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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an 30. 2024

내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은

취향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변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더디게 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유행을 바짝 좇는 취향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나를 사랑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이 '나의 취향 찾기'였기에 그에 관한 생각을 글로 써보려 한다. 내가 취향이라는 것에 관심을 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쓴 어느 글에서 짧게 썼을텐데, 취향이라는 것도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 내 취향인지 알기란 또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착장, 화장, 책을 고르는, 먹는 약, 문화·예술 등등 여러 방면에서 내 취향을 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곧 많은 경험을 해보자는 내 삶에 대한 방향으로 이어졌고.


나는 여지껏 참 무성의한 선택을 많이도 해왔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식당을 가면 효율성을 따져서인지, 그만한 고민을 하기 싫었던 건지 많은 확률로 다수의 메뉴를 따랐다. 커피가 몸에 안 맞아 마시고나면 늘 심장이 쿵쿵대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점심시간 동료들과 카페를 가면 "나도 아아."라는 말을 해왔었다. 나에게 패션이란 상·하의를 갖추어 입는 것이고, 조금 멋부린다면 몇 없는 가방 중 옷과 같은 색깔의 가방을 깔맞춤 한다던가 하는 단순한 조합을 하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 나의 취향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부터 나에게 선택권이 많이 주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내가 많은 선택권을 놓치며 살아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정말 모르며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는 모든 선택의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카페를 가서 커피가 당기는 날이면 디카페인의 커피를 먹고, 보통은 다양한 홍차 종류 중에 하나를 골라 따뜻하게 또는 시원하게 먹는다. 2024년에 쓸 다이어리를 고를 때도 내 취향은 양껏 반영되었다. 나는 초록색이나 파랑색 계열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로 형식의 위클리보다는 세로 형식의 위클리를 좋아한다. 연간계획표가 다이어리에 포함되었으면 좋겠고, 매월 달력 후에 위클리 양식이 뒤따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충분한 메모 페이지도 필수였다. 그래서 그런 다이어를 장만해서 작년 11월 말부터 나와 함께 하고있는데 소비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만, 하루하루 이 다이어리를 손으로 닿으며 나의 기록하는 저녁시간이 내 취향으로 잔잔하게 행복하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딥앤와이드)
출처 : 네이버 블로그(딥앤와이드)

홍진경 님의 영상 중 자존감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매우 공감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자동차, 옷, 구두, 액세서리 등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신경쓰기보다 내가 쓰는 컵, 베고자는 베개의 면 등 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은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 영상을 보고나서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내 취향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취향을 내 삶에 반영하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사소하게나마 내가 수세미를 어디 놓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지, 세탁물을 어디 둬야 내 동선에 맞아지는지 같은 일들도 그 노력에 포함되기도 한다. 상황과 물건들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맞추도록 하는 것이 삶을 꽤 주체적으로 살게하는 방법인 것도 같다.


문득 오늘 오후 29CM라는 쇼핑몰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유리컵 아이쇼핑을 하던 중 번뜩이는 생각에 급히 브런치로 와 글을 쓴다. 최근 아끼던 다이소 유리잔을 하나 깨먹은지라 그 핑계를 대고 유리잔을 찾고 있었는데 나는 확실히 선이 간결하고 화려하지않은 그런 잔을, 접시를, 집기류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선이 굵은 도자기류를 좋아하고 꽃무늬나 기하학적인 무늬가 없는 식기를 좋아한다. 그런 류의 잔들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여전히 선택장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Best Of Best 선택을 하고나면 또 만족스러운 내 공간 하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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