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Feb 10. 2024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이 생겼다

우연으로 만난 낯선 사람. 평소였으면 경계했을 타인을 엊그젠 막아낼 에너지가 없어 대문 활짝 열어 들였다. 대화를 조금 하다보니 내가 좋다고 한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연애가 끝난 이후 처음 드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과 2일 정도를 알고 지낸 지금, X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더 낫고 별로고를 따지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자연스레 이 사람에게서 보이는 좋은 점들이 X와의 시간을 불러온 것일 뿐.


식당에 마주앉아 내 물과 수저를 챙겨주는 것에서부터 나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다고 해주는 것까지 거를 타선 하나 없는 그가 고마웠다. 아직 내가 X의 잔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다가서진 못하지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열어주는 것만 해도 이 사람은 이미 역할을 다하였다고 본다.


철벽을 쳤다. 최근에 파혼하고나서 결혼 생각은 없다고. 괜찮다고 한다. 뭐가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뭐라도 다 괜찮다고 한다. 물론 호감을 가진 직후의 콩깍지 같은 뭔가라는 것을 알지만 파혼 이후의 피폐해졌었던 나에게 '괜찮다'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았다. 외로움이나 허전함 따위를 채우려는 것도 아닌데 이 상황이 사실 싫지만은 않다.


X와 비슷한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 운동-회사-집 뿐인 사람. 그럼에도 X와 달리 다정한 사람. 내가 지금 필요한 말만 알아서 골라 해주는 사람.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이 끝이 어디를 향하는 지는 몰라도 지금은 이 사람이 주는 관심과 사랑을 최선을 다해 다 받아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떠나는 건지, 떠나보내는 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