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큰 바닷속을 직접 들어가 보는 걸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땅에 발을 붙이고 벌레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잠시라도 지구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무중력을 느끼며 신비로운 수중세계를 체험해보고 싶은 건 당연한 거다.
바닷속을 물고기처럼 헤엄쳐 보는 기분은 어떨까? 하면서 스쿠버 다이빙은 내 오랜 버킷 리스트였다. 그래서 22년 나의 혼자 떠나는 여행 첫 번째 도착지가 이집트 다합이 되었는 지도 모른다.
시나이 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다합은 원래는 작은 베두인들의 어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쿠버 다이빙으로 특화된 관광지다. 작은 도시에 50개가 넘는 다이빙 센터가 있다.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이상이라 잠수할 수 있고 걸어서 들어가는 바다에서 바로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도착한 날은 4월 1일인데도 바다에서 사람들이 수영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한 달 살기를 작정하고 미리 방을 예약하고 다합에 갔다. 와아~드뎌 다이빙을 해 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다합은 물가가 싸서 안 그래도 배낭족들의 천국인데 스쿠버다이빙 교육비도 싸니 다이버들이 많이 몰린다. 내가 갔을 때도 한국 젊은이들이 대거 여행도 즐기면서 다이버 자격증도 따 가려고 와 있었다.
드뎌 해 보았다 ㅎㅎ 바닷속 구경
그들 사이에서 ‘프다’니 ‘체다’니 이런 말을 들었다. 원래 스쿠버 다이빙은 큰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는 거다. 그런데 맨 몸으로 들어가는 것이 free diving, 줄여서 프다라고 한다. 숨을 오래 참고 즐기는 다이빙이다. 사람은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지만, 먹거리나 산호 등 장식품 채취로 선사시대 이전부터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녀도 일종의 프리 다이빙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체다, 체험 다이빙은 다이빙 경험이 없는 사람이 20분 정도 간단한 교육을 받고 가이드와 함께 물에 들어가는 거다.
내가 머물던 숙소의 주인도 다이버 샵을 운영했기에 내게 다이버 자격증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근데 나는 해변가 즐비한 예쁜 베두인식 카페에 매료되었다. 그기 가서 멍 때리며 앉아 다합을 느끼고 내 첫 여행지에서 쉬어가는 모드를 취하는데 열흘을 더 보냈다.
이제 드뎌 떠나왔다는 느낌, 내가 아주 멀리 와 있다는 느낌 그 자체만으로도 그냥 마냥 좋았다.
그리고 사실 스노클링을 즐기느라 특별히 다이빙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수영을 못하는 내가 스노클링 마스크만 끼면 산호와 열대어처럼 이쁜 물고기들을 맘껏 만나니 너무 신기하고도 좋았다. 주로 얕은 물속에서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노랑, 핑크, 베이지, 보라색 산호를 보며 난 혼자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나도 너희들처럼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어!
코로 숨 쉴 수 있는 마스크라 물속에서도 숨이 차지 않았다.
다합의 해안가에는 이런 식의 카페가 즐비하다. 해서 날마다 다른 곳을 방문해서 바다 멍을 때리거나 주변을 둘러보며 지냈다
원래 다이버들이 이런 걸 시켜먹고 옷도 소지품도 맡기는 카페레스토랑이라 음식 양이 많았다. 모르고 시켰다 혼자서 양 바베큐 양에 치여 죽는 줄 ㅎㅎ
수영을 못하는 내게 구세주같았던 스노클링 마스크, 버리지 못하고 5개월동안 캐리어에 넣고 끌고 다니다 지금도 집에 모셔뒀다 ㅎㅎ
그렇게 날을 보내다 어느 날 불쑥 카이로를 가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해서 한 달 방값을 내었지만 한 달을 못 채우고 떠나기로 결정하고 나니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인 다이빙은 그래도 꼭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체험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비록 스노클링으로 바닷속 노닐기 예행연습은 했지만, 체다를 하기로 약속하고 샵에 가서 기다리는 동안 긴장이 되었다. 다들 별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는 엄청 진지하게 20분간의 교육을 받았다. 호흡을 중단하면 3분 안에 저 세상 사람이 되니 어찌 안 중요할까!
마우스피스를 이로 물고 입술을 오므린 채 산소통이랑 연결된 호스를 무는 연습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 나서 우주복 같은 두꺼운 잠수복을 입고 10킬로그램도 넘는 산소통을 메고 발에 물갈퀴까지 하고 일어서니 진짜 뒤뚱거리는 오리 그 자체였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아니라 호흡에 대한 염려로 무서웠다. 어쩌거나 함께 들어갈 이집션 가이드만 믿고 용감무쌍하게 입수했다. 입술을 몇 번 벌리는 바람에 물을 먹어 당황했지만 교육받은 대로 코로 뱉어내면서 잘 견뎠다. 가이드가 물고기와 산호를 보라고 수신호를 보내도 처음엔 온통 마우스피스에만 신경이 쏠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차 안정을 찾고 호흡을 고르게 하자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손을 꼭 붙잡고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정신을 차리자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점점 많은 물고기와 산호를 보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호흡에 대한 긴장감은 단 한순간도 떨칠 수 없었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우스피스와 입술 오므리는 것에 너무 신경을 써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해서 한참을 즐기기보다는 견딘 후에 지친 느낌이 들어 가이드에게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렇게 짧고도 길었던 내 첫 다이빙은 무사히 끝났다. 오래전부터 스쿠버 다이빙은 스카이 다이빙과 함께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이제 그 소원 중 하나를 해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 안에 존재하던 또 하나의 두려움, 물속 호흡의 공포를 극복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스노클링 하며 바닷속 형형색색을 즐겼다면 체다는 솔직히 내 밀렸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카페에서 맛있는 쥬스도 마시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시는 한국강사샘의 교육을 받았다.
가이드의 손을 놓지 않았다 ㅠㅜ
그래도 수중촬영 인증을 남겼다 ㅎㅎ
체다는 나에게 무엇보다 귀한 교훈을 남겼다. 새삼 왜 명상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숨 고르기, 호흡에만 집중하는지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호흡에만 집중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그러나 호흡이 흐트러지면 다이빙도 끝이었다. 금세 입 속으로 물이 들어오면 한 순간 공포에 허우적대다 물을 먹든가 밖으로 나오든가 해야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최대로 안정시켜서 차분한 호흡을 하는 것이 스쿠버 다이빙의 관건이었다.
평상시에도 호흡이 안정되면 생각이 안정되고 마음도 고요하니 만사형통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생각이 흐트러져 분란 해지면서 말도 행동도 함부로 하게 된다.
우주 법칙도 그러하리라. 고요와 질서 가운데 별들이 쉼 없이 운행하면서도 한 치의 부딪힘도 떨어져 나감도 없다.
그 우주의 율려, 우주의 호흡이 곧 우주의 질서다.
그러니 이제 우주의 비밀은 지구, 지구의 비밀은 사람이라는데 그런 사람의 비밀은 호흡에 있다 본다.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자연의 법칙과 이치가 호흡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의 버킷 리스트인 스쿠버다이빙을 하고난 후 새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