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이 음악에 녹아들 때
하늘색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그에게는 비밀로 했다.
'도대체 어디 갔을까?'
가끔 이어폰을 엉뚱한 곳에 두곤 한다.
이 가방 저 가방 찾아보고,
집 안과 사무실을 찾다보면
늘 어디엔가는 있었다.
어떨때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할 때도 있었다.
살짝 포기하고 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찾아질 때도 있었다.
'아 맞네, 지난번에 마트 갈 때..!'
한참 만에 마트 갈 때 주로 메는
에코백에서 찾거나,
'뭐가 불룩하지?'
하고, 청바지 주머니에서 찾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도.저.히.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참으로 아껴 마지않는,
그렇게 아끼는 것 치고는
너무 자주 잃어버리는,
나의 이어폰이 정말 떠나버렸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요녀석이 숨어있음직한 곳을 샅샅이 뒤졌다.
마지막으로 언제 함께 있었는지
화면을 계속 뒤로감아 재생했다.
금요일에 퇴근할 때 분명히... 아닌가..?
한달이 지났다.
결국, 님은 떠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도대체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도저히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으면
인생이 무료하여 견딜 수가 없겠는 것이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퇴근 길에 가끔 운동하러 갈 때,
걸을 때, 달릴 때,
자전거 탈 때(는 한 쪽 귀에만),
출장 갈 때. 그냥 심심할 때.
이때 저때 다 있어야만 하는데 말이다.
보스 이어폰을 새로 산 그 이가
내게 준 하늘색 이어폰.
그가 잠깐 쓰던 물건이었지만
거의 새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오래쓰다보니 그게 누구 손을 거쳐
내게 왔는지에 대한 기억도 가물해졌다.
그건 그저 '나의 것'이었다.
썩 내키지 않는 날이 훨씬 많은 출근길.
그 출근길에 활력을 넣어주는 음악.
이어폰을 귀에 깊숙이 푹 쑤셔넣고
즐겨찾기 되어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켠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따분한 표정의 사람들.
하나같이 입을 일자로 꾸욱 닫고 걸어간다.
앞 뒤로 팔 다리를 휙휙 저어가며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사람들이 밟고 섰는 검은색 아스팔트와
그 위의 흰색 횡단보도와 도로 차선들.
콘크리트 고가도로 기둥들.
빨간색 신호등이 깜빡 깜빡.
조용히 기다리다가 초록색 사람 모양으로
신호등이 탓! 켜지면,
사람 무더기가 우루루 앞을 향해 돌진한다.
그때, 귓가에 들리는 음악은
그 무료한 풍경에 풍선껌처럼
달콤한 색깔의 페인트를 촥- 끼얹어준다.
아쉬운대로
골전도 이어폰을 꺼냈다.
달리기 할 때 몇 번 써봤던가.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데
소음 때문에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소리, 위이-잉 하고 달리는 소리.
볼륨을 높여봐도 음악소리가 묻힌다.
다행히 집에서 직장까지는 딱 두 정거장.
내려서 사무실까지 걷는 시간 15분.
오히려 지하철 타는 시간 보다 길다.
그럭저럭 그 정도로 들리는
음악소리에 적응을 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햇볕이 적당히 따뜻하게 비추고,
바람이 솔솔 부는 날.
자동차 바퀴가 노면을 치고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 발소리.
공유 자전거를 꺼내고 페달을 밟는 소리.
신호등 바뀌는 소리.
가끔 들리는 교통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골전도 이어폰을 얹은 두 귀에
도시의 소음이 박자를 맞추듯 낮게 깔린다.
그 위에 섞여 드는 음악.
마치 배경음악이 깔린 도시를 걷는 기분.
특히 지금 같은 여름이면,
초록으로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로
날아오는 매미소리,
갑자기 비라도 내리는 날엔
우산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
덥다고,
프슈- 하고 한숨 한번 내뱉고 달리는,
한짐 가득 짊어진 트럭까지.
전에 쓰던 이어폰은 눈 앞의 장면을
내가 원하는 색으로 물들여 버린다면,
골전도 이어폰은 걷고있는 길 위에
음표를 하나씩 더해주는 광경이랄까.
새로 이어폰을 살까말까 하며 고민하다가
어느새 적응이 되어버렸나보다.
도시의 소음과 섞여드는 음악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이렇게 지내는 것도
썩 마음에 든다.
내일도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에는
음표들이 동동동동
귀 위에서 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