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스 두 이과수
그렇다. 이과수라는 이름 자체가 남미의 원주민들 중 하나인 과라니인들의 말로 '거대한 물'을 뜻한다고 하니. 이름만으로도 남미 최대의 폭포, 나아가 세계 3대 폭포에 드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이 맞닿은 곳에 있어 폭포 주변을 걸으면 핸드폰에 외교부 문자 알림이 브라질인지 아르헨티나인지 오락가락한다. 폭포의 80%는 아르헨티나 측, 20%는 브라질 측에 속해 있다고 한다. 양측 모두 장관이며 각자 다른 매력을 지녀 이과수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반적으로 두 곳 다 방문을 한다. 하지만 얼마 전 폭포에 물이 심하게 불어나 아르헨티나 측 이과수 폭포의 최대 관람 포인트인 '악마의 목구멍'에 있는 데크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우리가 방문할 무렵에는 아르헨티나 측 이과수에선 티켓을 끊더라도 악마의 목구멍은 볼 수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에게 선택지는 브라질 밖에 없었다. 악마의 목구멍이 중요한 이유는 이과수의 하이라이트인, 마치 악마의 괴성처럼 굉음을 내며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 쏟아져내리는 폭포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반갑게도 아르헨티나 측 악마의 목구멍 데크공사가 완료되어 출입이 재개되었다고 한다.
브라질 측 이과수 폭포에 가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포스 두 이과수라는 도시로 날았다. 스페인어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에 오자 인삿말이 입에 잘 안 붙으면서도 반가웠다. 또한 아르헨티나에 비해 그 물가가 많이 차이날 땐 절반 정도라 갑자기 행복지수가 올라가기도 했다. 구운 닭다리, 밥 한 접시, 샐러드까지 3달러 정도. 커피도 한잔에 1달러. 천국이다 천국.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과수에 해지기 전에 다녀오려면 오전 중으로 출발하는 게 좋다. 동네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한번 더 갈아타고서 30~40분 정도 더 달리면 이과수 폭포 입구에 도착한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또 한번 국립공원 내부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폭포가 나온다. 그래서 가는 데에만 넉넉히 2시간은 잡는 것이 좋다. 관람할 때에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어떤 분들은 노을지는 이과수를 보기 위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맞춰 가신다고도 듣긴 하였다.
수십개의 폭포가 동시에 쏟아지는 장관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 낙하한 폭포수는 콰르르 콸콸 거친 기세로 흐르는 황색의 강을 만들어 낸다. 보고 있으면 저 큰 물에 순식간에 쓸려가는 상상이 되어 겁이 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새가 되어 유유히 저 위를 날아보고도 싶어진다.
실제로 폭포 위를 날으며 감상할 수 있는 헬기 투어가 있다. 고가이긴 하지만 드론을 날려야만 볼 수 있을 폭포의 전경을 두 눈으로 날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보트 투어로 폭포 가까이 접근할 수도 있다. 보트 위에 타고 있다고는 해도 물줄기 가까이에선 물이 다 튀어 수영을 한 거나 다름 없게 흠뻑 젖는다고 한다. 우리는 투어에 큰 관심은 생기지 않아 눈으로만 감상했지만 폭포를 좀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이과수 폭포의 코스 마지막에는 그 대미를 장식할 악마의 목구멍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다가갈수록 그 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고막을 때리고 마침내 악마의 목구멍 앞에 섰을 땐 정말이지 악마에게 삼켜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가 하는 착시마저 일으켰다. 우레처럼 떨어지는 물줄기, 아니 물덩이라고 불러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묵직한 낙수와 동시에 파아아 날아오르는 물안개는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도 보였다. 물이 사정없이 부닥치며 만들어 내는 엄청난 마찰음은 천둥과 지진의 소리마저도 삼켜버릴 것 같다. '악마의 목구멍'. 누가 처음 생각해냈는지 참 대체 불가하도록 잘 지은 이름이다.
관람객들은 악마의 목구멍 앞에 마련된 데크를 따라 물과 아주 가깝게 걸어볼 수 있다. 악마의 목구멍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이다. 튀어오르는 물을 잔뜩 맞아, 걸은지 1분만에 머리가 물미역이 되었다. 남편은 우비를 입었고 나는 귀찮아서 그냥 시원하게 물을 맞고서 나중에 말렸다.
이렇게 이과수 폭포 관람이 끝나며 오늘 하루도 저물고, 우리의 남미여행도 다 저물었다. 많이 걸었더니 배도 고프고 남미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조금 거하게 즐겨볼까 해서 고기뷔페에 들어갔다. 구글맵에서 평점이 좋아 들어간 곳인데 일단 현지 주민들이 다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 진짜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표현을 거하다고 한 것이지 차려진 음식에 비해 값이 아주 싸다. 우리나라 돈으로 인당 만오천원. 뷔페에다가 무려 소고기가 무한리필이다. 그것도 불에다가 갓 구워낸 고기 덩이를 그 자리에서 뭉텅뭉텅 썰어서 준다. 포스 두 이과수의 맛집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남미에서의 카우치서핑도 이과수가 마지막이다. 우리를 두 밤 동안 재워준 월터는 그의 귀여운 딸과 함께 터미널까지 우리를 데려다주며 가는 길을 배웅해주었다. 후에 언제든 한국에 놀러오시면 연락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여행 중 만난 카우치서퍼들과는 모두 좋은 기억들만 있어서 헤어질 때마다 '한국이나 모로코에 오시거든 저희 집에 꼭 들러주시라'는 말을 빼지 않고 하게 되었다. 우리가 받은 만큼 그들에게도 언젠가 돌려줄 수 있길 바라며.
이과수에서 우리는 남미 대륙을 떠나지만 그렇다고 이 여행이 마지막은 아니다. 그 어느 곳보다도 강한 자석처럼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남미. 그 자성에 이끌려 언젠간 이곳에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은 채 우리는 다음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