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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Dec 25. 2023

크리스마스 저녁, 끝나가는 연휴가 아쉬울 뿐

언니와 3일의 연휴를 가득 채워 보내고 오늘 오후부터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지인이라 그런지 평소 내가 경험하는 대화량의 5배 이상은 꼬박 겪어내고나니 조금 기가 빠져나간 것 같기도 한 게 역시 당분간은 혼자 있는 게 맞겠다 판단이 섰다. 언니는 말로서 회포를 풀었고 그런 언니의 말을 들으며 영혼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보니 언니에게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언니와 함께인 덕분에 혼자였으면 가지 못했을 거리가 있는 지역도 다녀오고 눈꽃도 보았다. 콧바람 쐬기에는 여행만한 것이 없었다. 집에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잡생각도 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사하고 난 후부터 겪기 시작한 악몽은 끊이지않고 여행 중에도 나를 따라왔다. 잠이 드는 것이야 몸을 지치게 하면 어렵지 않은 일인데 새벽 4시부터 아침까지 5번 이상은 깨고, 꿈은 꼭 기분 나쁜 것들만 꾼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애매하게 힐링한 기분이라 연휴가 지나간 게 아쉽다. 계속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붕 떠있는 정신이 여행을 방해했다. 분명 여행 전에는 현실에 충실하자, 긍정적인 시선을 갖자 최면을 걸듯 출발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실패다.


덕유산 눈꽃 (직접 촬영)

이 예쁜 광경을 보면서도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니. 얼마나 아쉬운지. 눈꽃이 이뻐서 5초 '와 이쁘다..'하면서도 불편한 감정들이 툭툭 평안을 깨뜨렸다. 스파에 몸을 뉘어서도 툭, 툭. 어떻게 해야 늦잠을 잘만큼 푹 잘 수 있을까. 차단율 100% 암막커튼에 난방매트를 깔고도 어떻게 이런 걱정을 하지?다음 주부터는 무리해서라도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스스로를 기절시켜서라도 꿀잠을 얻어내고야 말겠다.


오늘은 내가 다니는 회사 관내 어딘가에 눈이 온다면 새벽에라도 호출을 받고 달려나가야 하는 날이다. 최근 잠을 통 깊이 자지 못하는 탓에 이사오기 전 주말 낮잠을 자며 방해금지모드로 설정해두고 잤었는데, 하필 그 날이 내 순번이었던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팀원이 대신 나가게 되었고 그 팀원의 순번이 크리스마스 당일이었다. 한껏 예민한 상태로 언제라도 불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대기 중이다. 오늘 새벽엔 방해금지모드도 하지 못하고 작은 알람에도 깨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잠은 이미 포기했다. 푹 자고 싶다. 해피 크리스마스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냈으니 그게 아쉬운 것은 아니고 편하게 쉴 시간이 필요해 조금만 더 출근을 늦추고 싶다. 이제는 또 연말결산을 앞두고 긴장을 강하게 해야하는 시기라 더 그런 건가. 정말로 이번에 다가오는 주말은 나를 위해서만 쓸 것이다. 한 주 또 화이팅이다! 어찌 됐건 시간은 흐를테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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