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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l 31. 2023

문득 행복 겨운 밤에

예비시댁 식구들과 밥을 먹었다. 예비시아버님 퇴임축하 자리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불편하신지 내내 나의 불편함을 걱정하며 살피시기에 바빠 그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도 식사시간 가득 불편하기 바빴다.


서로를 생각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되려 생각이 넘쳐 그랬을 뿐이다.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어찌하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서로의 성의를, 마음을 보일 수 있을까'인듯 하다. 나도 타인에게 베풀고 마음을 주는 일이 행복한 사람이라, 물건마다 필요한 사람이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해관계를 떠나 그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요즘에는 예비시부모님이 그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라고 부모님에 대한 로망이 없었을까. 결핍에 대한 욕망이라고 해야할지, 어찌됐건 예비시부모님께 가져다 드릴 것들만 생각이 가득하다. 잘하기 위해 노력해서가 아니라, 정말 마음 가득히 그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 마음을 쏟을 부모님이 없었던 걸지도.)


아무튼 몇 번의 만남동안 늘 그런 식이었다. 아버님, 어머님을 뵙고 내가 준비한 마음을 전달하면 더 큰 선물이 돌아온다. 나 또한 부담은 느끼지만 늘 내 준비보다 엄청난 마음이었기에 감히 따라잡지도 못한 채 연신 감사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도, 다음도 그런 식이었다.


늘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것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티 안 나게 선물 드리는 법을 연구하게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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