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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Dec 28. 2023

20년만에 반상회를 하다

12월 27일 송년회를 겸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곳이다. 나는 2000년 12월에 이곳으로 이사 왔다. 그러니 만 23년 된 셈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들이 이제 30대가 되어 떠나갔다.     

 

아파트는 지방에서 당시 처음 지을 때는 꽤 넓은 평수로 지은 곳이다. 바다를 내려다 보며 뒤로는 산이 있어 배산임수의 풍수 좋은 곳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한 동으로 지어져 언덕 위에 있다. 양쪽 라인으로 두 집씩 10층 아파트다. 처음 입주한 주민이 아직도 다수 거주하고 있으니 이웃이 거의 잘 안 바뀌는데다 20가구뿐이니 엘리베이트에서 마주치는 걸로도 얼굴은 거의가 다 아는 셈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반상회 문화가 처음부터 좀 달랐다. 부부교사인 우리가 이사왔을 때 거주민들은 대부분 사오십대였고 나는 39살 꽃띠였으니 젊은층 1호였다.      


그런데 첫 반상회를 00백화점 뷔페식당에서 점심시간에 한다기에 나는 황당해 하며 외출증 끊어서 갔던 기억이 있다. 그 후도 주로 시간적 여유 있는 언니들이신지라 점심 나들이겸 반상회를 하셔서 교사인 나는 좀 불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언니들이 백화점 수영, 헬스 센타를 다니며 어차피 거의 점심을 그 곳에서 하니 반상회도 그기서 하는 식이었다.     


나는 당연히 반상회란 원래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각자 돌아가며 저녁에 집에서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아주 가물에 콩 나듯 누군가의 집에서 간단한 다과로 하는 반상회를 참석했고 나는 직장 핑계로 전원주택 지어서 시골에 나가서 살았다. 이제 명퇴를 하고 다시 이 아파트에 들어와 거주하다 보니 반상회 문화를 이제 좀 바꿔보자 싶어졌다. 해서 마침 남편이 아파트 주민회장을 맡은 김에 우리 집에서 송년회겸 조촐한 저녁 식사를 하는 반상회를 해 보자고 제의했다.      





평소에도 우리집은 다른 집에 비해서는 비교적 오픈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파트 문화에서 본인 집을 오픈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짐작키로 이 아파트의 이제는 7~80대가 된 언니들은 그들 인생의 황금기였던 신혼이나 꽃띠 시절에 입주를 하셨다. 그래서 인생의 40년을 넘게 이 곳에서 보냈기에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그런데도 몇몇만 서로 집을 오픈하고 전체적으로 하지는 않으셨다. 서로 비교^^내지는 프라이버시가 철저했던 셈이다.      


그런 문화를 깨고 싶어서 나는 우리 집에서 저녁먹고 반상회 하는 걸로 하고 그리 실행을 했다. 뭐든 하나씩 바꿔가는게 인생의 도전이자 재미이기도 하니까.      


결국 이십년 전에 다들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와서 아파트 뒤뜰 정자에서 한번 모인 이후로 같이 음식 나누는 반상회는 처음인 셈이다. 함께 먹는 음식 끝에 정이 난다고, 그래 해 보자~! 며 했더니 예상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연세가 제일 많으신 언니는 이렇게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은 30년 만에 처음이라 하시며 이렇게 마음 내어 줘서 고맙다 라고 하셨다.     






살아보니 인생은 뭐 별것도 아니더라~이런 말을 꼭 지나고 나서 하곤한다. 이 곳이 버킷 리스트 연재코너이기도 해서 나는 그 뭐 별것도 아닌 마음에 있는 일은 걍 해 버리며 살아가는게 맞다고 본다.


뭐든 크든 작든 내 마음 안에 있는 거부터 해 보라고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주어졌다. 하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든 몇 십년 전 친구찾기든 미뤄뒀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한 해 두 해 더 시간 가기 전에 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 본다.  

    

나는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내 마음 속 버킷 리스트도 있다. 때가 되면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말 하든 아니 하든 희망목록 위시 리스트는 우리 모두 있으면 좋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그 쪽으로 레이다가 작동해서 어느날엔가는 꼬옥 하게 되니까 ^^



막걸리, 화이트와인, 농사지은 오미자
유부초밥 80개는 내 인생 최다기록이다 ㅎㅎ ~~겨울이라 어묵탕이 인기가 좋았다.
요리보다 힘든 상차림 피하려고 각자 접시를 사용하는 뷔페식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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