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명절, 가벼워진 마음

이박삼일 맛집탐방과 카페나들이로

by 김별


명절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한 지 두 해가 지났다.
마산으로 바로 오지 못하고 어렵게 차표를 구해 부산역에 도착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맞이하러 부산으로 갔다.


결혼 첫해 설, 며느리는 전을 몇 가지나 부치고 튀김까지 하느라 허리에 파스를 붙였다.

제사상은 정성이지만, 그 정성이 누구의 허리를 휘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명절은 조상을 기리는 날이지만, 먼저는 살아 있는 사람끼리 가족애를 다지는 날이어야 한다.

그해 이후 우리는 제사를 접었다. 대신 모여 여유 있게 만나 밥을 먹고, 공원묘지에 가 인사드리기로 했다.


서울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내려오는 길만 해도 고단했을 터 오면 쉬다 가야 한다.

나는 이제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와서 피곤한 명절이라면 그건 잘못된 문화다.


광안리 바다도 볼 겸 아들이 예약해 둔 돼지국밥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산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전쟁 이후 피난살이의 기억 속에서 자라난 음식일 것이다. 새벽 기차를 타고 온 아이들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나도 부산 돼지국밥은 여러 번 먹어봤지만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담백했다.


날씨를 보니 최고기온이 18도라더니, 바닷가에는 이미 봄기운이 감돌았다. 갈매기와 비둘기가 새우깡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각자 아메리카노, 라테, 에스프레소를 시켜 놓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사상 대신 바다가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부산국밥은 다 맛있다
봄바다 같은 광안리
바다처럼 내 마음도 고요하니 좋다
광안리앞 뷰가 좋은 Haute 카페 이층


“다른 데 더 갈까?”
아들은 부산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며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했다. 대신 만두를 사 가자고 했다.

부산역 차이나타운 거리의 만두집에서 포장을 기다리며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화교학교가 보이고, 외국 식료품점도 있다. 몽골 음식점, 우즈베키스탄 식당도 눈에 띄었다.

예전 사마르칸트에서 먹었던 사슬릭이 떠올랐다. 명절 풍경도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아닐까.


집에 돌아와 만두를 먹고 네 사람이 느긋이 오후 낮잠을 잤다.


저녁에는 자연산 문어를 데치고 등심을 구웠다. 나물 몇 가지는 미리 해두었지만 아이들 손은 잘 가지 않는다.

제사를 없애니 상은 단출해졌고, 대신 대화는 늘었다.

명절 연휴가 더는 긴장이 아니라 휴식이 되었다.



화교학교 담벼락에서 익숙한 삼국지 주인공을 보니 웃음이 났다
만두 기다리면서 부산 역사를 잠시 훑었다
집으로 가져와서 간식으로 만두를 먹고


이튿날 아침엔 우리가 먹는 식으로 과일, 야채샐러드를 했는데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 아들은 빵만 한 두 조각 먹는다. 따로 음식준비할 일이 없으니 느긋이 커피랑 어제 사 둔 쵸코케이크를 디저트로 먹었다.


점심은 아들이 예약한 동굴 오리집으로 가서 먹고 오후엔 공원묘원에 가 시부모님께 인사드릴 예정이다.

명절 기간엔 음식물 반입이 금지라 한다. 과일이며 떡을 준비해 두었지만 가져가지 못한다.

대신 빈손으로 가서 조용히 절을 올리려 한다.


아침 과일샐러드와 바게트빵

점심 동굴 오리고기 맛집

치즈떡복이랑 볶음밥까지 맛있었다 ㅎㅎ


제사를 없앴다고 해서 조상을 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명절, 허리가 아프지 않은 명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명절이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여유 있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저녁엔 미리 준비해 둔 LA갈비찜에 잡채와 조기구이를 하겠다니 아들은 또 다른 맛집을 추천한다.

집에 온 김에 미뤄뒀던 걸 먹고 싶은 건지 엄마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건지 며느리를 위함인 지 아님 그 모두 다인 지 암튼 아들 덕분에 나도 집밥 대신 외식을 더 많이 하는 명절 연휴가 되었다.


우리 집 명절 풍경은 그렇게 바뀌고 가벼워졌다.





구정 연휴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 되시길
기원드립니다~(^__^&*)



이전 한복을 입던 구정이 생각나는 영상이다. 한국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 가져왔다.

https://youtube.com/watch?v=QWS0ZSH7GTA&si=uXWr7ElXakVuvV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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