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만큼 먹을 것처럼 생긴 나는 사실 하마처럼 먹는다. 가끔 남편은 내가 먹는 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지금 그거 다 어디로 가?"
하며 껄껄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친구들은 내가 살이 안 붙어 고민이라고 하면 (쳐)맞는 말 하지 말라며 살벌하게 째려본다.
아무튼 난 컨디션만 받쳐주면 진심으로 많이 먹는다.
그날도 위장 컨디션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남편과의 여행이 끝나갈 즈음 방콕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는데 대기 시간이 점심시간과 딱 겹쳤다. 30년 동안 신용카드라곤 써본 적 없던 우리는 장기여행을 시작할 때 공항라운지 사용을 위해 신용카드 하나를 발급받아 둔 게 있었다. 그동안 간간이 잘 썼는데 오늘 또 쓸 기회가 온 것이다.
"좋아. 점심은 라운지다."
그동안은 라운지가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던 우린 이번 여행에서 그 편리함을 쏠쏠히 보고 있었다. 식사도 해결하고 커피도 마시고 무엇보다 널찍하고 푹신한 소파에 기대 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날도 두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뷔페에서 천천히 이것저것 가져다 먹고 있었다. 마침 밥 때라 그랬는지 나는 정말 돼ㅈ.. 아니 복스럽게 먹어댔다. 다섯번째 접시를 담아올 때쯤이었을까 남편은 접시에 담은 것들이 떨어지지 않게 종종종 걸어오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박장대소를 했다.
"뭐야, 왜 웃어..?"
후우 후우 숨을 고른 남편은
"그러지 말고 그냥 의자를 저기로 가지고 가는 건 어때?"
하더니 새어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다시 배를 움켜쥔다.
무슨 소리인가 잠깐 멈칫했던 나도 이해하곤 같이 웃음이 터졌다. 하도 음식과 테이블 사이를 왔다갔다 하니까 그냥 음식이 있는데에 의자를 두고 거기서 먹는 게 낫겠다는 거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고 깔깔 웃었다.
"아냐. 나 이제 진짜 배불러. 그만 먹을거야."
남편은 아직도 끄윽끄윽 웃고 있었다.
"근데 이 계란 너무 맛있다. 진짜 딱 하나만 더 먹어야겠다. 여보는 뭐 마실래? 차 좀 타다 줄까?"
웃느라 제대로 못 먹는 남편을 놔두고 나는 또 새 접시를 채우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