붑커>> 한국에서 사는 게 왜 좋은 지 알아? 도시에서 한 발짝만 나가도 자연이 있기 때문이야.
집에서 차로 불과 10~20분만 나가면 논밭과 산이 있고 냇가가 있다. 도시 안에도 크고 작은 공원이 여러 군데 조성되어 있다. 주택에서는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도회지와 시골의 이러한 공존은 남편에게 굉장히 이례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붑커>> 한국은 아주 작은 땅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아. 다들 뭔가를 심어서 기르고 있어. 그래서 나무도 풀도 풍성한가 봐.
서울 근교에서 만난 예쁜 강변길
그래서인지 서울에 가까워져도 여전히 산은 푸르고 하천은 힘차게 흐른다. 강은 오히려 더 넓고 깊어진다.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이어지는 물줄기이다. 남편은 한국에 얼마나 물이 풍부한지, 가는 곳마다 물이 있어 놀랍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 동네의 별로 크지 않은 동산에도 시냇물이 흐르니 말이다.
가로수가터널처럼 우거진북한강변의 굽이진 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차들 뿐 아니라 혼자서,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바이크를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중간에 한 유명한 카페가 있다기에쉬기도 할 겸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바이크를 대는데 주차안내요원분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멀리서 오셨나 봐요."
"네~ 익산에서 왔어요."
"익산이요~?! 와아."
직원분께서는매우 친절하게 주차를 도와주시고 사진 찍는 것까지 '여기 서서 찍으면 잘 나온다'며 적극적으로 가이드해 주셨다.
그날은명절이라 장이 열리지 않아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광장시장. 그곳에 오늘 드디어 들어가게 되었다.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이라 한 번쯤 데려오고 싶었던 곳이다.빈대떡과 꼬마김밥이 모두 입맛에 맞는지 잘 먹는 남편을 보니 뿌듯하다.
광장시장에서 녹두빈대떡 맛보기.
저녁에는 고등학교 친구 케로로(별명)를 오랜만에 보기로 했다. 케로로와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분도 같이 만났다. 고향 친구이지만 몇 년을 서울에 살아서 서울 사람이 다된 케로로. 우리에게 맛집도 찾아주고 놀러 갈만한 곳도 추천해 주었다.
케로로는 결혼 후에도 서울에서 살 거라고 한다. 남편이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케로로는 사람이 많은 서울이 좋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왠지 알 것 같다.
서울에서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걸어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만 해도 심심하진 않을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현지인과 여행객이 한데 섞여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성격인 나는 서울의 이런 활기가 약간 버겁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서울의 매력임은 틀림없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채를 지닌 서로 다른 얼굴들이 어우러져 너와 내가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곳.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면모들이 서울의 미를 완성시키고 서울의 정체성을 빚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