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모로코
엘 자디다의 시댁에서는 마스터 셰프 못지 않은 긴장감이 감도는 요리경연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조카들, 심사위원은 나머지 식구들이 맡았다. 경연에 앞서 아래와 같이 각자 요리할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과연 누가 가장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요리를 완성할 것인가. 집중하는 눈빛, 정교한 칼질, 거침없이 반죽을 치대는 손길에서 우승을 향한 참가자들의 결의가 느껴진다.
이제 저마다 정성스레 플레이팅한 요리를 드디어 심사위원들의 앞에 선보일 시간이다.
"만든 음식에 대해 알려주세요. 먼저 야신."
진행자 붑커의 말에 참가자 야신은 본인의 음식 앞에 서서 설명을 시작한다.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친다.
"제가 만든 건 퀘사디아라는 겁니다. 타코스와 비슷한 것이죠. 들어간 재료는 계란, 또르띠아, 그리고..."
한명씩 음식 소개가 끝나고 떨리는 심사의 시간이 다가왔다. 최고의 맛을 구현한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그런데 다들 요리하느라 배가 고팠는지 모두가 우선 먹느라 바쁘다. 잠시 후. 소스까지 깨끗이 닦아 먹은 접시에는 광이 날 정도다. 맛 평가도 잊고서 심사위원이고 참가자고 할 것 없이 다 함께 식사를 즐긴 듯 하다. 아무래도 모든 음식이 맛있었던 모양이다.
"우승자는 에이멘!"
우승컵은 조카들 중 최고령인 에이멘에게 주어졌다. 그는 평소 식사때 주스를 만들거나 종종 그의 특기인 토마토 스파게티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요리를 즐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자는 한명이지만 남김 없이 비워진 식탁을 보면 모든 참가자들이 준수한 음식을 만들었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올해의 붑커네 가족배 요리경연대회는 그렇게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또한 차기 대회에서는 최연소 참가자이지만 열정만큼은 남달랐던 야신이 진일보한 실력으로 돌아와 금번의 아쉬움을 딛고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