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블린에서 한 달간의 바쁜 연수일정을 보내면서 주말이면 다른 도시를 둘러보고 다녔다. 북부의 벨파스트를 다녀오고 나서 가장 아이리시 정신이 살아있다는 남서부의 코크를 가 보고 싶었다.
결국 그렇게 세 도시를 보면서 아일랜드를 종단하게 된 셈이다. 마침 내가 가입한 국제 여행단체인 *서바스 회원이 코크에 살고 있어 미리 연락을 하고 방문을 하게 되었다.
리강의 하구에 위치한 코크는 이 나라 남부 정치 경제의 중심이자 중요한 국제항으로서 아일랜드 제2의 도시다. 6세기에 세워진 시내에 있는 성 핀바르 성당과 근교의 블라니성이 유명하다. 내가 갔을 때도 더블린보다는 한적하고 물가도 저렴해서 영어 배우러 온 한국 유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데 지은 지 200년되는 잉글리시 마켓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재래시장 특유의 신선함과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육류와 과일채소는 기본이고 항구도시라 생선도 풍부했다. 다채롭고 먹음직스런 케이크와 샌드위치가게, 반찬가게등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왜 코크를 아일랜드 미식의 중심지라 하는 지도 알 것 같았다.
풍부한 남서부 문화에다 미식의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일랜드의 역사를 논할 때 코크를 빼놓을 수 없으니 코크가 아일랜드 독립과 투쟁의 중심이었기에 사람들은 이곳을 아일랜드의 진정한 수도로 여긴다고 했다. 어쩌면 더블린이 오랫동안 영국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면 이 도시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각별한 것 같았다.
실화적 영화 <마이클 콜린스> 의 주인공인 아일랜드의 독립영웅 마이클 콜린스도 코크 출신이다. 1922년, 코크는 북 아일랜드를 영국의 자치령으로 남기려 하는 '영국 아일랜드 조약'에 대한 반대파의 본거지였다. 반대파들은 800년을 싸워온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려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는 영국 식민당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레전드급 테러리스트 독립영웅이었지만 정작 독립을 이룬 후에는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힘쓰다가 열혈 IRA 청년에게 암살당한다. 안타까운 그의 죽음은 얼핏 인도의 간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제치하였던 우리나라는 1922년부터 1940년대 까지 아일랜드가 독립을 이뤄가는 과정의 기사를 실지 못하도록 일본에게 제지를 당했다.
1800년대 건물인 잉글리쉬 마켓 , 마이클 콜린스 영화 포스터
내가 갔던 때의 English market 시장풍경- 사진은 인터넷에서 - 저기 샌드위치 가게에 자리가 없어 룸메와 나는 빵을 사서 나와 밖의 카페에서 먹었다.
코크 니콜라스네 집
흔히 좋은 여행은 3대 요소로 이뤄진다고 한다. 풍경과 음식과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이 가장 오래 남는다. 좋은 풍경도 사진으로만 남고 맛있는 음식도 현장에서 가장 즐겁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코크의 여행회원은 젊은 딩크족 부부였다. 니콜라스는 음악교사고 아내는 대학강사인데 아이가 없어서인 지 둘 다 사회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있었다.
부부의 밝고 따뜻한 미소로 나와 함께 갔던 내 룸메샘이랑 나는 내 집처럼 편안히 묶었다. 부부는 둘 다 채식주의자인데 재래시장에서 금방 따 온 버섯을 사 왔다며 리조트를 만들어주었는데 진짜 맛이 신선하고 각별했다. 벽난로 불을 피우고 촛불을 켜고 와인을 곁들인 아늑한 분위기의 식사를 대접받았다. 이튿날 블라니성 보러 가기 전 니콜라스가 자신이 노래한 시디 음반을 선물로 주었는데 내가 피아노 한 곡을 부탁하자 쾌히 연주해 주었다.
자연산 버섯 리조또와 화이트 와인, 연주라는 추억을 남긴 니콜라스 집
소박하지만 벽난로 불을 피우고 은은한 분위기속에 식사를 하게 해 준 션본의 배려가 따뜻했다
블라니 성 Blarney Castle
마침 니콜라스의 집에서 이 십 분도 채 안 걸리는 곳인 블라니 캐슬이 있었다. 중세이후 오랜 역사를 지니는 블라니성은 '블라니 스톤'으로 유명하다. 아일랜드의 권세 있는 가문의 성채는 강을 내려다보는 26m의 높은 탑과 지하에는 동굴과 지하 감옥도 있는 성이었다.
백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서 성 꼭대기에서 아슬아슬하게 거꾸로 매달려 이 돌에 입을 맞추면 달변의 재능을 얻을 수 있다하여 윈스턴 처칠도 이 돌에 입을 맞췄다 한다.
14세기에 재건된 꽤 높은 성의 계단을 꼬불 꼬불 올라가서 드뎌 나도 eloquence 달변의 능력을 얻는다는 전설의 블라니 스톤에 도달했고 그곳에 키스했다.
돌 옆에는 보조해 주는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Sit down, Lay on your back, Grab the bars, Lean back and Kiss the stone”
앉아서 등을 대고 누워 바를 잡고 뒤로 누워서 돌에 키스해라는 가이드 말을 들으며 약간의 고소공포증 무서움에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시키는 대로 했다 ㅎㅎ
블라니성에서 달변의 바위에 입 맞추기
PS~서바스 SERVAS는 전 세계적으로 회원을 가지고 있는 UNESCO 산하의 단체로 관용과 세계평화를 기본정신으로 하며, 그 나라를 찾아온 여행자와 Host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조직이며, 자원봉사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1949년 창립이 된 비영리 여행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