라 움직이며 안리,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해동 용궁사까지 다녀왔다.

해운대. 5월의 바닷물은 수영하기엔 아직 차다.





해동 용궁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돌다리의 끝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는 문구가 쓰인 아치형 입구가 있다.

나>> 어때, 동의해?

붑커>> 응. 진짜 진짜.

바다와 맞닿아 있어 더욱 신비로운 자태를 자랑하는 해동 용궁사는 도명당으로도 알려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절의 한쪽에는 신자들이 기부한 공양미가 가득 쌓여있고,  한편에는 각자의 염원을 적어 걸어둔 나뭇잎 모양의 금박 소원지가 주렁주렁 달려 람에 흔들리는 것이 마치 금빛 나무같다.

웅보전에는 한 사람이 지극정성으로 절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누가봐도 간절하여 부처님께서 꼭 기도를 들어주셔야만 할 것 같았다. 어떤 기도를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꼭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바라며 우리도 두손 모아 잠깐동안 기도를 드렸다.



밤에는 광안대교의 야경을 감상하러 광안리 해수욕장을 다시 찾았다. 어둠속에 영롱하게 서있는 대교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채 해변을 걷고 있는데, 모래사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무슨 행사를 하는가 해서 가보았더니 드론쇼를 보려고 다들 모여 있는 것이었다. 드론쇼 시작 전부터 사람들은 광안리 해변을 가득 웠다. 돗자리를 깔거나 캠핑의자 등을 가져와 모래밭에 앉아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수욕장의 도로측에는 줄지어 선 포차에서 음식, 주로 술과 안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 사이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도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우리는 상경한 시골쥐들처럼 얼이 빠져 이리저리 쓸려다녔다.


조금 더 걷다보니 포차구간이 나고 작은 한옥마을처럼 꾸며둔 장소가 나왔다. 전통간식도 팔고, 활쏘기나 만들기 등 전통체험, 옛날 옥사체험, 야바위꾼로 분장한 마술사의 공연 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 두었다. 특히 옥사체험은 같이 온 일행을 곤장으로 응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인기가 가장 많아 보였다.

남편에게도 곤장맛을 보여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드론쇼가 시작된 것이다.

"와아-"

하늘에 뜬 수백개의 드론이 방향과 배치를 바꿔가며 예쁜 별자리를 수놓았다. 란스럽던 광안리가 일순간 아주 큰 공연장으로 변한다. 관객들은 왜앵하는 드론의 날개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을 죽이고 드론의 움직임에 집중다.  


알고보니 드론쇼는 매주 토요일마다 광안리에서 하는 행사라고 한다. 운좋게도 마침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토요일이었던 덕에 눈부신 드론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날 보았던 드론쇼는 부산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 했다. 화려하고, 다채롭고, 대적이고, 그러면서도 한국적이다.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부산. 어찌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깨닫고 가는 이틀이었다.

6일, 7일째. 15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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