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채워 3년이다. 내가 지리산 아래 소박하게 놓인 한 기관으로부터 지금 소속의 기관으로 온 후 3년이었다. 나는 늘 여기가 터가 좋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그도 그럴 게 오자마자 손가락 수술을 했고, 반 년 좀 지나 부인과 수술도 했다. 일은 휘몰아쳤고 일이 힘들어지는 만큼 사람 또한 내가 감당하기엔 버겁다 느껴 수없이 퇴사를 고민했었다. 그리고 최근 파혼을 지나기까지 3년 가득 힘들기만 했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은 지금 내 마음처럼 딱 횟빛 하늘에 빗방울이 더러 떨어진다. 추위는 가셨지만 차에 방치해둔 롱패딩을 꺼내입고 자주 걷던 회사 뒤 논길을 걷는다. 우산 쓰는 버릇이 안 되어 오늘도 패딩 후드를 뒤집어 쓴 채로 걷는다. 오늘 오후쯤 예상되는 발령소식을 보는 것이 오늘의 내 할 일이자, 그 예정된 소식에 변동사항이 없다면 오늘 저녁은 회식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며 1시간 출근길을 운전했다. 어제자로 미스터션샤인 정주행을 마쳤기에 더이상 정신을 팔아둘 곳이 없어 잔잔한 노래 하나를 틀고 생각에 잠겼었다. 그러다보니 괜시리 울컥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3년동안 보내는 입장으로 누군가 떠나는 뒷모습을 눈물로 배웅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떠나야하는 입장이 된 것도 몹시 생경하고 어떤 마음으로 떠나야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번 발령을 기다리며 시원섭섭하다고 했다가 마지막까지도 일을 마무리하고 가야하는 상황에 '섭섭'은 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봤을 때 나는 대부분이 시원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왜 서운함이 드는 걸까. 나없이도 잘 굴러갈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인걸까. 익숙함에 대한 미련인걸까. 미래에 대한 불안일까. 형체 모를 우울이 나의 아침을 열고 있다. 아주 못 볼 동료들도 아닌데 매일 보던 것도 습관이었을까.
20살 군에 입대하며 나는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미련과 잔정에 기대는 사람인가보다. 타 직장보다 이별에 익숙한 직장을 12년 정도를 다니는 중인데도 이 헛헛함은 어찌 달래야할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막상 오늘 책상에 앉으면 그 서운함이 그간의 업무철 정리로 승화되겠지만 나는 오늘만은 시간이 더디게 가주길 바란다. 떠날 때는 가차없이 떠나리, 하면서도 이번 발령 리스트에 내가 쏙 빠져있길 바라기도 하면서 그렇게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