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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 조절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덕목

by 백동열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회사 종무식에서 일찍 퇴근하라고 해 퇴근 후 기쁜 마음으로 회사 동기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작년을 마무리했다. 새해 복 많이 받자는 따뜻한 인사 후 헤어지면서 각자 택시를 탔다. 하지만 난 심야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는데 약 1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난 2022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곱씹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완급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무언가에 빠지면 깊게 들어가 쉽게 헤어 나오질 못한다. 작년의 난 회사에 빠졌다. 입사 초기엔 빨리 적응하고자 퇴근 후 업무를 보곤 했었다. 주어진 일을 끝내면 잘 마무리했단 생각에 후련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과연 내가 잘 마무리했을까, 혹시 미처 내가 보지 못해 놓친 건 없을까란 걱정이 따라붙었다.


규정과 법령을 준수해 정확하게 처리하면서, 동시에 과도하게 많은 업무로 신속함도 필요했다. 아울러 고가 장비 구매 업무와 해외 업체와 연락하는 건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정말 피가 말렸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업무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쓴 글이 있지만, 온갖 부정적인 느낌으로 가득 차있어 구석에 처박혀있다.


12월에는 2022년에 배정받은 업무를 1월까지 전부 다 마무리하라고 해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행히 난 맡은 업무를 주어진 시간 내 내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주변 동료들은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다들 새해부터 풀액셀을 밟고 있다. 나도 다른 동료 업무를 급하게 인수받아 처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머리가 멈춰버린 기분이 들었다. 동기 형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는지, 잠깐 커피 한잔 마시러 가자했다. 눈앞에 보이는 일이 끝나도 또 다른 일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라 지친다는 이야기에 너무 공감이 갔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고충을 아는 것은 우리뿐이란 게 조금 속상했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의 고충이 존재하고,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질 못하기에 나는 속상한 감정은 최대한 숨긴다. 그 이유는 힘듦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지 않을까란 걱정으로 생긴 나의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숨긴다고 해결은커녕 썩어버려 더 큰 어려움으로 돌아올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난 스스로 이겨내야 하고, 지금 당장 생각한 솔루션은 바로 완급 조절이다.


이를 통해 회사생활에 너무 빠지지 않고, 지치지 않는 삶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2023년 새해 목표로 퇴근 후 저녁에 무엇이든 하자고 결심했다. 왜냐면 이전에는 항상 지쳐서 퇴근 후 뭐 하나 제대로 하질 못했다. 정말 힘들었는 건 머리로는 하자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질 못해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다. 무기력하고 볼품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아니, 그 당시에 난 무기력하고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집과 사무실만 반복하는, 마치 흑과 백과 같은 내 삶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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