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죽을 돈도 없다.

by 한자유
구렁이는 탈피를 했다. 그 뜻은 우울증에서 이인감도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인감은 나 자신을 1인칭으로 보지 못하고 마치 3인칭이 되어 자신을 게임 캐릭터 보는 것 같은 증상이었다.

나는 나를 버렸다.


그 허물은 스쳐가는 바람에도 상처 입을 만큼 약한 존재였다. 물끄러미 몸을 꽁꽁 밧줄처럼 묶고 벽에 붙어있는 살덩이를 보았다.


내가 저런 육체에 있었다니 심히 믿기가 어렵다…. 스트레스를 받을 탓일까 옆에는 스스로 머리를 몇 움큼을 뜯어놨고 밥은 먹지 않아 앙상했다. 피부는 애매하게 그을려 윤기가 없었고 몸은 씻지를 않아 냄새를 맡지 않아도 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다. 저런 육체는 버려버리자 저렇게 늪에 빠져 알아서 장례를 치러준다면 나로서는 좋을 일이다.


저 살덩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저런 고깃덩어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다시는 저런 걸 다시는 태어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뿌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래 나와 같이 살던 아버지에게 가보자… 잠시만 아버지..? 아 맞다. 아버지는 저번달에 돌아가셨다… 우리 부녀는 돈이 없어서 아버지의 삼일장조차 내가 해드리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은 죽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죽어서도 내 땅을 가질 수 없고 죽어서도 쉴 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19살 때 전립선 암으로 돌아가셨지… 초등학생 때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빚만 잔뜩 어머니 어깨에 올려놓고서는 압류딱지와 함께 사라진 아버지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날 버린 아버지… 그래도 난 가족이 좋았다. 내 뿌리가 좋았단 말이다. 나는 아버지를 찾고 싶어서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초등학생이 가봤자 어디를 갈 수 있었을까.. 깊은 산에 가면 아버지가 계실까 나는 마트, 공원, 하천, 친구집 모든 곳을 뒤져봤지만 아버지는 사라졌다.


나는 그 뒤로 아버지를 잊고 지냈다.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냥 돌아가신 걸로 생각을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그래.. 이것도 안 되면 아버지는 돌아가신라고 생각하자고 맘을 먹었다.


없는 동전을 꺼내서 꽉 쥐면서 기도했다. 제발.. 우리 아빠가 오게 해 주세요 하나님… 손에는 땀이 났고 동전냄새가 손에 베일정도로 꽉 쥐었었다.


나는 버튼 하나를 누를 때마다 침을 삼켰다. 전화를 한창 걸었을 때 들리는 소리


바로 달칵하며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나더니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


내가 아빠라고 부른 순간 전화 끊어지는 소리 정말로 아빠는 우릴 버렸다. 나는 그 뒤로 심한 충격에 빠졌다. 끔찍하게 무책임한 아버지셨지만 그래도 좋았는데… 나는 이제 아버지 없는 사람이구나


그래도 언젠간 아버지가 돌아온다면 그걸로 나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통스러워도 가족이 좋았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렇게 타고난 거다. 이것도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재능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고통스러웠다. 놓지 못해서.. 그래고 마음껏 증오하지 못해서, 애증의 마음으로 어린아이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눈물을 마시며 살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어머니는 고모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새로운 연락처가 있고 고모들과는 뭔가 교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하셨지만 고모들은 왠지 아버지를 숨겨주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더 이상 안 되겠는지 혼자서 추운 겨울날에 어린 우리 둘을 데리고 혼자서 이혼절차를 밟으셨다. 어린 나는 이혼이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그날에 눈이 오는 게 좋아서 눈을 밟고 신나게 놀았다. 동사무소에 가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나 없나 어머니가 기웃거릴 동안 동생과 나는 눈 놀이를 항상 앞에서 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던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난 그때의 난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미친 듯이 일을 하셨다. 공장에서 쇠를 깎는 일이하고 저녁에는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셨다. 항상 우리를 위해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주셨지. 그런 어머니가 좋았고 너무 서글펐다. 어머니의 발은 사포보다 거칠었고 눈에는 항상 눈물을 머금고 다니셨고…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가 일하다 돌아가실까 봐 나는 매일같이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어머니는 강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그만 잠시 술에 빠지셨다가 나으셨다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시고 어머니도 어머니 자신을 버리셨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억센 나에게 수위 높은 폭력과 폭언을 행하셨다.



그때였다. 지나가는 구렁이가 초등학생이던 내 몸에 알을 낳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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