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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14. 2024

여름 나기

맛있게 먹고 낮잠도 자고

  

친정 아버지는 8.15광복절이 지나면 안 덥다 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24절기 로도 입추(立秋), 처서(處暑)는 가을로 친다.


24절기 양력기준


여름 한 복판에 태어나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남편에게 나는 더워야 곡식이 영근다며 광복절을 기준으로 이제 한 두주만 참으면 된다라고 한다.     

먹어야 사는데 더울 때는 주방에 들어가기도 싫다. 그래도 입맛을 잃지 않고 뭔가를 해 먹어야하니 여름철 딜레마다. 다행히 며칠 큰 아들집에 가면서 우리 부부는 마치 캠핑 가는 거 마냥 이거저거 먹을 것을 잔뜩 챙겨갔다.      


냉동백 두 개를 들고 차에서 내리니 냉장고 공간도 없는데 무얼 이리 많이 가져오냐며 아들은 얼굴을 찌푸린다. 나는 전생에 수행을 좀 했는 지 먹는 것에 별 집착이 없다. 해서 곳간에 뭐가 있는 지에 관심이 없고 뭐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남편은 식품구매라도 안해두면 밥 못 얻어 먹을까 봐 이거저거 쟁여놓기를 잘 한다. 그러면 음식 낭비에는 또 질색인 내가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에게 나의 잔소리는 미리 뭘 자꾸 사지마라이고 남편은 안 먹고도 사는 거처럼 말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며 응수한다.

암튼 아들 옆에서는 엄마의 요리재능과 욕구가 폭발하는 모성애의 발로로 며칠 부지런히 집밥을 해 먹었다.      





콩불고기는 얼마전 내손내밥님의 브런치에서 본 세상에서 젤 쉬운 콩불요리다

콩나물 사이에 삼겹살과 양념장을 넣고 뚜껑 닫으면 끝이다. 초간단 레시피라서 나도 따라해봤다. 양념장 갠 그릇을 물로 헹궈넣는 바람에 국물이 좀 마니 생긴 게 흠이었다. 그리고 콩나물 비린내 날까 봐 뚜껑을 늦게 열었더니 콩나물 아삭거림이 좀 덜했다. 


하지만 아들은 좀 이상한 맛, 처음 보는 맛이긴 한데 맜있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건 이튿날 밥 비벼 쓱싹 처치해주는 깔끔으로 요리한 엄마에게 대만족을 주었다.     


콩불고기



아들에게 엄마가 한 거 중에 먹고 싶은 걸 물어보면 엄마표 김밥이라 했다. 김밥이야 나도 좋아하니 금방 한 밥으로 갖은 속 넣어 만들어먹으면 언제나 밥 도둑이다. 흠이라면 탄수화물 과섭취가 문제다. 김밥은 단무지, 우엉을 해 둔 걸 사야하니 반은 인스탄트 식품이다. 그래서 나는 햄, 맛살등은 넣지 않는다. 시금치와 계란을 준비하고 구색으로 마요네즈 버무린 참치와 깻잎도 준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특이한 재료 일미무침도 꺼내놓고 시작한다. 일미는 아이들 어렸을 적에 손쉬운 김밥 만들기로 김치 참기름 넣고 볶고 계란 두툼하게 넣고 일미 넣어서 말아주던 습관에서 생긴 거다. 김치의 새콤달콤과 계란의 고소함에 일미 고추장볶음의 매콤짭짤함이 잘 어우러져 김밥 간을 맞춰주었다. 


오랜만에 일미김밥을 먹는 아들은 엄마 이거 지금 보니 충무김밥 맛이네~한다. 하기사 오징어나 일미나 사촌지간이다.      


김밥 사진 찍어둔 거 없냐니 아들이 어제 남은 김밥 계란 굴려 비빔냉면이랑 먹은 사진을 보내왔다~~ 하기사 김밥은 말면서 옆에서 썰어먹느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ㅎㅎ



남편이 사 둔 밀키트 안동찜닭을 들고 왔기에 간단 요리를 했다. 그냥 고기와 양념만 버물러져 있기에 닭고기와 합이 잘 맞는 양배추를 좀 썰어 넣었다. 그리고 밍밍한 양념에 마늘 듬뿍,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그리고 꿀을 좀 넣어주고 불린 당면을 넣었다. 아들은 당면이 있어 더 찜닭 같다며 잘 먹어주었다. 나는 겨우 고기 한 점 먹었지만 내가 첨가한 야채, 양념덕분에 비리거나 느끼하지 않아서 좋았다.      


친구남편이 낚시하여 준 조기도 바싹하니 굽고 시누형님표 된장 깻잎 장아찌, 열무김치랑~~





아침에는 레몬쥬스와 토마토 볶음요리를 주로 먹었다. 우리 집 아침은 아빠나 아들, 남자가 하는 게 오래된 룰이다. 나는 옆에서 계란 까는 거 정도만 돕는다. 요즘 계란은 삶아서 나온 걸로 사 먹는다. 주부가 아침부터 주방에 서면 하루 온종일 일하는 듯해서 나는 아침식사는 오래 전부터 남편이 준비하는 걸로 했다. 점심은 나가 먹을 수도 있고 저녁만 간단요리를 하는 편이다.     



토마토 올리브유에 볶아먹기가 기본이고 양배추, 양파, 새우, 치즈는 옵션이다



아침시간은 내가 글을 쓰거나 읽거나 오늘 하루를 위해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이다. 나는 그렇게 하루 워밍업을 고요하게 시작하길 좋아한다.      


물론 나도 애들 어릴 때와 남편이 직장다닐 때는 아침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도 명퇴했고 둘 다 시간이 자유로우니 내가 굳이 아침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갖고 나오는 에너지 총량이란 게 있을 지도 모른다. 해서 인생 초반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나는 후반전은 페이스 조절로 느릿~천천히 가려한다.


이번 여름엔 오후엔 자주 낮잠을 잔 거 같다. 스페인 사람들이 왜 시에스타를 하는 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식후 두 세시간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화시키고 낮잠으로 체력 보충하고 저녁 무렵에 바깥 산책을 좀 했다. 하루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대형마트에 가서 걷기도 하고 그러고 나서 카페에 갔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집안에만 있는 건 좋지 않고 그래도 바깥 공기를 쐬어야 정신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카페 순례를 하다 밥보다 더 비싼 팥빙수를 먹기도 했다. 자리 값이고 장소 뷰값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이란 생각을 했다. 물론 우유빙수라서 맛은 좋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빙수 하나가 25,000원이라니 해도 너무 했다.      


카페 순례 사진





점심을 밥을 먹으면 저녁은 간단히 콩국수, 냉면을 먹기도 하니 벌써 여름이 지나가려 한다. 


잔치국수는 국물에 양파,야채 오뎅 있는 거 다 넣고 멸치육수 내어 별다른 고명없이 열무김치와 계란지단만 넣어도 시원하고 맛있다. 텃밭 고추와 먹으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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