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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Feb 24. 2024

런던 이야기(1)

런던 두 달 체류기


이 여행기는 10년 전 두 달 연수로 머물렀던 런던에서의 나의 기록이다.  


초록의 아일랜드를 뒤로 하고 어느새 런던에 와서 일주일 첫 주말을 보냈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이제는 더 이상 시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살려한다.

No more comment about time.          

 

파리보다 7~8배나 큰 런던, 런던은 빅 시티다. 일주일 째 되니 홈스테이집에서 연수장소까지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 파악하고 제법 길눈을 익혔다. 어차피 연수는 배우러 온 것이니 이모저모 두루 대영제국을 벤치마킹하고 가자는 마음이다.


넬슨 제독 동상이 까마득히 우뚝 서 있는 트라팔가 스퀘어를 결혼 전 남편이랑 가 보고 다시 가 보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그 앞에 내셔날 갤러리는 마네, 모네와 내가 좋아하는 르느와르를 비롯하여 루벤스, 고호 그림이 즐비한 곳이다. 12~13세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거의 전 유럽의 미술 작품들을 그것도 무료로 맘껏 볼 수 있다는 것에 황급해서 벌써 세 번을 갔다 왔다.


그림이 주는 느낌은 사진이랑은 완연히 다르다. 사진으로 아무리 열심히 담아도 직접 그린 그 디테일한 색감과 붓터치로 표현되는 느낌을 따라갈 수는 없다.

모자를 쓴 하얀옷을 입은 여인, 흰 손에 낀 반지, 진주 목걸이, 그녀의 은은한 화장을 그림속에서  보면 마치 내가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그 시절 그 풍경그림 안으로.

그래서  역시 그림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게 최고인 것 같다. 마치 CD로 듣는 음악이랑 라이브공연이 다르듯이 현장에서 보는 그림도 그러하다.


미술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가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림이 더 잘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그림이 더 잘 보이는 것은 아마도 이제 살아온 만큼 감정의 폭이나 깊이가 커진 인생연륜 덕분이 아닐까도 싶었다.

사진촬영은 금지된 곳이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갈 수 밖에 없다. 더 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아마도 한국 가기전 몇 번은 더 와야겠다 생각했다. 




런던 템즈강변 현대식 건물 더 샤드와 트라팔가 스퀘어, 런던의 상징 빅벤



빅벤은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 끝에 있는 시계탑으로, 1859년에 세워졌다. 공식명칭은 엘리자베스 타워다. 빅벤이란 이름은 Big belly  당시 건설자의 큰 체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실제 종 무게가 13톤이나 되니 베둘레헴 아저씨가 연상된다.처음에는 이 큰 종이  15분 간격으로 울렸다 한다. 그러나 노화 문제로 이제는 신년에나 울린다.





  런던 튜브

런던 지하철 로고와 사진- 출처 위키백과


런던 지하철( Underground)은 1860년대에 개통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다. 당연히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가장 긴  지하철이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의 55%는 지상 구간이다. 특별히 굴착 터널 모양에서 이름을 딴 '튜브(the Tube)'라는 별칭으로 많이 불린다. 11개 노선에 270개역이 있고 총 길이가 402k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하루 사용자수가 500만명에 달한다니 런던은 이 튜브 없이는 도시가 운영될 수 없을 거 같다.


런던 지하철은 1974년에 개통된  우리 지하철보다 백년 먼저 시작되었다. 런던 지하철 개통 후 터키 이스탄불과, 헝가리 부다페스트등에서 지하철이 연이어 개통되면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백 미터가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tube는 가히 런던의 동맥선 같다. 동서남북으로 사방 넓게 펼쳐진 런던에서 움직이려면 튜브만 한 게 없지만 나는 지하철이 싫어서도 대도시를 기피하는 사람인데 여기 와서는 어쩔 수가 없다. 런던은 넓고 크기도 해서 튜브없이는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홈 스테이에서 연수장소까지는 사 오십 분 거리, 그것도 버스 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마지막 도보까지 포함해서다. 그러나 런던에서 이 정도 통근거리는 양반이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가 그러하지만 런던에서도 한 시간 내 거리는 정말 양호한 편이다. 그리고 당연히 런던의 집값이나 방세도 이 출퇴근거리와 비례해서 엄청 비싸다.     


런던 시내를 1~6 zone으로 나눈다. 그래도 내가 머무는 곳은 2 zone 이어서 central London이라 한다. 그 외 3, 4 zone 은 great London이라 부르고 있다. 십년 전 내가 갔을 때도 주로 동유럽권이나 기타 외국인들은 바깥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런던 중심을 벗어나 런던  4 존으로 가다보면 버스 안에서 거의 영어가 들리지 않았다. 아랍어나 다른 나라 말소리로 꽉 찬 버스 안은 당연히 승객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었다.      


좋았던 것은 우리가 연수받는 곳이 바로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 앞이었다. 해서 남은 기간 대영박물관은 원도 없이 보고 아무래도 런던을 좀 더 깊이 알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의 구획지도

   



캠브리지(Cambridge)


캠브리지는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90km 떨어져 있어 이전부터 런던과 북부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중세에는 캠강을 타고 수상교역으로 번성하던 상업중심지였다. 영국내 가장 대학도시 다운 도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미국 캠브리지도 대학도시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미국 명문대로 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와 MIT등이 그곳에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청교도 신학의 중심지 였는데 미국 캠브리지가 있는 매사추세츠 지역을 개척한 영국계 이주민들이 청교도였기 때문이라 한다.   

  

영연방국이었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도 캠브리지가 있다는 사실도 재밌다. 마치 우리나라 지명에 옛날 중국지명을 가져다 것과 같본다.

내가 전원주택을 지은 함양은 중국을 촤초로 통일한 진시황제의  진나라 수도 이름 함양에서 따 왔다.     


런던에서 첫 주말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기차로 한 시간 걸리는 캠브리지였다.       

    

캠브리지는 내가 이십 대였을 때 갔던 옥스퍼드완 느낌이 많이 달랐다.  옥스퍼드가 도시 안의 대학이라면 캠브리지는 정말 대학 도시다. 그리고 옥스퍼드가 인문학중심이라면 캠브리지는 이과대학들이 더 유명하다.

고전 물리학의 아이작 뉴턴과 양자역학의 닐스 보어, 유명한 스티븐 호킹등 모두가 다 캠브리지 출신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유서 깊은 대학들인 Kings College, Trinity College, Christ College 등 31개의 단과대학들이 모여서 이룬 타운이 캠브리지다. 말 그대로 가운입은 학생들이 타운을 이룬 곳이고 캠 강 주위에 타운을 형성하여 도시 이름이 캠브리지가 되었다.   


캠강과 케임브리지 대학 고풍스런 캠퍼스



캠브리지 출신 28명이 노벨상을 받고 찰스 황태자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곳이다. 세계대학 랭킹 1위를 연거푸 차지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영화 이면에는 또 다른 역사의 아픈 면도 있는 것을 그곳의 민속박물관 folk museum을 가 보고 알았다. 역사란 언제나 동전양면처럼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공존할 뿐이다.


도시의 특성상 평민들은 학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학교를 운영하는 성직자들의 지나친 권력이 있었고 평민들은 이반대했다. 하지만 어떤 연유로든 학교 편을 드는 학생들이 있었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귀족과 서민출신이라는 계급적 갈등이 있었다 한다.    


이처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아도 마치 수박 한 조각을 통해 전체를 짐작할 수 있듯이 부분이 전체를 나타내주는 일들이 많다. 캠브리지 한 곳의 충돌과 알력이  계급간 갈등이란 전체적 그림의 한 부분을 나타내주니 말이다.

앞으로 남은 두 달 연수동안 나는 이곳 민낯과 속살을 적잖이 더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대부분 단기 여행자들은 하루에도 몇 군데를 인증샷 찍기로 돌면서 관광지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조금이나마 표면 너머 이면을 더 보고 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 두 달 동안 환상 너머의 런던의 실상을 더 보고 그럼에도 대영제국을 이루고 지탱하고 있던 뭔가가 있다면 간파해보고 싶기도 하다.

( 글내용이 대부분 그 때 연수일기에 적혀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캠브리지에서 본 것 중 또 기억에 남은 것은 시간을 먹는 벌레가 있던 금시계였다. (The Corpus Clock ) 그를 보며 정말 시간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우리는 단지 머릿속에 직선을 그어두고 시간이 있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라스호퍼 시계라고도 알려진 코퍼스 시계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테일러 도서관 바깥거리에 있는 대형 조각 시계다.
시계 상단에 메뚜기 금속 조각이 있는데
메뚜기가 시간을 먹는다는 의미로 짤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설치되었다.
시계 저작자의 말
 "기본적으로 저는 시간을 당신 편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당신 삶의 매 순간을 먹어 치울 것이고,
한 사람이 떠나자마자 다음을 위해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코벤트 가든과 초상화 박물관

    

코벤트 가든에서 영국의 대표음식인  Fish and Chips 를 기름에 쩔은 걸로 악명 높지만 그래도 한 번 먹어줘야지하며 시켰다. 유리창 너머  길거리 공연을 보며 배가 고파 허겁지겁 통마리 생선튀김을 부셔서 먹었다. 그런데 그날 밤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었다. 그래 팁까지 주고 먹은 피시 앤 칩스,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며  No more Fish and Chips라 외쳤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감자튀김, 그러나 튀긴  생선은  정말 별로였다 ㅠㅜ


코벤트 가든 마켓은 이쁜 가게들과 맛있는 쿠키집, 수제 햄버거집등으로 유명하다. 매번 실력파 뮤지션들이 길거리 공연을 해서 그 곳에선 늘 눈과 귀가 즐거웠다. 버스킹 장르도 다양하게 성악, 클래식, 팝등을 골고루 연주하고 불러주니 수업 마치면 자주 들러서 런던의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튜브에서 듣는 버스킹도 좋았다. 역시 비틀스의 나라답게 음악이 끊기지 않구나 하며 지친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한줄기 선율에 감사했다.      



내셔널 갤러리 못지않게 흥미로웠던 초상화 박물관은 역사적 중요인물과 현존 인물들을 사진 혹은 그림으로 전시해 둔 곳이다. 생생한 이미지와 함께 하는 그들의 스토리를 보면서 역사와 문화 공부도 되는 학습장이 되었다.     

다이애나는 아직도 대부분 영국민에게 사랑받고 있고 그 덕에 유난히 엄마 닮은 아들 윌리엄도 함께 사랑받는 듯하다. 반면 다이애나에게 못되게 한 챨스 황태자는 그 때도 별로 인기가 없었다. 본처에게 못되게 굴은 것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는 면은 동서양 다 비슷한 정서일 거다.      


인물들 중심으로 역사를 읽을 수 있기에 초상화박물관이 흥미로웠다.


영국의 상징인 왕가를 이끌어야하는 책무를 지닌 여왕과 개인의 자유와 존중이란 이슈를 가진 다이애나비 사이의 알력과 충돌은 짐작이 간다. 지금은 둘 다 고인이 되었으니 영혼의 세계에서 다시 만났을 그들은 어떤 나눔을 가졌을까나? 상상해보게 된다. 내가 갔을 때인 십 년전에는 다이애나가 먼저 고인이 되었고 여왕은 아직 살아 있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원주민 족장에게 성경을 선물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제국주의 식민지땅에 성경과 기독교를 가져가면서 많은 교육과 의료적 혜택 사업도 했다. 하지만 식민지국의 자원과 물자를 수탈했고 토착종교에 대해서는 미신으로 몰아붙여 종교적 편견을 낳았다. 그것은 과연 잘한 것이었을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기독교가 끼친 좋은 면과 그렇지 못한 면도 이제는 균형 있게 보고 평가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함께 연수받던 같은 반 학생들~유럽 각국에서 온 이들은 의사, 건축사, 학생등 직업도 다양했었는데 다들 영어를 마스터하여 임금이 높은 런던이나 영국에서 직장을 구하려고 했다. 2014년 그 때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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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별 작가의 연재 브런치북


 월~ 책속으로 떠나는 여행     

화, 토 ~ 지구별 여행기     

수, 금 ~하늘바람시와 별의 노래

목~ 마이 버킷리스트

토, 일~ 마이 브런치 다이어리

일~ 짧은 글속 깊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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