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닷가의 시골길은 산촌과 어촌을 동시에 지난다. 바이크를 달리면 바다를 건너고 숲을 스쳐온 짭짤하면서도 상큼한 바람의 향기가 맡아진다.
남해에서 통영으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그림같은 시골길
통영은 아담한 항구를 도시가 끌어안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의 상상 속 통영은 관광객이 넘치고 조금은 소란스러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깨끗하고 잔잔한 바다에 정박된 작은 배들, 그 위를 가로지르는 백색의 다리와 그 옆 광장의 통기타 버스킹 노랫소리, 아기자기한 벽화마을, 산책하는 주민들 등..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왜 우리나라의 나폴리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 피서철이 아니라 사람이 많지 않아 그랬을까?
강구안 포구에 놓인 다리를 배경으로
임진왜란에서 활약했던 거북선의 모양을 딴 배. 옛날에는 강구안 포구가 군항이었다고 한다.
배들이 쉬고 있는 통영의 한 공원
포구 앞의 언덕을 올라 동피랑 벽화마을을 걸어다녔다. 조그마한 집들이 오밀조밀 붙은 모양새가 정겨운 마을이었다.미로처럼 좁은 골목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곳곳에 숨은 벽화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동피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동쪽의 비랑이라는 뜻인데, '비랑'은 통영 사투리로 비탈을 의미한다고 한다.
저녁에는 해가 질 때까지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포구의 빛깔을 바라보았다.해질녘의 연분홍빛 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 배 한척, 잔잔한 물결, 낮게 깔린 구름.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있자니 한번쯤 이런 곳에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삶이려나.. 상상해보았다.
막 이사를 온 한달 정도는 모든게 낯설고, 여행하는 기분도 들것이다. 새로운 공기, 새로운 집, 새로운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