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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n 17. 2024

온양 온천 아산 나들이

도랑치고 가재 잡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

     


나이가 들수록 볼일을 몰아 보는 편이다. 한번 움직이는 동선이 쉽지 않기에 기왕이면 간 김에 일을 보고 주위 근처도 한 바퀴하고 오면 좋다. 이제는 직장으로부터 해방되어 시간에 메이지 않는 자유, 그것이 이제껏 살면서 누리는 특권 중에 최대의 특권이다.      


단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가능하다. 일만 보고 집에 무슨 꿀단지 묻어둔 거 마냥 바로 컴백 홈 하는 조린 마음이면 안 된다. 세월아 네월아 하는 유유자적하는 마음과 나를 위한 시간 내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고 나만의 숨쉬기, 호흡 고르기를 중히 여겨야 한다.


서울 공화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다 보니 젊은이들은 직장이 있든 없든 취준생들도 거의 다 일단 서울에 머문다. 우리 집도 아들 둘 다 서울에 있다. 워낙에 프리한 프리랜서, 다른 말로는 백조왕자인 큰 아들은 전세금 위기도 있어서 일단 서울 방을 빼려 했다. 가족 모두 그게 좋겠다 싶어서 서울에서 국철이 닿는 온양온천으로 집을 보러 갔다.      


기왕 집 둘러보고 결정하고 오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해서 일박 이일을 생각하고 올라갔다. 첫날 남편이랑 아들이랑 부지런히 세 명이 열댓 군데 집을 봤다.

그래도 올라가면서 여의주(如意珠), 모든 게 뜻 대로 되리라며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다시피 하고 갔더니 역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고 가계약을 했다.                







아산 신정호


호수 주변이 식물원, 작은 동물원, 앉아 쉴 공간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일차적 볼일인 집 구하기를 하고 나니 마음도 후련해서 근처 신정호로 가서 걸었다. 서울을 벗어나니 기왕이면 공기 좋고 주변 환경이 좋은 곳으로 집을 얻자라고 했는데 정말 아산 신정호가 가까운 신축 아파트여서 좋았다.


나중에 아들 집에 올 때마다 들리게 될 것 같다. 인공호수 주변에 눈길을 끄는 이쁜 카페와 음식점이 많았다. 그러나 호숫가 주변은 고즈넉하고 산책하기 좋은 분위기였다. 하루 음식 섭취 못지않게 운동 복용량으로 걷기를 중히 여기는 나는 호수변 데크길 걷기는 정말 누워서 떡 먹기다. 게다가 바람맞으며 꽃도 보며 걸으니 금상첨화였다.      


장미 터널이 있는 산책로





그러고 나서 근처 외암 민속마을을 들렀다. 겉보기론 안동 하회마을, 평사리 토지마을, 낙안읍성 다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 가옥 형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향 같은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6월의 밤꽃향이 느껴지는 민속마을 걷기 투어를 하고 온양온천역 앞으로 와서 백 년 맛집 홍콩반점에 들렀다. 같은 짜장면이라도 맛있다더니 정말 맛이 있었다.      


여행의 3대 요소는 눈으로 풍경과 미각이 즐거운 음식, 그리고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이다.    

  

전날 저녁은 로컬 맛집이란 곳에 들러서 소고기 내장 전골을 먹었는데 세상에 충청도분들이 그렇게나 목소리 크신지 처음 알았다. 진정한 로컬 맛집답게 아쥠마 아자씨들이 쐬주 한잔씩 하며 전골을 자시는데 부산 자갈치 도떼기시장은 저리 가라였다.


원래 하이톤인 내가 목소리 최대한 낮춰 ‘여기 좀 안 시끄럽나’~하며 아들에게 속삭이듯 말하니 아들은 음식 맛보느라 전혀 신경 안 쓰다 그제사 ‘아 정말 좀 시끄럽네’ 했다. 그치만 시끌시끌해도 친한 사람들끼리의 편한 공간이 주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고단한 하루 일과 후 서로를 찾고 부르며 만나 한잔 하고 밥 먹는 소탈한 행복의 장소다.  그러니 다소 인위적우로 경직된 레스토랑 분위기 보다는 진짜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녁엔 유명한 온양 관광호텔 맞은 편의 제일호텔에 묵으면서 온천욕을 했다. 물이 과연 미끄럽긴 미끄러웠다.      

칠공팔공 세대 사람들에게 신혼여행지는 사는 지역에 따라 경주 불국사, 부곡온천, 설악산 그리고 온양온천등이 아니었을  싶다. 제주도 신혼여행은 베이비 부머 마지막 세대에 주류였고 지금 신혼여행은 아예 해외로 간다.



점심시간 맞추느라 저 그네를 못 타보고 와서 아쉽...ㅎ
초가집과 사립문이 정겨운 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민속마을 저잣거리의 가게에서 소리악기 명인


수령이  600년인 외암마을의 나무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나! 어쨋든 지금은 수국이 피는 계절이다


담 너머의 꽃이 손짓하는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아들을 온천역에 내려주고 다시 내려오면서 그래도 할 일을 했다 싶어 후련했다. 그러면서 바삐 휙휙 지나가는 6월에 온천욕도 하고 녹색의 산책길을 걷고 와서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흡족했다.




홍콩반점과 온양온천역 제일호텔


로컬피플 단골이 가는  로컬 레스토랑에서 로컬 푸드를 먹으며 아들과 짠하기 ㅎㅎ


소고기 내장전골은 경상도인 내 입에도 칼칼했는데 내장과 고기가 얼마나 푸짐한 지 작은 소짜를 시켰는데도 다 못 먹고 남겼다.


타지에서도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은

 Anytime, anywhere,  언제 어디서나 소우 스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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