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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Nov 14. 2023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가 관계에 대한 미련이 남은만큼 그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이기심이었다. 어떻게든 힘들었던 일들 잊고 새출발해보자고 말하려 했는데, 이미 마음정리를 다 한 것 같은 그의 답장에 나는 의욕을 잃었다. 상처만 남았다. 사랑한다는 말이면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내가 멍청하게만 보인다.


끝이라는 말을 쉽게 뱉어선 안 된다는 것 알기에 지친 마음에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이제는 그만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물론 그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어서 그렇게 받아들인 거겠지. 울면서 나를 붙잡았던 그가 사라지니 오히려 관계 정리는 깔끔해졌다. 그나마 감정이 남아서 지속된 관계였는데 이제 감정마저 없으면 우리는 더이상 이어질 이유가 없다. 힘든 여정이라도 너와 함께면 해볼만 할 것 같다고 사랑만으로 다시 시작해보고싶다고 했는데 그는 앞으로 또 똑같이 벌어질 일들이 두려운가보다.


신혼부부들이 겪어야한다는 그 산들을 우리는 못 넘은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대화를 하고 많은 싸움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숙제는 산처럼 쌓여있었고 미숙한 각자의 민낯을 보이기에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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