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초대하고 간단하게 해 먹기
사람은 병이 있거나 금식 기간 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세끼를 먹게 된다.
적게 먹든 많이 먹든, 잘 차리든 대충 때우든 말이다.
우리는 흔히 의식주라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식의주라 하여 ‘먹는 일’을 가장 앞에 두니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식욕도 식탐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거기에 귀차니즘까지 더해지니 먹거리에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아끼게 된다. 잘 먹는 일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매번 애써 차려 먹는 게 점점 버거워진다.
다행히 우리 집은 복지관이 가까운, 이른바 ‘복세권’이다.
남편과 나는 하루 한 끼 정도는 복지관에서 가성비 좋게, 그리고 맛있고 깔끔하게 해결하곤 한다. 복지관 식판 사진을 사촌방에 올리면 다들 “이게 복지관 밥이야?” 하며 놀란다.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복지관이라 좀 다른 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 등갈비가 나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나오는 길에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 선생님을 붙잡고 비법을 물어봤다.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시는데, 두 분 다 음식 솜씨만 좋은 게 아니라 마음씨도 참 곱다. 속으로 ‘참 복 마니 받으실 거다’ 싶었다.
특히 영양사선생님은 그 인물에 왜 아직 싱글인지가 미스터리인데 늘 미소를 띠고 식사 시간 내내 통로를 오가며 “더 드세요”, “간은 괜찮으세요?” 하고 살핀다.
혼자 먹는 말이 어눌한 어르신들에겐 일부러 다가가 말을 붙이며 여기 음식에 뭐가 들어갔는지 한번 알아맞혀 봐~? 하며 치매 예방 훈련까지 시키려 든다.
내 오지랖 중 하나는, 내가 해준 밥을 누군가 맛있게 먹으면 다시 불러야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긴다는 점이다.
우연히 만난 M 선교단체 청년들이 집에 와 밥을 너무 잘 먹었는데, 그 뒤로 몇 번 더 초대하게 됐다.
그중 한 명이 이번에 미션을 마치고 귀국한다기에, 잘 먹던 얼굴이 떠올라 ‘한 끼는 더 먹여 보내야지’ 싶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등갈비 레시피를 열렬히 물어본 거였다.
마트에서 등갈비를 넉넉히 사 와 저녁 세 시간 전부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등갈비 요리는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핏물 빼고 시키는 대로 하니 맵짤하게 잘 됐다.
꼬치 어묵탕과 양배추를 쪄서 내놓았더니, 그야말로 폭풍 흡입이다.
양배추를 간장에 싸 먹는 게 그렇게 맛있다며 감탄하고, 어묵탕 국물은 두 그릇씩 비웠다.
하기사 스무 살 안팎의 나이에 한창 먹을 나인데 외국에서 혼자 해 먹고 지내니 오죽하랴 싶기도 했다.
지난번에도 잡채와 수육, 진미조림을 잘 먹길래 남은 음식들을 이것저것 챙겨줬더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며 고맙다고 인사도 챙긴다.
나 역시 해외 유학 시절, 부부 유학생들이 초대해 준 집에서 한 끼 잘 얻어먹고 나면 일주일 내내 정서적 포만감이 유지되었던 기억이 있다.
예수님의 말씀 “네가 언제 내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었느냐?”가 떠오른다. 요즘 세상에 굶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가끔은 집밥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번에 피아노를 쳤던 H는 이번에 기타 연주로 노래도 불러주었다.
귀국하는 C는 애써 배운 한글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스러워 한국어 책을 많이 가져간다기에 나의 두 번째 여행기 '몽골몽골 한 몽골여행'을 선물로 주었더니 거듭 고맙다며 서로 이멜 주소를 교환했다.
우리 집의 아침은 보통 남편 담당이다.
점심은 복지관이나 외식으로 해결하고, 저녁만 내가 맡는다.
하루 한 끼 준비는 문제없지만, 두 끼 이상이 되면 확실히 에너지가 달린다.
남편은 요플레, 과일, 감자나 고구마, 수프를 번갈아가며 아침상을 차린다.
가끔 내가 아침을 준비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되도록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메뉴를 택한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이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데 에너지를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샐러드와 빵, 커피 정도로 간단히 준비한다.
샐러드 소스는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프렌치 소스로 한다.
소스만 만들면 냉장고 속 채소나 과일을 썰어 반숙 달걀이나 치즈를 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렌치 소스~올리브유, 식초, 마늘, 소금, 후추를 적당히 섞어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