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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Feb 01. 2024

몽골에서 말 타기

몽골초원을 보면 할 말이 없다, 탈 말이 있을 뿐!


나는 경주 김 씨다. 경주 김 씨는 흉노족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다.  


흉노족은 기원전 400년대 부터 근 800년을 중원의 동서남북을 종횡무진 달리며 주름잡았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흉노족 때문에 만리장성을 쌓았고 그를 이어 흉노에 복수하려던 천하의 한무제도 30만대군을 끌고 수 차례 흉노와 전쟁을 치르다가 망했다.      


그러나 굳이 흉노족이 아니어도 고구려, 백제의 후손인 우리는 북방유목민족에서 유래했기에 다 말타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해서 나는 우리 민족 대부분이 말타기를 좋아하는 유전인자가 있다고 본다.      

무튼 나는 지난해 몽골에 갔을 때 몽골에서 말타기란 내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겠다 마음먹었고 그것은 수영장에서 수영하기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몽골에서 말타기라니~!     


물론 수영을 각종 형태로 폼나게 하려면 배움과 훈련이 있어야 하듯 말타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몽골이란 공간적 배경에서 초원과 사막의 말타기를 실행한 것으로 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것도 흔히 제주도나 관광지에서 마부의 도움으로 타는 것이 아니라 츄! 하며 내가 직접 말에게 호령을 내리고 살짝 박차를 가하거나 아님 고삐로 말을 제어하면서 혼자 타 볼 수 있었던 것에 내 버킷 리스트 말타기의 방점이 있었다.      


그렇게 몽골에서는 무려 하루 4시간을 연속으로 탄 것도 내 인생에 획을 긋는 체험이 되었다.


허리나 똥꼬가 아플 때는 살짝 엉덩이를 들어주는 센스도 이 날 배웠고 말이 달릴 때는 상체를 숙이고 아예 엉덩이를 들고 가는 요령도 장시간 타면서 절로 터득하게 되었다.


아래는 지난 6월 몽골 여행일지를 간추린 내용이다.






드 넓은 몽골 초원을 보면 일단 가슴이 탁 트이고 할 '말'이 없다.

그저 탈 '말'이 많을 뿐 ㅎㅎㅎ


인구 3백만의 나라에 소위 몽골 5축이라는 말, 염소, 양, 소, 낙타등 가축수만 7500만 마리 라니 몽골은 가축들의 낙원이다. 이런 곳에 왔으니 내 어찌 말을 아니 타랴~~


테를지 국립공원에 간 날~!  
장장 4시간 말을 탔다.


말을 타고 첨벙첨벙 강물을 건널 때의 짜릿함이 영화의 한 장면같기도 하지만 실제 물 위라 시원 통쾌했다. 말이 진흙탕길을 그 작은 발굽으로 발 디딜 곳을 잘 찾아 교묘하게 한발 한발 나갈 때 정말 존경심이 일었다. 이렇게 말이란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동물과 함께 일심동체 하나로 움직이는 체험을 실컷 한 날이다.

때론 아래가 살짝 아프려고도 했지만  통증보다는 말 위에서 보는 높은 조망을 즐기면서 빨리 지나가는 풍경을 좌우로 며 보랴 말타기에 몰입하랴 두루 바빴다.


테를지의 6월은 온통 들꽃잔치다. 초록에 노랑, 하얀색, 보라색 야생화꽃들로 아름다웠다.


말도 다루는 걸 봐서 내가  초보 애송이 인줄 알고 만만한 지 가다가 좋은 풀만 보면 멈추려 했다. 그리풀에 입이 닿기 시작하면 풀만 먹고 안 가려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면 고삐를 잡아당기고 츄~! 하고 독촉해야 마지못해 또 다른 말과 일행을 따라 가는데 내가 탄 말이 다른 말들보다 어리고 한창 먹을 때라 그런 지 식탐이 아주 많았다 ㅎㅎ


지금껏 말은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타 보았지만 매번 잠시 타 보는 감질나던 것과는 다르게 끝내 물릴 정도로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역시 몽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6월 16일은 내게 말 오래 탄 것으로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유럽말에 비해 몽골말은 나처럼 숏다리라서 덜 높아 덜 무섭고  유럽말은 쉬지 않고 10킬로밖에 못 달리는데 몽고말은 연속 30킬로를 달리고도 끄떡없단다.

그러니 몽골제국은 말 두세 마리를 끌며 종횡무진으로 진격해서 알렉산더보다 나폴레옹보다 더 큰 제국을 이루었으리라~! 



테를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정상에 올라가서 쉬었다


6월의 들꽃이 아름다웠던 테를지 공원







두 번째로 말타기를 즐긴 것은 미니 사막 엘승타사르해 에서였다.


미니사막에서 첫날 저녁은 쌍봉낙타를 타고 일몰을 감상했다. 이집트에서 타 본 낙타완 다르게 쌍봉낙타의 한 봉을 잡으니 따뜻하고 물컹한 촉감에 낙타의 체온으로 살아있는 생명체 느낌이 확 느껴졌다.


일행들은 낙타를 타고 천천히 걸어갔는데 말을 타고 달려오신 김샘은 종횡무진 우리 앞으로 달려 사막의 구릉까지 갔다 오는 모습을 시연처럼 보여주셨다. 몽골 거주 20년 승마트레이너의 진수를 보았다. 우리는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일몰의 사막에서 멋진 장면연출이라며 모두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해가 뜨겁기 전 말을 타고 미니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사막은 초원지대와 달리 푹푹 빠지는 모래에다 특히 가파른 모래언덕, 사구를 올라갈 때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가까이 일행들이 있어서 겁내지 않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지 않으려고 여러 번 옆길로 새려는 말에게 츄~! 하고 고삐를 당기며 따라붙었다.


드디어 구릉에 도착해서 높고 가파른 모래언덕을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와 준 말의 가는 다리와 발굽에 찬탄하며 고마워했다. 사막을 보는 것만도 경이로운데 말을 타고 왔으니 미니사막 말타기 체험은 내겐 두 배로 인상 깊은 시간이 되었다.



미니사막 구릉 오르기 






나는 우리 민족이 말 타고 몽골 대초원과 만주벌판을 달렸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좁디좁은 이 나라, 그것도 북쪽 길은 막혀있고  반도의 절반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섬아닌 섬나라로 고립된 거 처럼 갇혀 살다 보니 더욱 그러하리라.


 뒤로 보며 활을 쏘는 고구려 벽화그림은 용맹스러운 기마민족의 상징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와 같은 그림을 헝가리 박물관에 갔을 때 훈족과 연관된 글과 함께 보고 놀랐었다. 게르만족의 대 이동을 가져왔던 훈족이다. 결국 흉노의 일파가 훈족이 되었고 훈의 Hun 이 한 민족의 Han이 된 게 아닐지 한 때 미국방송에도 나왔던 그런 설에 내 뇌피셜이 함께 작동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연관 있는 북방민족이 결국 서유럽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로마까지 입성한 셈이 된다.


사실 헝가리 Hungary란 나라의 철자안에도 훈Hun이 들어가있다. 내가 부다페스트에 머물면서 본 그 곳 사람들 모습은 유럽이면서도 코도 얼굴도 다 동글동글한게 어딘가 모르게 동양스러웠다. 사실 말타고 이리저리 다니던 유목민들은 약탈과 정복을 일삼았기에 여자들도 많이 잡혀서 오가는 동안 혈통은 많이 섞였다고 본다. 전쟁이 아니어도 몽골족 같은 유목민들에게는 약탈혼의 풍습이 있었다. 


이렇게 북방유목민족의 유산같기도 한 말타기는 특히 고구려에서는 필수 교육과정처럼 여겨졌다. 말 타고 활쏘기, 말 타고 칼 쓰기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무술을 익히는 것은 요즘 학교에서 체육수업 하듯 일반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말타기를 무척 좋아하며 자주 승마경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했기에 이런 유전자가 지금 내게도 내재되어 있지 않나 싶다.     


예로부터 말타기를 즐겼던 우리 민족,  통일이 되고 그 넓은 대륙의 벌판에서  다시 말타기를 즐기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평양 승마 구락부 사진- 인터넷에서




☆ 김별 작가의  연재 브런치북  

 월~ 책속으로 떠나는 여행     

화, 토 ~ 지구별 여행기     

수, 금 ~하늘바람시와 별의 노래

목~ 마이 버킷리스트

토, 일~ 마이 브런치 다이어리

일~ 짧은 글속 깊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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