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살고, 삶을 여행하다

신혼여행기 #18

by 소울메이트

마닐라 공항에 내려 아침식사를 위해 근처의 졸리비(Jollibee)에 들어갔다. 여기 치킨이 그렇게 유명하던데. 과연 그 맛은?

졸리비(Jollibee). 필리핀의 대표 패스트푸드점.

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이다. 추 향이 강하게 나지만 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첫맛이 강렬한 것 아니고 오히려 느끼한 쪽에 가깝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입안에 넣은 치킨조각이 비행기에서 선잠을 자서 몽롱한 나의 혀를 콕콕 자극하며 필리핀에 왔다고 알려주었다.


마닐라에서 코론의 부수앙가 공항으로 가기 위해 양 옆에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를 타고 또 한번 잠시 날았다.

코론 도착.

코론은 작고 조용한 섬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한 발짝 쉬어가는 기분으로 렁설렁 지내기로 했다. 약 두달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놀다보니 마음은 풍요로워도 팔다리는 조금 지쳐있던 건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였지만 이제 바다라면 볼만큼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약간의 게으름도 피우면서 하루를 보내 보았다. 스노클링도 여행 초반에는 두 눈 부릅뜨고 하나라도 더 보려고 했다면, 코론에서는 부드러운 파도에 몸을 맡기고 마음 가는대로 바다를 감싸 안아본다. 이제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게 이상 낯설지 않다. 볼만큼 봤다고 해서 지루해진 게 아니었다. 어느새 우리는 바다와 익숙해지고 친해져 있었다.

살아서 꿈틀대는 듯한 코론섬. 울룩불룩한 지형이 생동감 넘친다.
바다와 맞닿을 정도로 무성한 나무로 뒤덮인 섬.
코론섬의 호수속을 헤엄치는 붑커
크리스마스 장식들 사이로 복작이는 들뜬 사람들.

벌써 크리스마스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신혼여행은 지금까지 내가 한 여행중에는 가장 길게 다른 나라에 머물러 본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여행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 물에 젖을 땐 차갑고 어색한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동화되어 흐르는대로 영하게 된다. 하루이틀 여행할 때에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알차게 보내야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여행이 길어지니 마침표는 잊고 그냥 하루를 살게 되더라. 물론 평소보다 조금은 특별한 기억들로 매일매일을 채워가는 것이긴 하지만. 행과 일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이 느낌이 좋다.

나중에, 더 길게 행을 하게 되는 날이오면 그 때는 또 어떤 여행을 '살아가게'될까 기대가 된다. 또한, 여행할 때 지녔던 호기심 어린 눈과 활짝 열린 귀를 그대로 가진 채 또 다른 여행을 떠나듯 일상을 살아가게 될 앞으로의 날들 역시 기대해 본다.

Life is a journey. Enjoy the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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