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너무 좋다. 우리 아저씨도 바이크 타는데." 옆에 계신 어머님께서도엄지를 치켜 세우며 거드셨다.
"오, 무슨 바이크 타세요?"
"아저씨는 할리 데이비슨."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말에 남편의 눈이 반짝인다.
"우와. 큰 거 타시나봐요."
"맞아요. 1700cc 짜리."
와우. 이번에는 남편이 엄지를 척 세운다.
바이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보리암까지 금방이었다.
"천천히 조심해서 잘 다녀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분들을 만나서 절에 오르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했다. 매점이 있으면 작은 커피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보답할 만한게 아무것도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보리암까지는 20분 정도 오르막 산길을 걸으면 되었다. 절에 오르면 금산의 쏟아져 내릴듯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고 아래로는 해안가가 내려다보인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고자 보리암에서 기도를 드리고는 훗날 왕이 되어 그 보답으로 비단이라는 뜻의 금산이라는 이름을 이 산에 내렸다고 한다. 아직도 그 기도한 자리가 보리암의 한쪽에 남아있어 사람들도 각자의 소원을 빌기 위해 발걸음을 한다. 우리도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맘속으로 기도를 했다.
보리암에서 내려가는 길에도 정류장에 버스는 없었다. 혹시 올라올 때와 같은 운이 따라주려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한 사람이 이제 막 내려가려는 듯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그분에게 다가갔다.
"저기.."
"네?"
운전자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이었다.
"혹시.. 내려가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앗 저희도 내려가는데.. 괜찮으시면 저 아래 주차장까지만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네 타세요."
오 세상에.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 이런 천사같은 분을 만나다니.
"감사합니다~ 진쫘 감사합니다~" 남편이 연신 인사를 했다.
태워주신 분은 시흥에서 오셨는데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이 곳까지 왔다고 했다. 삼천포와 남해를 여행하고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저희는 바이크를 타고 와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가 없었거든요.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 바이크라 그랬군요. 멋있네요. 바이크로 다니시면 힘든점은 없나요?"
"음.. 비만 오지 않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아니야 힘드뤄 힘드뤄요." 남편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까지 왔다.
"저게 저희 바이크예요. 덕분에 잘 왔어요. 감사합니다!"
"네~ 즐거운 여행 하세요."
우연히 마주친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소박한유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여행에서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불과 일분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평행선 같은 사이인데, 잠깐의 만남으로 두 선이 살짝 스치는 작은 교차점이 생기고, 때로는 그 순간이 평생의 기억에 한 페이지로 남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고마운 사람들로부터 두번이나 도움을 받다니. 보리암에서의 기도가 벌써 효험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