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발놈의 말투(난, 틀린 말은 안 해.)

"너 'T'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 다면.

by 유창한 언변
T발놈의 말투, 맞는 말만 하는데... 뭐가 문제야!
T의 대명사가 된,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의 김사비

*보다 직관적인 표현을 위해 'T발놈'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였습니다. *


'난 틀린 말은 안해!' 라고 자주 생각하는 분들은 찬찬히 고민해보자. 왜 대화만 하면 싸움이 될까? 왜 내 말은 늘 오해를 살까? 난 분명히 맞는 말을 했는데, 왜 사람들은 기분 나빠하는 걸까?


MBTI에서 T(Thinking) 성향은 논리와 분석을 중시한다. 문제를 보면 본능적으로 해결책부터 찾는다. 그런데 이게 대화에서는 칼처럼 날카롭게 작용한다.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상대는 마음을 닫는다. 위로해달라는 말에 해결책을 들이밀고, 감정을 꺼냈더니 논리로 반박한다. 상대는 점점 지치고, 나는 억울해진다.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의 김사비 선생이 그렇다. 극 중에서 국시 1등, 의대 1등으로 AI와 같은 두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 인물이다. 책과 논문을 달달 외웠는데도 환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차트대로 정확하게 설명했는데, 산모들은 김사비를 영 못 믿겠다는 듯 쳐다본다. 틀린 게 있어야 바로잡고,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를 할 텐데. 틀린 게 없으니 도대체 사과를 할 수도 없다. 너무나도 정직한 심성이 교수들의 화를 부른다. 전형적인 T발놈 캐릭터다. 일단 체크해보자. 내가 김사비 선생 같은 T발놈인지.





<T발놈 자가진단 리스트>


내가 사회성 없는 T발놈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항목을 확인해보자. 다섯 개 이상 해당된다면, 말투 점검이 시급하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그래서 뭐가 문제야?”라고 먼저 묻는다.

감정을 들어도 “그건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대화보다 토론, 공감보다 조언이 익숙하다.

말이 짧고 빠르며, 종결형을 좋아한다. (예: “그거 아니야.” “틀렸어.”)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속으로 ‘비효율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돌려 말 못 해, 직설적인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이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싸해질 때가 많다.

내 말은 맞는 말인데 왜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까 의문이 든다.

주변에서 “말 좀 예쁘게 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T발놈 말투의 문제점


문제는, 논리에는 마음을 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감정이 필요 없는 설명서나 메뉴얼이라면 몰라도, 사람과의 대화는 감정이 먼저다. 어떤 말이든 듣는 사람의 기분이 그 말의 질을 결정한다. T발놈의 말투는 정확하긴 하 다. 하지만 그 정답이 누군가에게는 정서적 폭력일 수 있다.


‘팩트’는 핑계가 될 수 없다. 말투는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은 책임을 따른다. 상대를 다치게 한 말에 “난 그냥 논리적으로 말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건, 회피다.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더라도, 사과해야 한다.


사회성 회복을 위한 개선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T발놈 말투,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 핵심은 ‘정서적 완충장치’를 말에 달아주는 것이다. 아래 방법들을 일상 대화에 천천히 적용해보자.


1. 팩트를 말하기 전에 감정을 읽는다.
누군가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면 “왜 힘들어?”보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가 먼저 나와야 한다.


2. 조언보다 공감을 먼저 건넨다.
문제를 해결하는 건 좋다. 하지만 “기분이 참 안 좋았겠다...”라는 말을 곁들여야 한다.


3. 단정적인 말투 대신 유연한 표현을 쓴다.
“그건 틀렸어”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로 바꿔보자. 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4. 말끝을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종결형 말투가 강한 사람은 듣는 이에게 일방적인 느낌을 준다. 때때로 “어때? 맞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처럼 상호적인 어투로 바꿔본다.



'F'미를 장착해보려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보자. 어차피 팩트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사람은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다. “잘했어.” “네 마음 이해돼.” “고생했겠다.” 이 세 마디가 그 어떤 정답보다 위로가 된다.


‘말을 예쁘게 하자’는 생각보다 ‘사람을 소중히 대하자’는 생각이 필요하다.
말투를 바꾸는 건 포장술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자연스럽게 바뀐다.


말이라는 건, 기술이 아니다. 결국 마음이다. 그리고 T발놈의 말투에서 벗어난다는 건,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논리도 좋고 분석도 좋다. 하지만 사람은 문제집이 아니다. 감정 없는 정답보다, 마음 있는 오답이 더 따뜻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말 한마디 바꿔보자.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관계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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