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나온 아나운서, 로스쿨에 수석입학하다(3)>

아나운서 준비의 시작

by 유창한 언변

대학에 입학한 후, 무작정 아나운서들의 특강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SBS 김윤상 아나운서, 연합뉴스 황인성 아나운서 등 곳곳에서 아나운서와 관련된 특강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찾아갔다.


어떻게 아나운서가 될 수 있냐는 20살의 맹랑한 질문에, 공통적으로 돌아온 답변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방학이 되기도 전, 아나운서 아카데미로 달려갔다. 원장은 현란한 말솜씨를 뽐내며 무려 3시간 동안 내가 최연소 아나운서가 될 재목이라는 등의 달콤한 말로 나를 현혹했다.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던 나는, 홀린 듯 한 학기 등록금을 그대로 갖다 바쳤다.


그렇게 나의 아나운서 준비생 생활은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에서는 뉴스와 MC, 스포츠, 경제 등 다양한 장르를 가르쳤다.

아나운서 준비생은 다양하게 나뉜다. 대형사(KBS, SBS, MBC)가 아니면 응시하지 않겠다는 학생, 서울 경기 지역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학생, 아나운서가 아닌 리포터나 기상 캐스터는 되기 싫다는 학생 등 각자만의 상황과 가치관 속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달라진다.


갓 상경한 일개 대학생이었던 나는 미인대회 출신들, 스펙이 어마 무시한 언니들이 그득한 아카데미에 다니며 지원자 중 내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 사람인지 자기 객관화를 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딱 한자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1번부터 2000번까지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시장에서 뭘 가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겠다고 뼈저리게 느낀 나는 거침이 없었다.


공고가 뜨는 족족 지원했다.


개중에는 코인 캐스터, 리포터, 딱 하루짜리 홍보영상 아나운서, 블랙으로 소문난 곳, 어마 무시하게 짠 페이로 유명한 곳 등도 포함이었다.


그렇게 전국 팔도를 유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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