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열린 복숭아가 내년 여름에게

by 한자유
나도 아버지도 눈물을 너무 흘려서 손에 묻는 게 복숭아 과즙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복숭아 사라고 적혀있는 박스조각을 주웠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에 복숭이를 들고 온 것처럼 나는 박스종이를 들고 왔다.

박스조각에는 아직도 복숭아 향기가 향수의 잔향처럼 남아있는 것 만 같았다.

그래 나는 복숭아를 좋아하지,내년 여름에 복숭아를 먹자 그리고 복숭아가 열릴 때까지만 살자.
올해 겨울에는 복숭아가 없으니 죽지 말자 내년에 죽자




엄살 부리지 말고 나가서 움직이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듣고 건조한 입김을 뿜으며 신발을 곧 잘 신고 문을 열고 나갔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휘날리는 나의 옷을 보면 마치 하늘을 날고 있다고 착각을 할 것만 같았다.


그런 매서운 바람은 위로 따윈 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사람을 뒤로 밀어버리듯이 매섭게 부는 겨울이 되어 자신의 리즈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저 밀릴 자신밖에 없었다.


나는 바람을 어깨에 무겁게 밀어가며 길을 걸었다. 중간에 마트도 가보고 패딩을 입고 산책을 하는 강아지도 보았다. 어딘가에는 도착하겠지 집 말고 어딘가 내 시선을 둘 만한 안락한 무언가가 있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발에 작게 거슬리는 돌멩이들을 밟으며 갔다.


-복숭아 달고 맛있습니다.-

하늘도 나를 있는 힘껏 눌러서 몸이 무거워질 것 같을 때 아스팥트길에 상처 입은 박스조각에 매직으로 고이 적혀있는 문장이었다.


올해 여름에 한창 팔다가 겨울이 되니 버리려고 한걸 깜빡한 것 만 같았다.


복숭아.. 달고 참 맛있는 복숭아… 한때 아버지가 말기암으로 호스피스에 입원하기 2달 전쯤이었나 아버지는 나에게 복숭아를 사주고 싶어 하셨다. 내가 과일을 참 좋아했기에 그리고 뽀얗고 부드러운 핑크빛을 한 복숭아를 먹으면 예뻐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줄 돈이 부족하셨고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복숭아 한 박스를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듯이 지긋하게도 보셨지 아버지는 몰랐지만 옆에서 누군가 아버지를 또 지긋하게 보았다. 아버지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허리를 살짝 굽었지만 눈이 빛나던 한 할머니.. 아버지를 쭉 보시더니 복숭아 한 박스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처음 뵙는 할머니가 복숭아를 사준다고 하자 아버지는 당신에게 받은 그 감동을 내가 어찌 감당해야 하냐고 말씀을 하시면서 펑펑 우셨다.


아버지의 우는 소리는 바람소리를 가르고 내 귀에 들어왔다. 마치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아직도 그 소리가 내 귀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나는 그 당시에 집 청소를 내가 다 하고 학교 가니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는 눈물을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오셨다.


“네가 청소를 열심히 해서 하늘이 도왔나 보다 복숭아 먹어라”


나도 아버지도 눈물을 너무 흘려서 손에 묻는 게 복숭아 과즙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복숭아사라는 글이 적혀있는 박스조각을 주웠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에 복숭이를 들고 온 것처럼 나는 박스종이를 들고 왔다.


박스조각에는 아직도 복숭아 향기가 향수의 잔향처럼 남아있는 것 만 같았다.


그래 나는 복숭아를 좋아하지 내년 여름에 복숭아를 먹자 그리고 복숭아가 열릴 때까지만 살자. 올해 겨울에는 복숭아가 없으니 죽지 말자 내년에 죽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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