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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08. 2024

차는 마시는 것으로도 보는 것으로도 건강을 준다

3일 차: 보성->순천

붑커>> 한국의 날씨는 정말 신기해. 비가 하루종일 내리다니. 모로코에서는 비가 와도 한두시간 내로 보통 그치거든. 우산이 없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면 치기를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

나>> 아 정말? 신기하다. 여기는 며칠 연속으로 내릴 때도 있잖아.


다행히 날씨가 아주 무자비하지만은 않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비가 말끔히 그쳐 리는 드디어 녹차밭을 보러갈 수 있었다. 은 구름 사이로 살짝이 비추는 햇줄기가 반가웠다.


녹차밭을 가는 길에는 녹차축제가 한창이었다. 축제기간인 줄은 모르고 갔는데, 활짝 웃으며 맞아주는 주차 안내 직원분 둘러보고 가시라는 말에 솔깃하여 축제장으로 들어갔다. 차를 비롯한 여러 차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즐길거리, 거리가 가득한 아주 큰 규모의 축제였다.

나>> 오늘까지 비왔으면 여기 준비하신 분들 엄청 속상했겠다. 이렇게 잘 해놨는데.

붑커>> 그러게 말이야.

 

축제장도 둘러보고 간식부스에서 간단히 요기도 하고서 다시 녹차밭으로 향한다.

녹차밭 들어가는 길의 울창한 삼나무 숲


보성 녹차밭 대한다원


전날 내린 비를 듬뿍 머금은 녹차들이 싱그러운 빛깔을 뽐낸다. 나무와 풀들이 내뿜는 산소를 음미하며 차밭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느 방향으로 찍으나 한폭의 그림이 되어 핸드폰 카메라를 쉬이 내려놓기 어려운 절경이다.


잠깐만 머물렀는데도 가슴이 상쾌해진 기분이 든다. 이런 곳에서 한 일년 살면 몸도 마음도 깨끗이 치유될 것 같다.

 

보성에서는 대한다원 말고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녹차밭을 볼 수 있다. 지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가 녹차밭을 감상하기 제격이라 해서 르게 되었다.

카페의 아래층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녹차밭

남편은 위의 사진을 찍고는 '오늘 중 최고의 순간'이라면서 아주 만족했다. 실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는 별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자연, 여유, 거기에 좋아하는 커피 한잔만 있으면 그것으로 최고의 순간이 완성되기도 한다.




오후 세시 즈음 순천만습지에 도착했다.

석양에 은은하게 물든 갈대밭의 파도가 기억에 생생해서 남편도 꼭 데려오고 싶었던 곳이다. 옛날에 왔던 순천만습지는 잔잔하고 따뜻한 황금빛으로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다면, 이날은 5월의 넘치는 생기를 품은 푸른 빛깔로 넘실대고 있었다.


순천만습지 입장권이 있으면 순천만국가정원까지 당일 무료입장이 가능한데, 우리는 다리가 피곤해서 습지까지만 보기로 했다. 곳에 진득 머물며 하는 여행이 아니기에, 지나는 곳마다 하나 혹은 두 가지 정도의 명소만 골라서 가고 있어서 선택에 더욱 신중해진다. 우리 둘 다 자연에 애정이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순천에서는 순천만습지를 골라서 가게 되었다. 미처 가지 못한 곳들은 훗날을 기약한다.


여행 3일째. 8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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