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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Feb 05. 2024

떠나는 건지, 떠나보내는 건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어제 갑작스레 도진 이별후유증이 아침에 눈을 깨어서까지, 아니 지금까지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지않아도 오늘은 회사를 떠나는 날이라 여기를 정리해야하는데 이런 이별, 저런 이별에 나는 괜찮지 않다. 다행인지 마무리해야하는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 이별에 눈을 돌릴 새도 없었다. 그 산이 차츰 줄어들며 다시 마음이 찡해온다.


각자 다른 기관으로 발령나는 다른 팀의 A씨가 우리 팀으로 인사를 왔다. 올해 결혼한다는 소식을 함께 전하며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나는 차마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와 한숨을 푹푹 내리며 글을 쓴다.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갇힌 나는 사무실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이럴수록 내 퇴근 시간은 늦어질텐데 헤어짐을 늦추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너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나보단 아니었음 싶고, 난 충분히 행복하다면서도 또 어느 때는 툭 부딪힘에 눈물이 난다. 아직 덜 여물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이별'이라는 실체를 직면한 것 같았다. 그러고나니 나는 모든 고통을 외면하고 회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내 핸드폰 갤러리는 스크롤을 내리지 못 하고 가끔 그의 전화번호를 되새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에게 미련이 있는 건 전혀 아닌데도 내가 쏟았던 감정이 예전만치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운가보다. 어제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의 클립을 보는 게 아니었는데. 몇 달을 내 삶에서 로맨스라곤 도려냈었고 난 사랑 없이 살 수 있다 다짐했는데 지창욱 배우의 얼굴에 홀려 클릭한다는 것이 그만, 다시 사랑세포를 깨워낸 듯 싶다. 나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무작정 자기계발로 향하던 내 무의식이 부서진 것 같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나는 갈피잡지 못하고 한숨을 쉬는 중이다. 그렇지만 또 멀쩡한 척 하다보면 이 또한 지나감을 안다. 이 멀쩡한 척은 몇 달이 지나야 끝나는 건지 누가 좀 귀띔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나 너무 힘들다. (이 힘듦이 보고싶다는 감정으로 착각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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