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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과 이타심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by 백동열

8월 첫 번째 주 금요일에 휴가를 써 편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국장님에게 카톡이 왔었다. 병원 한 곳에서 국책사업에 선정되었으니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장비 구매 업무를 나에게 배정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업체 담당자 명함과 메일을 공유했으니, 월요일 출근 후 확인하면 된다고 안내해주셨다. 신입인 나에게 복잡하고 긴급한 일을 맡긴 거에 굉장히 놀랐고, 통상적으로 2달 걸릴 일을 주어진 시간 내(이번은 2주)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해서, 주말 동안 메일과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쉬는 날 업무 연락을 한 상사에 대해서가 아닌, 이번 일을 하면서 겪은 공공기관 담당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책사업이 까다로운 이유는 촉박한 일정과 공공기관 담당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공격적이지만, 내가 보았을 때 이들은 본인만 생각해 상대방 입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고, 예민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자기 담당 업무가 아니니 알아서 하라고 통보한다. 오히려 본인이 왜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 혹은 왜 본인 업무를 나에게 설명하는지 등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상대방이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해 내 예상 일정을 이야기하고 괜찮은지 양해를 구하고자 연락한 내가 정말 너무 멍청해서 스스로 우스웠다.


8월 초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존재하는데 큰 맥락에서 보면 이번에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하다. 고시반 운영 담당 공무원이 고시반 입주 예정일자 전날 저녁 6시에 입주 일자가 밀렸으니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공지를 올리고 바로 퇴근해버렸다. 입주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고시반 학생들은 당장 머물 곳이 사라져서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고, 새로운 입주일자 전에 또 올라와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만약 고시반 운영 담당 공무원이 학생 입장을 생각했다면, 최소한 며칠 전에 공지하거나 의사결정이 갑작스럽게 정해졌다면 이에 대한 대체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상식과 많이 벗어난 행동을 무책임하게 해 버렸다. 더욱 불쾌한 것은 몇몇 학생이 해당 공무원의 업무 처리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신고했으나, 담당자는 고시반 예산 삭감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민원 취소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즉,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결국 고시반 학생에게 돌아가니 민원을 취소해달라는 매우 비겁하고 이기적인 변명을 들먹이며 끝까지 본인만 생각한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를 보기만 해도 정말 화나는데, 실제로 겪으면 정말 억울해 미칠 것 같다. 상대방을 배려한 내 자신이 너무 멍청하고, 나도 그들처럼 이기적으로 굴어야 피해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스스로 억울해하다가 최근 직장 동기 형이 최근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이 떠올랐다.


형은 나에게 기버, 테이커 그리고 매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해당 단어들은 사람을 나누는 3가지 유형을 뜻하는데, 의미는 말 그대로 기버는 주는 사람, 테이커는 받는 사람, 매처는 기버와 테이커 중간으로 준 만큼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 2가지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중 하나는 기버는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주로 보여줬고, 또 하나는 그룹에서 다수의 사람이 기버인데 한 명이 테이커면 전부 다 테이커로 변한다는 것이다.


난 전형적인 기버이다. 나 스스로 나만한 기버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상대방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형이 이야기해준 성공하는 기버의 특징은 자신이 베푼 만큼 상대방이 기버에게 베풀어 결국 기버는 돌아온 베풂을 딛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실패하는 기버의 경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기만 하다가 나중에 힘이 빠져 성장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 쓴 글에서 내가 위에 작성한 내용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사회생활을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마냥 퍼주기만 하는 즉 호구가 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함과 동시에 여전히 상대방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비록 내가 맡은 일이 다 끝났더라도, 마지막으로 업체 담당자에게 연락해 중요한 내용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병원 담당자에게 전달해 마지막까지 잘 끝낼 수 있도록 신경 쓴다.


피곤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결국 날 위해서이다. 난 상대방을 배려함과 동시에 내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은 경험이 부족하여 대처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이를 직접 경험해 부족한 내 자질을 채우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미래의 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발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기적인 담당자를 겪으면서 화나고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은 전형적인 테이커를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위에서 이야기한 개념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화나고 억울하여 기버 성향을 버리고 테이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스스로 발전하는 과정을 짓밟아 버렸을 수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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