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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Nov 19. 2023

수많은 대화 끝에 1차 파혼전쟁 종전

종전일까 휴전일까 냉전일까 여전히 전쟁 중인걸까

1주일 동안의 자칭 파혼전쟁이 끝이 났다. 나름 시리즈 중 3편의 글을 쓰고나서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갇힌  많은 말과 생각들이 섞여버린 탓에 브런치에 들어오기가 겁이 났었다. 오고가는 말들 나에게 생각할 거리들 차고 넘쳐 글로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해야하나. 아무튼 현재에서 한 번 흐름을 끊고 정리하고 가야 그나마 생각이 조금 개일 것 같아 약한 용기나마 내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간 내 옆에서 기꺼이 내 편으로 있어주며 일러주었던 선택은 '헤어진다'였다. 왜 그런 마음이었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반해 현재 상태는 '관계 유지'다. 그래서 이 소식을 전하게 된 것에 여러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 포함하여 미안함을 보태어 전한다. 온전히 나만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들이라 그걸 아 내 마음도 너무 무겁다. 그러나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는 문제를 골라내는 법도, 문제를 맞닥뜨려 해결해내는 법도 배워야하기에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자 선택을 보류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버겁기도 하다.)


관계를 유지하겠다 선택하고도 우리는 여전히 먹구름 속에 있다. 다행인 것인지 싸우던 중인 우리의 대화 속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었고 우리는 서로 그 마음을 무시하지 못했다. 상대를 향한 본인의 사랑이든,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나에 향한 사랑이든 마음이란 것을 어찌 하지 못하고 우리는 다시 정리되지 않은 구렁텅이로 함께 가보자 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 잔재된 전쟁의 흔적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손을 못 대고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을 복구하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다.


파혼을 이야기하던 4,5일차였나. 오빠네 집에 다녀온 날. 그의 아쉬움은 가득하지만 정확하게 우리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답변들에 지쳐 나도 우리 관계에 대한 마음을 거의 다 접었었다. 그래서  통화를 끊고 신혼여행부터 취소했다. 끝났다 했으니 정리는 해야겠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내가 감당가능한 수준의 계약들만 파기했다. 신혼여행은 항공권과 숙박만 되어있었기에 간편했고, 본식 관련해서는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해서 취소를 해야했기에 그 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스냅과 DVD는 그 다음 날 취소를 했었다. 그런 중에도 그는 하나도 결정하여 처리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억울하게 만들었다. 내 귀한 시간 내가며 발품 팔아 최적의, 최고의 선택을 했던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본전도 못 찾고 떠나보내야하다니. 여전히 그에게선 이 일들이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 듯 하고, 나도 당분간은 이 고민에서 손 떼고싶어 지금은 (미처 취소하지못한) 결혼식장과 드레스, 메이크업 계약만이 살아남아 날짜는 유지되어있다.


관계를 유지하기로 하고 서로에게 조건을 걸었었다. 그는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않기, 손해본다는 생각하지않기, 술 줄이기 3가지였고, 나는 그에게 싸울 것 같은 상황에 나에게 이성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것, '나도' 힘들다 하지말 것 2가지였다. 사실 대화로서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 크기에 그게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어제만 해도 내가 계약 취소한 부분, 싸우느라 밀려버린 대학교 시험 공부.. 고민을 얘기했을 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그에게 또 감정이 상할 뻔 했지만 사실 나도 지금 어느 것 하나 판단이 안 서는 상태라 당분간 조금 내려놓고 휴식을 하려고 한다. 너무 지친다. 좋다는 감정만으로 버틴다는 건 말이 안 되기에 우리만의 해결방식을 빨리 찾고싶다는 조바심이 든다. 그런데 그게 안 되면?하는 불안감도 따른다. 상황이 말끔히 정리될 때까지 결혼식을 취소하고싶은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결혼준비가 잘 되어가냐고 묻는다. 나는 내가 너무 큰 일을 저질러버린 것 같은 기분에 되려 아무 일 없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기나 한 건지 또 캄캄한 우주에 던져지는 것 같다. 지친 우리 둘은 서로 감히 이 문제에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인 것 같고 디데이는 다가오는 것이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며칠만 아무 일 없이 생각만 하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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