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계획은 10시간 이상 비행기 타는 곳은 60대에 마스터하고 70대 이후는 울 나라 좋은 나라 방방곡곡 수를 놓듯 누비고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또 바꿀 수 있기 위해 세우는 게 계획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지만 계획이란 바뀌기 위해 있는 것이기도 하다.
4월과 5월 두 달을 두 번째 책 출간에 매달려 보냈다. 글쓰기와 퇴고는 머리 쓰기와 가끔씩 머리 쥐어뜯기다. 그래서 이제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처럼 하루치기 나들이를 떠났다.
나를 우주여행에 데려다 줄 민식이와^^
자연이 좋아 전원주택을 짓고 5도 2촌하고 있지만 쉼과 휴식은 역시 자연 속으로이다.
벌써 오래전에 가 본 순천만 갈대도 생각나고 해서 순천으로 출발했다. 생태 도시란 이름답게 깨끗했다.
작년에 다시 손을 본 순천만 국가정원의 널찍한 초록벌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6월의 수국과 곳곳에 정성껏 심어놓은 꽃들이 아름다웠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더위를 식혀주었다.
국가정원은 다리로 동서가 연결되어있다
나리꽃과 산수국이 이쁜 숲속
남편과 나는 처음부터 습지도 갈 거니 스카이 큐브와 갈대열차를 타고 돌자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 둘 다 명퇴자로서 붐비는 주말은 일반인들에게 양보한다는 개념으로 월요일 갔더니 탈것은 월요일이라 운영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뙤약볕을 걸었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뚜벅이 원칙을 고수하는 나는 그게 좋기도 했다.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여행장소와 운송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
대표적으로 우리는 비행기를 타면 출발지와 도착지만 기억할 뿐이다. 지하철 역시 마찬가지다.
이동의 편리성과 속도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포기하고 맞바꾼다.
새로 생긴 스페이스 브릿지 안도 시원하고 볼만했다
스페이스 브릿지 안 영상
네덜란드 정원과 메타쉐콰이어 길 걷기
현충공원이 뜻 깊었다. 아티스트와 행정기관의 합작품, 그기다 우리 어린아이들의 호국보훈과 애민사상이 적힌 작품들로 이뤄져있다
월요일이라 한산한 정원 곳곳에 있는 장의자에 누워 하늘도 보고 평상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기도 했다.
시간이 좀 빠듯하긴 했지만 우리는 습지로 이동해서 보리밭 같은 녹색의 갈대밭 물결도 감상했다.
바람의 도시 순천만, 그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를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 ”바람, 지금 내게로 불어오는 바람 따라 움직이면 돼,“ 하는 외침을 듣는다.
고통은 통증이 아니다.
다만 마음의 저항일 뿐~!
"Suffering is not pain.
It‘s just resistance in the mind. “
우리는 마음으로 저항함으로써 심적 고통을 느끼고 소화불량도 생기고 때론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러나 마음에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즉 말해서 모든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내가 왜?’라는 저항을 내려놓으면 그냥 편안해진다.
바람 따라 함께 눕는 순천만의 갈대를 보며 새삼 확인하고 깨닫는다. 내 주변 상황 중 바람 따라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순복 하며 나아가자고. 그러면 편안해진다고.
나는 이거 저거 다 해 보고 싶은데 시간도 건강도 경제적 여건도 안 따라준다고 스트레스받지 말자. 열정을 따라 사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모든 일에 균형이 깨지면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그러니 열정도 에너지도 좋지만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 분배와 주위상황과의 ‘조화와 균형’을 잃지 말고 가자고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다짐을 해 봤다.
순천에 도착해서는 청년창고에서 돈가스로 일단 열량충전을 했고 갈대밭에서 나오면서 맛집검색에 뜨는 방송 최다 출연집으로 가니 그기도 월요일이라 한산했다. 꼬막무침, 꼬막샐러드등 꼬막요리가 맛있고 짱뚱어탕이 속풀이국처럼 시원했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을 이렇게 가끔 자주 바람 쐬러 나오자며 남편을 꼬드겼다. 집돌이 정착민 스타일인 남편과 터미널만 가도 가슴이 뛰는 노매드 유목형 아내의 접점을 찾아 앞으로 좀 살살 다녀봐야겠다.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되어 무진교가 되었다고 설명해주신 가이드님
80년된 정부의 농협 곡물창고를 개조해서 청년들의창업을 위해 내어주었다. 음식점 카페등 22개의 가게가 있고 공연도 할 수 있는 문화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