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없인 살 수 없는 나
군대에 있을 때 기피했던 타 중대 아저씨가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기피했는데, 그 이유는 한숨을 계속 쉬었기 때문이다. 과장하지 않고 3~4분에 한 번씩 깊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함께하는 4시간 동안 그 한숨을 듣는 건 정말 지옥이었다. 성가시게 만드는 상대방 모습을 본 난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런 내 다짐이 무색하게 지금의 난 한숨을 엄청 쉬고 있다.
최근에 술 먹다가 해프닝이 생겼다. 문제는 난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술을 먹고 싶어서 직장 동기들과 자리를 만들었고, 난 조절하지 못하고 술을 엄청 마셔서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출근 전 아빠에게 전화 와서 왜 그렇게까지 마셨냐고 걱정하셨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 난 일단 일어났으니 얼른 출근했고, 가족과 동기에게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난 절망에 빠졌다. 있었던 일을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하자면,
- 술집에서 소리 지르면서 직장 욕하기
- 욕하다가 화나면 술집 식탁 주먹으로 내려치기
- 지하철 타고 집 갈 수 있다고 땡깡 부리는 거 겨우 택시에 넣음
- 집 비밀번호 모른다고 가족에게 전화하고 안 열린다고 울기
- 집 문 쾅쾅거리고 출근 못 하게 되었다고 소리 지르기
- 안경 깔아뭉개고 잠들기, 옷 다 던져놓기
내가 식탁을 내려칠 때마다 주변에 있는 사람 다 우리 테이블을 쳐다봤다고 한다. 그래도 난 계속 내려치니깐 누군가가 "이제 여기까지~"라고 이야기했다 한다. 다음 날 확인했을 때 내려친 손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후 동기들은 취한 날 데리고 얼른 나가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를 전부 다 들었나 보다. 나가는 길에 그래서 직장이 뭐 어쩐 거냐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동기가 챙겨준 덕분에 택시를 탔는데, 도착지를 합정으로 잡아줬다고 이야기했다. 의문은 합정에서 집까지 걸어서 약 30분인데, 어떻게 걸어갔는지 정말 모르겠다. 혹시나 내가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해코지한 건 아닐까란 걱정이 들었다. 왜냐면 난 택시 탄 기억도 없고, 걸어간 도로도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까지 잘 걸어갔으면 들어가서 조용히 자면 더 좋을 텐데, 비밀번호를 못 눌러서 경주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한 건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다. 그리고 통화 목록을 살펴보다가 114에 전화한 걸 봤는데, 짐작해 보자면 술에 취한 난 114가 콜센터라 생각해 비밀번호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 같다. 부모님은 내가 계속 문을 못 여니 깐 경찰을 불러 대신 열어달라고 해야 하나 걱정하던 차, 내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한 사실은 이런 내 모습을 본 동기들은 내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줬다. 부모님에게도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 동기들이 생각이 깊다고 이야기해 주시면서 동시에 앞으로는 술버릇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충고하셨다. 이는 부모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내용이고, 나도 바라지 않기에 조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면 난 전보다 한숨이 늘었다. 그것도 정말 많이. 한숨을 안 쉬면 왜 안 쉬지란 사실에 신경 쓰여 불안해진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 심하게 억누르고 있고, 그래서 항상 한숨을 깊게 내뱉어 털어내고 싶었나 보다. 이번에는 한숨으로 해결이 안돼 술의 힘을 빌려 정신줄 놓고 막 쏟아낸 거 같다. 이런 내 흑역사를 자세하게 정리해 글로 기록하여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길 예방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꾸준하게 노력하고 극복하기 위해 시간을 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