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도 감정이 정리되지는 않아 나는 여전히 고민했다. "내가 이제 부모님을 어떻게 봬. 왜 그랬어. 어떻게 그렇게까지 바로 파혼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 그렇게 알렸다면 적어도 나에게 여기까지 와서 대화하자는 말은 말았어야지. 그냥 그 말을 했다고 얘기하고 정리했으니까 나한테도 더 하지말라고 했었어야지. 왜 내가 요리하고 너를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시간까지 지내게 만들어." 생각나는 푸념은 다 늘어놓았던 것 같다. 원망했고 낙담했다.
그렇게 수습해보겠다는 그의 팔을 베고 누워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그 날은 며칠만에 숙면을 취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6시쯤 일어나 나는 평소처럼 또 2시간을 출근을 위해 내려와야했다. 내려오는 동안 어제의 대화를 곱씹지않을 수 없었다. 당장 내게 주어진 생각거리라는 것이 이것만큼 급하고 중요한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양껏 생각만 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의 결과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싶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그 결과를 정리한 카톡 메세지를 그에게 보냈다. 전달하고싶은 주요 내용은 '살다가 부모님께 내 험담을 할 일이 한 두 번도 아닐텐데 그 때마다 이혼을 꺼낼 순 없는 일이니 이번 일도 그런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갈게. 앞으로 잘 헤쳐나가보자.'였다. 속상한 마음이었지만 틀린 생각은 아니겠다 싶고 내가 내 생각을 한 번 숙여서 우리 관계가 원활하다면 그걸로 됐다 생각했다. 조금 지나 그의 답변도 돌아왔다. '멋지고 예쁜 사람. 나 믿어줘서 고마워. 잘해보자.' 이렇게 잘 지나가겠거니 했다.
그리고 저녁...
(다시 회상하며 글을 쓰려니 참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퇴근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춰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신혼집을 방문하셨다. 우리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집 정리도 필요하지 않겠냐며 신혼집도 볼 겸 내려갈테니 이후에는 서울로 같이 올라가 쉬다가 가라고 하셨다고 했다. 남자친구 퇴근 때까지 우리는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그렇지만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린 부분이나 아무래도 안 들어도 될 얘기를 듣게 만든 것이 마음에 걸려 나는 죄인처럼 쪼그라든 채로 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부모님이 떠나시기까지 4시간 정도 떨었을까. 저녁 6시쯤 퇴근 무렵 부모님이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혼자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뜻하지않게 내 브런치를 구독중이었던 오빠 부부에게 호출되어 오빠네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사랑합니다. 혹시 보고 계실지 모를 언니, 오빠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