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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9. 2024

I LOVE SEOUL

14~15일 차: 춘천->서울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했던 말이 있다.

붑커>> 한국에서 사는 게 왜 좋은 지 알아? 도시에서 한 발짝만 나가도 자연이 있기 때문이야.

집에서 차로 불과 10~20분 나가면 논밭과 산이 있고 냇가가 있다. 도시 안에도 크고 작은 공원이 여러 군데 조성되어 있다. 주택에서는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도회지와 시골의 이러한 공존은 편에게 굉장히 이례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붑커>> 한국은 아주 작은 땅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아. 다들 뭔가를 심어서 기르고 있어. 그래서 나무도 풀풍성한가 봐. 

서울 근교에서 만난 예쁜 강변길

그래서인지 서울에 가까워져도 여전히 산은 푸르고 하천은 힘차게 흐른다. 강은 오히려 더 넓고 깊어진다.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이어지는 물줄기이다. 편은 한국에 얼마나 물이 풍부한지, 가는 곳마다 물이 있어 놀랍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 동네의 별로 크지 않은 산에도 시냇물이 흐르니 말이다.



가로수가 터널처럼 우거진 북한강변 굽이진 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차들 뿐 아니라 혼자서,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바이크를 달리 사람들이 많다.


간에 한 유명한 카페가 있다기에 쉬기도 할 겸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바이크를 대는데 주차안내요원분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멀리서 오셨나 봐요."

"네~ 익산에서 왔어요."

"산이요~?! 와아."

직원분께서 매우 친절하게 주차를 도와주시고 사진 찍는 것까지 '여기 서서 찍으면 잘 나온다'며 적극적으로 가이드해 주셨다. 

건물 외벽은 담쟁이로 뒤덮여 오래된 옛 성처럼 보이는 카페였다. 내부에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고, 창밖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의 조경 인상적이다.

한 시간가량을 쉬었을까. 슬슬 다시 움직이기 위해 바이크로 갔는데 우리 옆에 또 다른 바이크가 주차되어 있었다. 한 중년 남성분의 바이크였다. 우리는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바이크로 금세 내적 친밀감이 쌓여 서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녕하세요~ 멀리서 오셨다면서요."

앗. 아마도 주차안내요원분께 이미 우리 얘기를 들으셨나 보다.

"무슨 바이크인가요?"

"이건 혼다 CT예요."

"아~두 분이서 이렇게 같이 다니시나 보구나."

"네!"

"아유 그래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짤막한 담소만으로도 너지가 차오르는 게 참 신기하다. 오가며 만나는 짧은 연들이 쌓여 우리의 여정을 도와주고 있는 기분이 든다.



서울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도로가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하필 퇴근시간이 겹쳤는지 8차선 도로가 꽉 차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나>> 서울에서 운전하는 거 어때? 힘들지 않아?

붑커>> 정 마. 사블랑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 맞다. 남편이 모로코에서도 교통체증으로 악이 자자한 카사블랑카 출신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의 증언에 따르면 카사블랑카에서는 교통법규를 지키는 차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는데..

나>> 에이 거짓말. 그래도 지키는 사람이 있겠지.

남편>> 진심으로. 아무도 없어.

나>> 아..

남편이 부산에서 운전할 때에 평온해 보였던 이유가 있었구나.



남편에 의하면 서울은 도로에 차가 많아 밀리기는 하지만 카사블랑카와는 비교할 것도 없을뿐더러 부산에 비해서도 운전하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일단 도로의 폭이 넉하여 편하고, 사소한 교통법규일지라도 어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돌발상황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 

나도 처음에는 뒤 양옆으로 가득한 차들에 등이 촉촉해질 정도로 긴장을 했만, 시간이 지나자 남편 말이 맞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다음날은 사실 그간의 여행으로 피곤이 쌓인 탓에 격적으로 서울 관광에 나서지는 않았다. 푹 자고 느지막이 숙소를 나서 대문과 종로 등을 바이크로 천천히 돌아다녔다. 

원효대교를 달려 한강을 건너간다. 드넓은 한강의 잔물결이 화창한 주말의 햇살에 반짝이 일렁인다. 시원한 강바람이 바이크에 맞부딪 살짝 더워지려고 하는 오월 한낮의 공기를 식혀주었다.

어제만큼 도로가 막히지 않아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조금 생겼다. 반짝이는 빌딩, 시원하게 뻗은 대로, 다들 어딘가로 바쁘게 향하는 개성 넘치는 행인들, 거리 가득한 대화소리와 웃음소리, 노점에서 풍기는 음식냄새, 백화점의 향수냄새, 왁자지껄한 번화가의 사람냄새.

실로 오랜만의 서울이었다.


홍제천 인공폭포. 이처럼 서울에는 도심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소도 중간중간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준다.


광화문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포에 떨고 있을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생각하며 적게나마 후원도 했다.


재작년의 추석. 남편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때에 함께 서울을 여행했었다.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경복궁, 익선동.. 한복을 입고 추석 분위기를 내며 고궁과 옛 가옥들을 둘러보았다.

그날 명절이라 장이 열리지 않아 발걸음을 돌려야 했 광장시장. 그곳에 오늘 드디어 들어가게 되었다.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이라 한 번쯤 데려오고 싶었던 곳이다. 빈대떡과 꼬마김밥이 모두 입맛에 맞는지 잘 먹는 남편을 보니 뿌듯하다.

광장시장에서 녹두빈대떡 맛보기.

저녁에는 등학교 친구 케로로(별명)오랜만에 보기로 했다. 케로로와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분도 같이 만났다. 고향 친구이지만 몇 년을 서울에 살아서 서울 사람이 다된 케로로. 우리에게 맛집도 찾아주고 놀러 갈만한 곳도 추천해 주었다.


케로로는 결혼 후에도 서울에서 살 거라고 한다. 남편이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케로로는 사람이 많은 서울이 좋다고 했다.  말의 의미를 왠지 알 것 같다.


서울에서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걸어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만 해도 심심하진 않을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현지인과 여행객이 한데 섞여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성격인 나는 서울의 이런 활기가 약간 버겁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서울의 매력임은 틀림없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채를 지닌 서로 다른 얼굴들이 어우러져 너와 내가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곳.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면모들이 서울의 미를 완성시키고 서울의 정체성을 빚어나간다.


남편>> 솔직히 서울 너무 예쁘지 않아?

나>> 맞아. 정말 예쁜 도시지.

서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있기에, 서울이 수도로서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14~15일째. 130km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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