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서울 전셋집에서 좀 더 내려와 아산으로 이사를 했다.몇 달간 마음을 놓지 못하던 일이 해결되어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 남편이랑 이사도 도와줄 겸 가서 일주일 있다 왔다.
사회 불안요소인 일명 깡통전세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건물주가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어 전세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경우다. 그러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고 임차인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깡통'처럼 빈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속출하자 절망한 젊은이들이 자살까지 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 년 전 그런 흉흉한 뉴스 가운데 아들도 석연찮아 검색을 하니 건물주 이름이 블랙리스트로 떴다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아들은 전세 보증보험과 허브란 곳에 들어있어서 괜찮을 거라 안심은 시켰지만 걱정스럽긴 했다. 전세 대출금 받아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 마당에 행여라도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런데다 살고 있는 강서구의 빌라에 그런 건물주가 태반이라 서서히 그런 신호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전세보증제도 허브는 임차인의 전세금 반환 보장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건물주가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함으로 건물주의 파산 등의 경우에도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아들은 각종 귀찮은 일과 서류, 방문과 전화, 그리고 우리도 함께 염려로 조언한 덕분에 전세금을 고스란히 돌려받고 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감수성 예민한 아들이 겪은 마음고생은 만만찮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빌라 건물이 밀린 관리비 부채와 건물주들의 책임 불이행으로 엘리베이터 단전까지 선고받았다. 다행히 아들이 사정을 얘기하니 한전에서도 조율해서 이사날짜 후로 단전을 미뤄주었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완전 숲세권이다
이런 곡절이 있었기에 불안했던 전세금을 돌려받아 우선 은행 대출을 갚고 전세금을 대폭 낮춰서 수도권을 벗어나 이사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일단 아들이 출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싱글이라 그렇게 결정을 하기도 쉬웠다 본다.
게다가 새 집으로 이사 후 아들도 우리도 대 만족했다. 서울의 좁은 투 룸에 비하면 온양온천역에서 차로 오분 거리의 신축 아파트는 방 세 개에 넓은 거실과 주방으로 두 배로 넓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이 산세권이라는 거였다. 며칠동안 아침마다 산 공기와 새소리에 바람까지 불어오니 정말 청풍명월의 충청도였다.
6인용 식탁이 부담스럽지않은 공간이다
잠시 전에 일산으로 공연을 보러 간 아들이 전화가 왔다. 온양역에서 무궁화호 타고가니 편하더라며 공연 잘 보고 내려오는 길이라 했다. 아산역에서는 ktx로 수서역이 35분이니 교통이 여러모로 편하다. 국철이나 srt 등 이용하면서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다. 서울집값 줄이고 이 쪽으로 내려와 역세권의 집을 얻어 좀 더 넓고 편하게 생활하려는 사람들이다.
암튼 이번 경우를 보면서 자녀들이나 주위에 전셋집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신중한 사전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았다.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세금보증보험 가입, 계약서 꼼꼼히 살펴보기, 건물주 신용도 확인하기 등은 필수다.
나는 아들만 둘인데 둘째는 결혼을 했고 큰 애는 고등학교 때부터 비혼주의를 표명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결혼할 여건^^은 안된다.
해서 요즘 두 자녀가 보통인데 둘 중 하나만 결혼해도 100점이라고 나는 말한다. 자녀의 의견 백퍼 존중해서 혼자 자유롭게 살기를 선택하는 것도 존중하자 주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인가구 수는 약 6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30%다. 특히 청년층에서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데 혼자 사는 청년들이 선택하는 장점은 대략 이런 거 같다.
첫째 무엇보다 혼자 살면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 사실 나뿐 아니라 결혼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상당히 공감할 거라 본다.
하다 못해 TV 채널부터 일상적 스케줄까지 혼자는 자유롭다. 무얼 먹든 언제 자든 어딜 가든 나 혼자라면 만사가 자유롭다 ㅎㅎ 한 마디로 결혼생활에 비해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높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 보면 개인적 관심사와 취미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 유리하다. 결혼으로 인한 공동생활과 육아에 따른 부담이 없어 자아실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본다.
물론 혼자는 외로워 둘이랍니다식의 두 사람이 갖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경제적 공동체, 자녀출산등 결혼이 주는 장점을 결코 가벼이 여기진 않는다. 그러나 그 또한 한번 사는 인생 각자의 선택일 뿐이니 부모라 해서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 본다.
나도 살아보니 인생 길지 않더라. 해서 나는 충분히 자녀가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주고 나의 반쪽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Why Not? 당연히 결혼을 할 거기에 그전에 결혼의 당위성으로 말하고 싶진 않을 뿐이다. 특히나 이렇게 혼자 살기 좋은 시대적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세대랑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들집에 가면 불편했는데 드뎌 쇼파가 있어 좋다^^~ ㅎㅎ 이사를 마치고 소고기 구워먹으며 자축파티를 했다
새 동네에 왔으니 아들이랑 길도 익힐 겸 아산마트도 가고 동네 식당도 가고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한번 서울에서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가인 마산과도 가깝고 지리산 별장인 함양과도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이건 엄마방 이라며 한 칸 내어주었다. 그러면서 언제라도 오시라하니 나도 서울 올라가기 위한 징검다리 하나 생긴 거 마냥 기분이 좋다.
며칠 엄마랑 다니니 초록과잉이긴 한데 그래도 좋다는 아들을 보며 웃는다. 공기 좋고 물(온양온천) 좋은 곳이 인심 좋은 곳, 살기 좋은 곳이라는 엄마 말이 맞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