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콩이 자랑하는 글
* 자랑하는 글이라 사진이 많아요.
2016년 8월 31일, 워터파크 단기 알바를 끝내고 2학년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늦여름이었다. 누나는 늦은 오후 뭐 이것저것 싸들고 시끄럽게 집에 들어왔다. 아빠와 난 별생각 없이 보는데 누나 품 속에 쥐같이 생긴 애가 보였다. 뭐냐고 물어보자 누나는 오늘부터 키울 강아지라고 이야기했다.
뜬금없었다. 누나는 우리에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데려오기 전에 강아지를 키우자고 상의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는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강아지 만지는 것조차 불가능한 엄마가 강아지랑 함께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부모님은 다시 돌려보내라고 이야기했으나 누나는 자기가 다 알아서 키운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누나 고집은 그 누구도 못 말리기에 그냥 체념하고 구경했다. 콩 같이 작아서 콩이라 부르기로 했고, 콩이는 첫날부터 아빠 이불에 용변을 보았다.
콩이가 오고 난 뒤 2달도 안돼서 경주에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고, 우리 가족은 흔들리는 집 안에서 두려움을 떨었다. 그런 와중에 콩이는 혼자 책상 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걸 본 우리 가족은 그 상황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식탁 위에 올려둔 찹쌀떡을 물고 삼키려고 난리 부린 거나, 안경테와 안경알을 물어뜯는 등 마치 내가 어렸을 때 가족에게 한 장난을 콩이가 했다.
하지만 그런 귀여운 콩이가 갑자기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kg도 안 되는 아이가 딱딱한 바닥을 빙글빙글 돌았다. 너무 놀란 우린 콩이를 멈추고자 몸을 잡았는데, 콩이는 더 심하게 돌았고, 어쩔 수 없이 주변 가구에 부딪히지 않게만 조치하면서 지켜보았다. 몇 분 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원래 상태로 돌아와서 간식을 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누나는 콩이를 데려온 곳에 전화를 했다. 콩이 상황을 설명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았다. 거기선 콩이를 데려오면 다른 아이로 바꿔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누나는 개빡쳐서 한 시간 동안 전화로 싸웠다. 부산에 있는 곳이라 바로 당장 못 갔지만, 근처였다면 뭘 챙겨 들고 찾아가서 정말 깽판을 쳤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뇌 수두 증일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자세한 건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뇌가 너무 작아서 100% 알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 지금은 어릴 때보단 심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분하거나 생각도 못한 타이밍에 발작을 일으키곤 한다.
또 놀랐던 일은 콩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콩이는 단모 치와와라 추위를 많이 타 겨울에 항상 전기장판을 틀어주고 지낸다. 첫 해 겨울 분명 방에 있어야 할 콩이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너무 놀래서 콩이를 찾아다녔다.
시끄러운 소리에 콩이는 방에서 짜잔 하고 나왔다.
나중에는 콩이가 저 방석에 오줌을 너무 많이 눠서 버렸지만, 겨울만 되면 추운 겨울을 버티고자 따뜻한 방석 아래로 들어간 콩이가 생각난다. 이후로 방에 항상 이불을 놔뒀고, 콩이는 이불 안에 들어가 있다가 더우면 머리만 밖으로 내밀거나 이불에서 나와 픽하고 쓰러지곤 했다.
그리고 콩이는 치와와답게 모두에게 까칠하다. 집에 낯선 누군가가 들어오면 나갈 때까지 짖고, 화나면 우리도 문다.
하지만 콩이 상대로 장난을 멈출 수 없다. 왜냐면 콩이 반응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콩이랑 장난칠 때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하는데, 실패하면 아래 사진처럼 물린다.
또 다른 장난을 간식을 준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콩이가 항상 간식을 바라는 건 아니다. 아마 간식 다음으로 우리 가족을 제일 좋아할 것이다. 내가 편입한 후 서울에 가 콩이랑 떨어졌을 때, 누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콩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경주 집 침대에서 콩이를 부를 때처럼 콩이 이름을 불렀더니, 콩이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내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내 방을 본 콩이는 내 방을 돌다가 결국 누나에게 터벅터벅 돌아갔다. 충격이 컸는지 그 후로 콩이는 영상통화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콩이는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마다 아빠와 함께 와줬다. 차로 1시간 30분 거리를 항상 데려와주고 데려다준 아빠에 감사했다. 그리고 콩인 감사한 아빠와 함께 있었다.
아무튼 콩이에게 우리 가족은 간식만큼 소중한 존재인 것 같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우리를 반긴다. (반기면서 양말부터 달라하는데 이거 우리가 아니라 우리가 신고 있는 양말을 반기는 거일 지도;;)
4킬로 조금 안 되는 이 작은 존재가 우리 가족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처음에 콩이에게 눈길도 안 주던 아빠는 매일 가족 단톡방에 콩이 사진을 보내주며,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엄마는 콩이와 함께 3년을 지낸 후 드디어 강아지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물론 콩이 한정이다.)
함께한 지 6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계속 그래 왔듯 앞으로도 콩이와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으면 좋겠다. 그런데 콩아 그만 누워 있고 일어나서 좀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