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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Feb 17. 2023

30대 초반 미혼 여성이 생각하는 결혼이란

20살에 독립하여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청소, 빨래는 기본이고 요리도 취미로 생각할만큼 좋아하여 혼자 사는 것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었을 때 홀로 늙어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 결혼을 떠올린 유일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평소에 가지고 있는 외로움만 아니었어도 사실 연애며 결혼이며 내 인생에서는 빠져도 될 요소인데, 평생 내 편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믿으면서도 나는 항상 외로움에 속아 내 남은 애정까지 박박 긁어 상대에게 퍼줬더랬다.


그러다 30세에 도달했을 때는 할머니 외에는 나에게 결혼의 ‘ㄱ’자도 안 꺼내는 분위기였는데도 나는 서른이라는 숫자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결혼상대를 찾아나섰다. 누구든 나와 결혼만 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물론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평균치가 있듯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 평생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죽이 잘 맞던 사람은 경제적으로 부족하여 내가 먹여살려야 했고,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준비가 된 사람은 뒤따라다니며 엄마 노릇을 해야할만큼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혼이란 걸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당연히 나도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저 시기에는 내 결혼상대를 내 관점으로 찾다보니 나도 모르게 평가질을 하고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남들 말하는 것처럼 인수합병같았다. 서로   주고, 받을  받는 거래행위처럼 느껴졌다. 시장에 나를 내보이고 ‘나는 이만큼 가졌는데 너는  가졌니?’하며 경제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지면    같았다. 나는 나대로도 충분한데 굳이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 포장하는  자체가  적성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아주 없진 않다. 그렇지만 이해하고 넘어갈 만하단 생각이 든다. 같은 문제여도 이전같았다면 단점 위주로 보여지는 내 관점에서는 헤어짐의 사유가 됐을 수 있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연애를 하고부터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마음으로 작은 차이들은 눈 감고 지나갈 만 하다.


예전에는 문제부터 보였다면, 요즘엔 해결방법부터 보인다고 해야할까. 고쳐달라고 할 것들만 자꾸 머릿속에서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면 요즘은 ‘아. 당신은 그런 사람이네요. 그럴 수 있지.’하는 마음이랄까. 쓰다보니 도를 닦나 싶다.


여전히 결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가끔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생각하지만 답은 없다. 그럼에도 생각의 끝에서 내려지는 결론은 나는 누구보다 소중하고,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삶의 키를 상대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키 또한 가져오려 하면 안 된다. 결혼이라는 것이 필수가 아니니 이 사람과의 관계 유지에 초점을 두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나가자.


때로는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별 거 아닌 문제이지만, 또 때로는 인륜지대사 중 하나인 인생에서 큰 일이라 서둘러서도, 조급해서도 안 되니 셀프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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