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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21. 2024

다시 남쪽으로

16일 차: 서울->아산

이제 방향을 아래로 틀어 수원으로 향한다. 오랜만의 하행선이라 낯선 기분이 든다.

달라진 햇빛의 방향도, 미세하게 변한 바람의 결도,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가 다가온다는 약간의 아쉬움도.



수원 스타필드에 별마당 도서관이 개관한 이후 한동안 발디딜 틈 없을만큼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 기가 한결 잦아들어 한가롭게 둘러보기 좋았다.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도서관에서 나와, 수원에 왔다면 빠트릴 수 없는 화성행궁에 입장했다. 조대왕의 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효심이 녹아있으며, 왕권 강화와 정치개혁의 꿈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공간이다.

정문에서 근엄한 수문장님과 기념촬영


수라간 식재료와 수라상의 모형. 검소한 식사를 했다고 알려진 정조대왕님의 수라는 한눈에 보기에도 임금에게 올려진 것이라기엔 단출하다.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인 봉수당.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의 내부 모습


추억의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화성행궁


단정하면서도 멋드러진 소나무 아래에서


남편은 이런 역사유산을 관람하는 것을 즐긴다.

붑커>> 옛사람들이 얼마나 똑똑고 정교한 기술을 가졌었는지를 보면 참 대단해. 붕의 모양이나 작은 그림장식만 보아도 알 수 있어.


수원화성의 견고하게 쌓인 성곽을 걸으면서도 남편은 감탄을 이어갔다. 성벽에 나 있는 총구를 밀어넣는 작은 창을 가리키며 남편이 말했다.

붑커>> 여기 이 구멍은 수평으로 뚫려 있고, 그 옆의 구멍은 땅을 향해 뚫려 있네. 각 멀리 있는 적과 성벽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적을 쏘기 위해서인가봐. 정말 대단하다.

21세기의 참단기술을 누리며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고 발굴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시대만의 지혜와 영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온고지신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수원 화성



아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평택의 한 바이커 쉼터에 도착했다. 남편이 예전에 우연히 발견하여 지도에 표시해 두었던 곳이라고 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바이크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 바이크를 개조하여 의자나 휴지통, 장식품 등으로 만들어 바이커 쉼터답게 잘 꾸며 놓았다.
개성 넘치는 재떨이. 해골바가지 장식이 그 어느 금연 권고 문구보다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평택에서 얼마 안가 아산에 도착했다.

오늘의 숙박을 아산에서 하게 된 건 순전히 쉬기 위해서다. 양온천역 근처에서 온천수로 목욕을 면 여독을 푸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  

아산예로부터 임금님들의 질병치료를 위한 휴양지였을 만큼 유황온천수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온천수가 나오는 호텔들이 여러 곳 있는데 우리도 그 중 한곳에 머물렀다.


여기서 신기하면서도 생소한 모로코의 문화를 잠시 짚고 가자면, 모로코에서는 대중탕에서도 남자들은 속옷을 벗지 않고 목욕을 한다. 여자들은 우리나라와 똑같이 맨몸으로 사우나를 이용하는데 반해 남자들만 그렇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남편은 사우나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맨몸으로 탕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러워 한번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산에서는 숙소 안에서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어 남편도 드디어 마음 놓고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침대 있고 변기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싼 숙소를 골라서 다녔는데, 오늘만은 숙소에 투자를 좀 했다.

온천물에 잠깐 담갔을 뿐인데도 피부가 미끌미끌 보드러워졌다. 모처럼 호사스러운 휴식을 취하는 저녁이다.


P.S. 모로코에도 페즈 근교의 유황온천이 유명하여 많은 이들이 피부질환을 고치기 위해 찾는다. 온천 가까이 가면 강한 냄새를 뿜는 유황 증기가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16일째. 130k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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