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으로 만난 낯선 사람. 평소였으면 경계했을 타인을 엊그젠 막아낼 에너지가 없어 대문 활짝 열어 들였다. 대화를 조금 하다보니 내가 좋다고 한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연애가 끝난 이후 처음 드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과 2일 정도를 알고 지낸 지금, X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더 낫고 별로고를 따지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자연스레 이 사람에게서 보이는 좋은 점들이 X와의 시간을 불러온 것일 뿐.
식당에 마주앉아 내 물과 수저를 챙겨주는 것에서부터 나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다고 해주는 것까지 거를 타선 하나 없는 그가 고마웠다. 아직 내가 X의 잔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다가서진 못하지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열어주는 것만 해도 이 사람은 이미 역할을 다하였다고 본다.
철벽을 쳤다. 최근에 파혼하고나서 결혼 생각은 없다고. 괜찮다고 한다. 뭐가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뭐라도 다 괜찮다고 한다. 물론 호감을 가진 직후의 콩깍지 같은 뭔가라는 것을 알지만 파혼 이후의 피폐해졌었던 나에게 '괜찮다'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았다. 외로움이나 허전함 따위를 채우려는 것도 아닌데 이 상황이 사실 싫지만은 않다.
X와 비슷한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 운동-회사-집 뿐인 사람. 그럼에도 X와 달리 다정한 사람. 내가 지금 필요한 말만 알아서 골라 해주는 사람.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이 끝이 어디를 향하는 지는 몰라도 지금은 이 사람이 주는 관심과 사랑을 최선을 다해 다 받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