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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26. 2023

나는 평범한 결혼이 하고 싶다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 그 말을 듣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넌 내게 과분해”같은 말로 내 인생에 없을 것만 같던,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했던 결혼을 피해보려고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확신에 가득찬 남자친구의 말을 믿고 첫인사 일정을 잡고 준비를 하는 중이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자면 우리 집은 재혼가정이다. 재혼 후 나의 친아버지는 실직, 투병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셨고, 4남매를 홀로 먹여살리셨던 새어머니가 경제권을 가지시며 우리 집의 실세는 지금까지 어머니로 불변이다. 물론, 경제권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기운 것이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라는 일에 왜 이렇게나 가족이 신경이 쓰일까.’


그래서 글을 쓴다. 내 마음을 정리하는 것에는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결혼을 마음먹고 가장 먼저 정한 일은 5월 첫 주에 우리 집에 먼저 인사를 가고, 그 다음 주에 남자친구의 집으로 인사를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 일정을 잡고자 부모님께 남자친구의 존재와 결혼 의사에 대해 말씀을 드렸을 때, 결혼에 대해 비협조적일 것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엄마의 아들인 큰오빠가 아직 장가를 안 갔기 때문이다. 아빠의 아들인 작은오빠가 장가를 갈 때에도 그 이유로 추정되는 반대를 했었던 걸 보았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비장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셔도 상처받지 말자.’


남자친구가 교대직인 관계로 주말휴무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날짜를 거의 지정할 수 밖에 없었고, 4월 중 토요일 편하신 시간대로 말씀을 해주시라 부탁을 드렸었다. 역시,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마지막주에 보자고 하신다. (결국 조정 끝에 5월 첫째주로 정해졌다.)


이번엔 식사장소를 정해야만 했다. 피드백이 늦을 것 같아 대면으로 부딪히기로 했다. 본가로 가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식당은 어디가 좋겠어?”하니 묵묵부답이셨다. 1분쯤 정적이 흐르다 다른 얘기를 하신다. 그러다 “갈 사람은 안 가고 왜 딴 사람이 가.”하신다. 내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죄다 피해가셨다. 일부러 회피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집 근처 가까운 한정식 집으로 정하고 통보했다.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도 빨리 헤어질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우신가. 좋게 생각해보려 딸 시집 보내기 마음이 안 좋으신가. 아니면 내가 너무 급하게 말씀드렸나? 별별 생각들을 했었는데 내 결혼도 역시 원하던 큰오빠의 장가가 아니어서 침묵시위를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로 인한 가장 큰 고민이 생겼다. 첫 인사 자리에서도 침묵하시면 어쩌지?하는 고민. 아니면 툴툴거리거나 남자친구 눈도 안 보려 하시면 어쩌지? 이건 나만 겪던 문제가 남자친구에게까지 옮겨가는 일이기에 걱정이 되었다. 만약 나는 그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모님(정확하게는 어머니)께 축하를 받겠다거나 칭찬을 받고싶다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결혼에서도 축하를 바라고 말씀을 드린 것이 아닌데, 내가 마치 불효를 저지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축하하지않더라도 그저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만 협조해주시면 안 될까. 이 정도를 바라는 게 매우 욕심같이 느껴진다.


산 넘어 산, 언젠가 있을 상견례 자리나 혼주 한복 맞추는 날에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과연 마음 편히 그 자리에 웃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평범한 결혼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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