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계절은 겨울이 되었다.

by 한자유


남들과의 소통은 나의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지 깨닫게만 해줄 뿐이었다. 결국 나는 비 오는 흐린 날에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약해졌다. 이 세상의 비와 햇빛 물은 나라는 존재에게는 공격이 되어버렸다.
남들이 좋다는 풍경도 내게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 나는 내 생일날 죽기로 했다.


어머니는 살기 위해 난폭해지셨다.


지금이야 얼마나 억측같이 사셨는지 알 수 있었지만 어릴 때의 나는 방치되었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저 방치만 해놔 주었다면 다행인데 어머니가 심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일에는 나에게 용암같이 뜨거운 분노를 비치곤 하셨다.


어머니의 분노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계절과는 무관하게 우리 집은 뜨거웠고 온난화처럼 점점 푹푹 찌기 시작했다. 나는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됐다. 나는 어머니의 자식이고 같은 국그릇에 숟가락을 퍼 먹는 사이다. 무조건 적응하여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들 뿐이었다. 설설 기어도 봤고 반항을 해보았지만 어머니의 화는 겨울도 서러울 정도로 더우셨다.


나는 그런 더운 나날들에 적응을 좀 하던 즈음이었을까

갑자기 겨울철에 맞는 서리처럼 추웠던 날이 아무런 노크도 없이 엄습해 왔다. 겨우 이 더위에 잘 찌고 있었는데 이제는 눈바람이라니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어찌나 추웠는지 맘이 아파 내가

눈물을 흘리면 고드름이 생길 것만 같은 추위에 우리 집의 계절은 겨울이 되었다.


나는 그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렀다. 학교는 언제나 봄을 노래하고 꽃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것들을 즐길 줄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들이 너무 따갑고 아팠다.

친구들의 싱그러운 웃음이 내게는 비수처럼 꽂혔고 그들이 말하는 차가운 이야기는 나에게는 미지근한 이야기에 불구했다.


그렇게 그들과 나는 주고받는 언어의 온도의 차이는 점점 커졌고 내가 그들에게 맞추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어색하고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하게 되고 나는 웃기지 못하는 광대가 되어 광대짓을 하고 나서의 어색함과 비참함을 홀로 삼키는 수 밖에는 없었다.


집에서도 나는 학교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이해받거나 나의 온도를 맞춰서 몸을 담글 수가 없었다. 기어이 나는 흐린 날에도 화상이 입기가 십상이었다. 남들의 일상이 내게는 퍼붓는 폭력이 되었다. 이 세상의 햇빛과 비는 내게는 너무 아프다…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은 집고 세상도 학교도 아니다. 어디란 말인가 이대로 나는 어디에서 나의 얼굴을 비추고 살아야 할 것인가.. 됐다… 남들과의 소통은 나의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지 깨닫게만 해줄 뿐 더 이상 발악할 필요가 없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죽음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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