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에서 나오는 불쾌함
난 다양한 사람을 내가 가진 능력 내에서 돕는 걸 좋아하지만, 절대 참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 호의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내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난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가차 없이 끊어냈다. 설령 상대방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해도, 이미 돌아서버린 내 마음은 돌처럼 굳었다. 물론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사람이라 어쩔 수 없고, 난 바꿀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내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지에 대해선 상대방의 행동이나 언행을 통해 파악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표현조차 하지 않는 상대방을 마주했고, 원래의 나처럼 열심히 도와줬다. 그런데 분명 알려줬는데 나중에 물어보면 완전히 까먹어 버려서 다시 알려줬다. 궁금한 내용이 있어 나에게 물어보는데 질문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아 내가 상대방이 뭐가 궁금한지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상대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삐뚤어졌다.
분명 알려준 사실인데, 며칠 후 마치 백지처럼 다 까먹어서 헤매는 모습을 볼 때 착잡했다. 물론,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도와준 사실조차 잊어버린 걸 알았을 때 느낀 허탈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길래 어느 날은 내가 한번 직접 이야기했다. 메신저로 알려준 내용을 보여주면서, 분명 이때 내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줬는데 어쩌다가 놓쳤냐는 질문에 지금 하겠다고 답했다. 난 왜 안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다시 한번 더 이야기했지만, 똑같은 답을 반복하는 상대방을 보곤 대화할 생각이 사라졌다.
이후 난 생각에 빠졌다. 상대방은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니 지금 하겠다는 말로 얼른 넘어가려는 건가? 본인이 까먹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내가 상대방 의견을 묻지 않고 배려한 거 때문에 내가 할 일을 본인에게 넘긴다는 생각에 일부러 안 한 건 아닐까? 본인이 안 해도 어차피 내가 대신해 줄 거니깐 모른척하고 안 한 건가? 상대방의 침묵은 끝없는 생각의 굴레로 빠지게 만들었다.
상대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보여, 적응할 때까지 내가 잡무를 대신 처리해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해 하나씩 알려주면서 서서히 인수인계 하려는데, 넘기자마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을 놓쳐서 실수를 했다. 놓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줬는데, 상대방은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날 바라보았다. 실수는 내가 처리하면서 다시 잡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업무 관련해서 깐깐하게 혹은 자기중심적으로 구는 이유가 있다. 난 군대에서 나와 동갑인 1년 선임에게 엄청 욕을 먹으면서 일을 배웠다. 나중에 간부가 밝히길, 그때 내가 너무 혼나는 거 같아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고 잘못된 선택 하진 않겠지란 걱정이 들어 함께 생활하던 다른 선임에게 잘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리고 선임은 전역 바로 전 날, 그때 심하게 대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고, 난 받아줬다.
물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난 아니라고 답할 거지만, 회상해 보면 섭섭하면서 동시에 고맙다. 애써 좋게 포장하면 미숙한 날 조직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거라 생각한다. 그때 하도 욕을 먹으니 난 악에 받쳤다. 그래서 욕 안 먹을 정도로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난 버텼고 나중에 사과를 받아줬다. 이후 내가 선임이 되었을 때 평소엔 유하게 굴어도 일 관련해서는 칼같이 굴었다.
이런 내 모습은 사회에서도 이어졌고, 난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빠르게 적응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이런 나의 노력을 다른 조직원이 알아주고 그들이 날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동시에 나 스스로 발전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업체 담당자와 많이 이야기하니, 요청사항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말을 조리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고, 상대방이 이런 내 모습을 알아줬을 때 솔직하게 고맙다고 표현한다.
다른 주제로 빠지기 전 글을 마무리하자면, 이렇게 글로 내 감정을 정리했다는 건 상대방 혹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이번 글을 통해 이와 관련된 생각을 멈출 것이고, 넘길 건 확실하게 넘겨 더 이상 충돌하는 일은 최소화할 예정이다. 추후에 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땐 직접 충돌하거나 스스로 끊어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