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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an 15. 2024

회사 선배와 메신저를 나누다가


나는 참 복도 많다. 나의 파혼사실을 알게된 회사 선배로부터 얼마 전 책 선물을 받았었다. 박준 작가님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산문집이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덜컥 마음이 내려앉고 선뜻 그 책을 펴들기란 쉽지 않았다. 단순한 위로의 책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제 저녁을 먹고 책장을 살펴보다 눈에 띄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이길래 하고 책을 펼쳤는데 툭, 하고 선배의 꾹꾹 눌러쓴 편지가 떨어졌다. 위로라기엔 마냥 토닥이지않고 또 조언이라기엔 나에게 너무나도 알맞은 온도라 그저 스며들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될 수 없었다.


그렇게 편지를 읽고나서 책의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다. 무작정 읽어보자 싶어 뛰어들었다. 한 장 두 장 읽다보니 쉽게 쓰여진 글에 잠깐씩 찡했다가 어느 순간은 작가님의 삶에 잠시 가있었다가 생각이 멀리멀리 나아가 강원도도 갔다가 남해도 갔다가 그랬다. 작가님은 어떤 이별을 한 것일까. 이별의 종류는 다를지라도 충분히 메세지는 내게 닿았다. 선배가 내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굳건한 응원이 느껴졌다.


"그래. 그렇게 지내다 일어나면 되는거야." 같은.


그리고 오늘 오후, 회사 메신저에서 선배가 말을 걸었다. 어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감사하다는 말로 태그를 하고는 따로 말을 전하지 않았는데 아차 싶어 부랴부랴 감사함을 전했다. 감사하다고. 덕분에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나누었다고.


사실 나는 브런치 밖에서 타인에게 문학적인 또는 감성적인 표현을 되도록 삼가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요즘 언어로 '오글거린다'라는 말로 치부되기엔 내 표현이 너무나도 진심이라, 그 진심을 조금 더 상대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덜 오글거리게 재성형하여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선배에게는 내 슈퍼감성을 모두 꺼내어두어도 마음이 편했다. 돌아오는 답도 내가 주고싶었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훨씬 다듬어진 글로서 내게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결이 비슷하다는 건 이런 걸 보고 하는 이야기일까.


위의 첨부한 내용이 괜스레 보관욕구를 불러일으켜 브런치에 올려둔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으라는 것은 이런 걸 보고 하는 이야기지 않을까, 또 무너져내린 어깨를 쌓아올려 한 켠 내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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