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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08. 2023

점심시간에 그릭요거트를 먹다가 써보는 글

2023년 8월 8일(화) 12:25p.m.

요즘따라 출근시간이 너무나도 고역이다. 다음 달이면 나에게 번아웃을 안겨줬던 회계업무도 안녕인데, 남은 3주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담당업무가 바뀌고 12월이 되어 그 망할 놈의 결산이라는 언덕을 하나만 더 넘기고나면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 지역으로 발령을 갈 것이다. 그 곳에서의 나는 어떤 업무를 맡아 하게될지는 모르나 그 또한 지금으로서는 꽤나 막막하기만 느껴진다. 그 곳의 생활도, 업무도.


어제는 그 막막함을 토로하다가 남자친구와 다퉜다. 자신의 업무환경만을 걱정하는 듯한 남자친구의 태도에 화가 났다. 정작 남자친구가 있는 지역으로 가겠다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는 내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 또한 철저히 1인칭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었다. 각자의 걱정은 각자가 알아서 하자고 날 선 말을 던지고 이야기를 종결시켰다. 왠지 한발짝 멀어진 느낌이었다. 조금은 내 편이기를 바랐는데 욕심이었을까.


내 업무에 대해선 하고픈 말이 참 많은데 요즘 이 일을 놓게된다고 생각하고나서는 오히려 더 화가 많아진 느낌이다. '내 3년 가까운 노력에도 마지막까지 이렇게 변화도 없이 나를 괴롭힌다고?'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듯 하다. 실수를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한 내 업무의 지연은 그에게 여전히 미안해야할 대상이 아닌가 보다. 미안함을 가지라고 떠밀고싶지는 않다. 다만, 적어도 자신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그 피해를 인식했다면 다음에는 적어도 그러지않으려 노력을 하거나..라고 쓰고 있는데 또 한숨이 나온다. 뭘 바라나. 이 자리를 3년 맡으며 늘어난 것은 한숨이고, 사라진 건 인류애인 것 같다. 서비스직이 천직인줄만 알았는데 여길 겪고보니 나는 그저 일이 좋았던 사람이더란 말이다. 발령을 가게 되더라도 비슷한 일을 하게 될텐데 절로 정이 떨어져나갈 노릇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나는 더이상 회계업무를 하고싶지 않은데 예비남편의 지역으로 가고자 지원을 하면 나는 노력의 여하와 관계없이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하고싶다.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퇴사를 하고싶다. 행복하고싶어서 퇴사를 꿈꾼다. 이 회사 안에서 행정직이 할 수 있는 일이 회계업무 뿐만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하던 일을 시키는 경향이 있고,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인사상 유리천장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다보니 어찌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지치는 것 같다. 떠나고싶다.


그래서 글도 더 많이 쓰고, 주변을 둘러보며,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보려 한다.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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