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의 경조사 소식을 들었을 때
학교 선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연락 내용은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였고, 시간 되면 같이 저녁 먹자고 이야기했다. 난 너무 좋다고 말했고, 함께 학교를 다녔던 같은 과 누나와 함께 보는 걸로 약속을 잡았다.
선배에게 연락 왔을 당시에 날 괴롭히던 업무가 끝까지 예상 못한 일이 생겨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난 심하게 꾸중을 들었고, 회의감까지 생겼다. 게다가 갑자기 또 다른 업무를 우선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아 착잡했다. 복잡한 업무인지라 우선 처리하라는 지시를 따르고자 야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선배가 연락했다.
신기하게도 경조사 소식을 들었을 때 짜증은 사라졌다. 직장 때문에 생긴 우울한 감정은 사라졌고, 하루 종일 들떴다. 얼른 만나는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먼저 학교 선배는 편입 1년 선배로, 감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편입 후 다양한 사람을 소개해주고 학부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추억을 줬다. 같이 보기로 한 같은 과 누나도 처음에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고, 우리 셋은 같은 수업에서 조별과제도 함께 했다. 다 같이 모인건 거의 6년 만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옛날에 모였을 때랑 전혀 다를 게 없었다. 다른 건 모인 장소와 복장뿐, 분위기와 각자 역할은 정말 똑같았다.
선배에 대한 첫 이미지는 굉장히 활발했다. 2017년 3월 초, 선배는 참여 중인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영어 연극 공연 준비와 홍보로 굉장히 바빴다. 나와 다른 편입 동기들에게 연극 보러 오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처음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약 2시간 30분 동안 극을 이끌어가는 선배와 함께 출연한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나도 일원이 되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
(당시 군대 때문에 복학 후 가입하려 했지만, 복학 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망설이다가 코로나가 터졌다.)
이 외에도 함께 시험을 준비하고자 도서관, 학교 라운지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했다. 함께 듣는 수업에서 조별과제를 위해 함께 발표 주제, 실험 진행에 필요한 외국인 섭외, 실험에 쓸 문장 만들기 등 오랫동안 다양한 걸 해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발표 날 발표 순서를 정하기 위해 내가 대표로 나가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한 번도 이기질 못해 우리 조가 제일 마지막에 발표했다. 제발 마지막은 안된다는 내 생각과 다른 결과에 꽤 당황했지만, 선배가 발표 시작을 유쾌하게 풀어내 긴장이 사라지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험 후 축제에서 함께 연예인도 구경하고, 학과 사람과 동아리 부원들이랑 인사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처음으로 밤을 새봤다. 당시 살던 하숙집에 방충망이 없어 창문을 열 수 없기에 선풍기로만 버티는 날 집으로 불러 에어컨 바람을 쐬게 해 줬고, 학기 마무리 후 본가로 내려가는 날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해 줬다. 군대 가기 전에 인사하러 서울에 올라온 날 반겨주면서 맛있는 밥도 사줬다.
물론, 선배를 포함해 내 삶에서 감사한 사람은 많지만, 선배의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난 6년 전에 함께 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돌이켜보면 선배는 학교 선배로서 새로운 환경에 놓인 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함께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해 줬다. 고마운 사람의 기쁜 소식은 침울한 회사생활에 벗어나게 만들어줬고, 게다가 주변 지인의 경조사는 선배가 처음이라 더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을 기다렸다.
선배 결혼식에 방문해 인사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했고, 그날 밤에 선배로부터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난 결혼식 다녀온 후 느낀 내 감정을 선배에게 그대로를 전달했고, 마지막으로 선배에게 선배의 기쁜 소식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에 앞으로 언제든 좋은 소식이 생기면 꼭 알려달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